유인원과의 산책 -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
사이 몽고메리 지음, 김홍옥 옮김 / 돌고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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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 외에 영장류학에 크게 기여한 여성이 2명 더 있었다.

고릴라와 함께한 다이앤 포시,
오랑우탄과 더불어 살아 온 비루테 갈디카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으니

하나, 연구 시작 당시 이들은 고등교육기관에서 동물 연구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대학 졸업장 없이 동물 연구에 뛰어들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놀라운 과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둘, 그들이 고안한 연구 방법은 야생동물학자들의 것보다 인류학자가 취하는 것에 가까웠다. 주류였던 남성 과학자들은 연구 대상 동물과 사적 관계를 맺지 않고 감정적 거리를 유지했지만, 이들은 동물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감정적 교류를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

✨️인간과 동물의 진심이 통하는 순간들이 경이로웠다. 그래서 잔인하게 살해된 고릴라 디짓과 다이앤 포시의 마지막이 더 안타까웠다. 밀렵꾼들에 의해 살해된 디짓과 알려지지 않은 가해자에 의해 살해된 다이앤은 현재 나란히 묻혀 있다.

✨️다이앤이 살해되었을 때 '자업자득이다, 다이앤이 피살당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라는 식의 의견이 앞다퉈 나왔다고 한다. 그녀가 '적극적인 환경보호'라는 미명 하에 반밀렵 순찰대에 자금을 지원하고, 밀렵꾼을 고문하다 못해 그들의 아이까지 납치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만 보면 그런 사람을 고릴라 연구의 선구자로 추앙하는 데 의문이 생길 법 하다. 나도 그녀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계모만도 못한 친모와 양부가 어린 다이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고릴라 연구에 평생을 바치다 살해된 딸의 조문식에 참여하는 엄마라는 인간이 당당히 밍크 코트를 걸치고 나타나질 않나,

딸이 미리 작성한 유언에서 책이나 영화 저작권에 따른 수익금을 전액 '디짓 기금'으로 보내도록 해두었음에도 굳이 소송을 제기해 그 돈을 차지한 인간들인 걸 알고 나니… 다이앤 역시 잔혹한 인간이 낳은 희생양 같달까.

부모란 인간들이 한 짓이 돈 몇 푼에 눈이 멀어 동물원에 팔아넘길 새끼 한 마리를 생포하기 위해 성인 고릴라 열 마리를 살해한 인간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인간의 욕심은 왜 끝이 없는 걸까.
다른 동물들을 괴롭히지 않고 그저 평화롭게 공존하는 날은 올 수 없는 걸까.
한숨이 깊어지지만 최소한의 희망을 놓고 싶진 않다.

제인과 다이앤, 비루테처럼 따뜻한 사람들도 계속 있을 테니까…아직은 희망이 있다.

📚동물을 우리에 가둔 채 먹이를 주거나 인간이 다친 동물을 도와주는 경우를 위시한 대다수 인간-동물 관계에서는 인간이 동물을 위해 뭔가를 합니다. 하지만 다이앤과 고릴라는 완전히 평등한 조건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서로 함께 있기만 원했습니다.-p.101

📚 디짓이 보였다. 다이앤은 그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디짓과 만난 시간이 그를 너무 인간 지향적으로 만들어 그가 밀렵꾼에게 훨씬 더 취약해지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래서 그 집단으로부터 5미터 정도 떨어져 젖은 나뭇잎 속에 그냥 서 있었다. (중략) 몇 분 쯤 지났을 때 다이앤은 어깨에 누군가의 팔이 얹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중략) 디짓은 생각에 잠긴 눈빛으로 다이앤을 바라보고 그녀 손을 매만지면서 옆에 앉았다. 거센 비가 안개비로 잦아들자 다이앤은 디짓의 넓적다리를 베고 누웠다. (중략) 다음 날 이언이 머리와 손을 난도질당한 채 살해된 디짓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의 몸에는 창에 찔린 상처가 다섯 군데나 있었다. (중략) 아무리 통곡해도, 어떠한 주문을 외거나 기도해도 디짓을 잃은 그녀의 고통이 줄어들 수는 없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다이앤은 일기장 한 바닥을 오직 한 단어만 계속 쓰고 또 쓰며 채웠다. "디짓 디짓 디짓 디짓 디짓 ……."-p1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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