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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읽어드리겠습니다 - 유광수의 고전 살롱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1년 11월
평점 :
남들이 다 좋다한 책이라고 나한테도 좋으리란 법은 없다.
'데미안'이 그랬고, '호밀밭의 파수꾼'이 그랬고
'미움받을 용기'도 마찬가지다.
그런 맥락에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따윈 없다 생각했었는데
아무리 추천을 받아도 읽을 맘이 생기지 않다 독서모임을 계기로 읽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등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후 꽤 많은 고전이 책장, 온라인 서점의 장바구니를 차지했고
나도 고전을 읽는구나........ 하고 있었는데 어머나!
우리나라 고전은 전무한 지경이었다.
더 뜨악했던 것은 서양 고전하면 <군주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꽤 많은 작품이 떠오르는데
우리 고전은 떠올리지 못한 것... 조선왕조실록...? 삼국유사....?
그러던 차에 우리나라 고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했다는 책 소개를 발견했으니
안 읽어볼 수 없었다.
게다가 띠지에 <월말 김어준> 고전문학 스토리텔러 유광수 교수가 밝혀낸
한국인의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고 써있더라.
이 문장은 한때 나꼼수, 파파이스, 다스뵈이다까지 챙겨 들었던 나...
최근 작성한 기획안에 '잘 먹고 잘사 사는 법'이란 문구를 썼던 나를 끌어당기기 충분했다.
<복을 읽어드리겠습니다>는 무슨 뜻일까?
조금 더 행복해질 얘기들을 다룬 걸까? 궁금해하며 머리말을 읽었다.
머리말의 제목은 '호모 쫄보스, 이야기로 세상을 바꾸다' 였는데
호모 사피엔스는 말하고 듣고 생각하는 본능 덕분에 살아남았으며
인간의 상상력이 문명을 이뤘다며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라 비슷한 견해를 밝혀 흥미로웠다.
또 흥미로웠던 건 위 사진 속 밑줄 그은 문장들이다.
평소 생각이, 걱정이 너무 많단 소리를 종종 들었던 나...
전날에도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란 책을 읽으려다가
서평 기한 때문에 먼저 읽은 책에서 타이밍도 절묘하게 이런 문구를 만나다니...ㅋㅋㅋ
저자에 따르면 난 쫄보 중의 쫄보인데도 절묘한 타이밍 덕분에 웃음이 터졌다.
(feat. 책은 늘 새책처럼 보던 내가 처음으로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한 책)
책은 <혹부리 영감> <옹고집전><자린고비><평강공주와 온달> 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와
<구복(求福)여행><차복이와 석숭이><세종에서 세조로> 처럼 낯선 것까지
총 13개의 우리나라 고전을 재해석한 것이었다.
고전은 어렵단 편견이 생기기 쉬운데
이 책은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전래동화 읽어주듯이
쉽게 얘기하고, 배움까지 더해서 많은 사람에게 유익한 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업둥이'라는 말에서 '업'은 당연히 '업히는 것'과 관련된 건 줄 알았는데...
업혀 들어온 아이를 업둥이라 하는 줄 알았는데... '복'과 관련된 단어였다니...
정확히 알고 싶어 '업'을 검색해보니
'한집안의 살림을 보호하거나 보살펴 준다고 하는 동물이나 사람'이라 한다. 그랬구나....
어려운 시절에 태어난 손자 손녀를 귀한 복으로 여기고자 '업둥이'라 불렀다는
옛 어른들이 지혜와 마음씨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외에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꽤 많은데 <옹고집전>이 특히 그랬다.
인색했던 부자가 개과천선하는 내용인 줄 만 알았는데
갈수록 옹졸해지는 내게 공감해주고 앞으로 갈 길을 보여준 얘기가 되었달까.
처음으로 서평단 신청하길 아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다시 꺼내 읽을 '나의 고전'이 하나 추가됐으니까...!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