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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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는 1975년에 처음 출간된 단편집으로 '결별'을 테마로 한 단편이 무려 열아홉 편 수록돼있다. 장시간 집중력을 요하는 장편보단 확실히 짬짬이 읽기에 좋았는데 수록작을 살펴보면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떠나야 하는 불치병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 <누워 있는 남자>, 사랑하는 남자를 못 잊어 괴로워하다 다른 남자에게서 위로를 얻으려는 여자의 이야기 <어느 저녁>,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하러 가는 여자의 이야기 <왼쪽 속눈썹>은 이별을 앞두거나 이미 이별을 경험한 남녀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가 묘사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소위 말하는 제비족의 이야기를 담은 <지골로>, 가족들을 먹여 살리느라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는 가장의 이야기 <개 같은 밤>으로는 70년대 프랑스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데 반 백년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다시 쓴대도 통용될 이야기라 사강의 통찰력과 씁쓸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사강의 유머를 발견한 사람도 꽤 많은 거 같은데 난 '헤어짐'에 집중한 탓인지 웃는대신 굉장히 격정적인 독서를 했다. 각 단편이 끝날 때마다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하라고', '아니, 마음에도 없는 이별을 왜 하냐고, 이 멍충아!!' 역정을 내고 있었으니...


'로마는 로마에 있고, 사랑도 로마에 있다.'

이 낭만적인 문구가 해피엔딩이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사강의 장편소설은 스무 편 이상 발표됐지만 단편집은 네 권에 불과하다고 하니 <길모퉁이 카페>로 좀 더 간결한 사강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으나 그녀와의 첫만남이라면 굳이 추천하지 않겠다. 소설과 자전적 에세이를 결합한 <마음의 푸른 상흔>이면 모를까.

(내가 원래 단편보단 장편선호자인건 좀 함정)

p.s.학창시절에 본 만화 <피치걸>의 나쁜놈이 지골로였는데 동명의 단편땜에 찾아봤더니 그게 그냥 외국 이름이 아니라 아예 '제비족'이란 뜻의 영단어였어.. 모모야.. 나 제비족이오~ 하고 다니는 놈한테 그렇게 당한 거였니! 이래서 공부해야되는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제 주관대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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