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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붙어 있으니 살아야겠고 - 무기력의 심리학
하타노 기요오.이나가키 가요코 지음, 김현숙 옮김, 박창호 감수 / 공명 / 2022년 7월
평점 :
20대를 관통하고 있던 어느 날, 나의 마음 속에 들어와 콕 박힌 문장이 있는데, 그건 바로 '내가 포기할 것 같니, 아니 결코, 나는 될 때까지 할거야.'라는 말이었다. 이 문장은 해외 여행기를 다룬 어느 인터뷰집에서 어떤 외국인이 했던 말로 기억되는데, 읽자마자 나의 일기장에 옮겨 적을 정도로 이 문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런 저런 고민으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또 시련이 올 때마다 자연스레 이 문장을 떠올랐다. 될 때까지, 끝까지 하겠노라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서른이 가까워 오던 즈음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을 사로잡은 문장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일단 내가 마음을 먹기만 하면'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어디서 읽은 것이 아닌 내가 내 일기에 적었던 말이기도 했다. 일기 작성 당시 나는 오랜 꿈 같은 일에 도전을 했었는데, 그게 놀랍게도 다 이루어졌던 바로 직후였다. 나는 그 성공 경험에서 얻게 된 귀한 통찰을 오래토록 잊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일기를 남겼고, 이 말은 내가 어떤 도전 앞에 설 때마다 나를 안내해주는 길잡이 같은 말이 되어 주곤 했다.
그러나 이런 나에게 어느 날 시련이 찾아왔다. 육아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무슨 마음인지도 잘 인지하지 못하다가 우연히 이것이 무기력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일반적인 심리학 서적이나 우울을 다룬 책은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처럼 무기력만을 집중해서 다룬 책은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나의 무기력은 대체 어디서 생겨 났고, 왜 생겨 났으며, 이대로는 왜 안되는지, 또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알기를 원했다.
이 책은 다행히도 나의 모든 질문에 대한 매우 친절한 답변서 역할을 해주었다. 책의 1부에서는 어떻게 무기력에 빠져드는지 즉, 어떤 상황에서 생겨나는지에 대해 다루고, 2부에서는 무기력과 효능감의 메커니즘에 관하여, 마지막 3부에서는 무기력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효능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 이 책의 제목처럼 그저 숨이 붙어 있어서 사는 것이 아닌, 하루하루의 평범한 삶 속에서도 나름의 보람을 찾고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분명히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의 무기력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또 내게 맞는 극복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이 의미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