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강의를 듣는 중에 교수가 했던 시덥잖은 농담이 떠오른다. 종교개혁자들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칼빈(예전에는 다 그렇게 불렀다)은 말 그대로 칼로 빈(벤) 것 같은 성격이고, 그의 제자 베자는 칼빈의 충실한 제자여서 칼(빈)로 베는 걸 잘 해서 <베자>다‘라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츠바이크는 이런 칼뱅의 가혹한 특징을 부각시켰다. 정말 칼뱅에 대한 혹독한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데, 어쨌든 칼뱅은 권력을 지닌 ˝광신적인 독선가˝였다는 게 핵심이고, 이를 세르베투스가 당한 화형과, 카스텔리오와의 대립을 통해 그의 면모를 드러냈다.
칼뱅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몇몇 복음주의 계열에 있는 신학자들이나, 칼뱅을 자신들의 교파의 시초로 여기고 숭배하는 이들의 변론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츠바이크의 평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사실 칼뱅이라는 인물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칼뱅이 제네바의 학살자까지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칼뱅의 이상사회가 ˝엄격한 성서독재˝국가라는 평가는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츠바이크는 자신의 평가가 너무 지나쳤다 싶었는지 뜬금없이 극과 극은 만난다고 하며, 칼뱅주의 체계가 후에 이상한 방식으로 변해 자유의 이념이 되었다고 하면서, 후에 ˝칼뱅의 종교가 법칙이 되어버린 곳에서 카스텔리오의 이념도 실현˝되었다고 마무리한다.
한국에서는 칼뱅에 대한 비판이 약간 기묘한 쪽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또 다른 유형의 광신집단인 신천지가 칼뱅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라는 점에서 그렇다. 카스텔리오가 그 당시 이단으로 취급받았던 사람들과 어울린 것이 빌미가 되어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부분에서 깊은 마음의 울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자기네들도 칼로 빈 상처가 있을테니까. 카스텔리오는 자신의 소환에 어리둥절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