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역사적 예수 -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앤서니 르 돈 지음, 김지호 옮김 / 도서출판100 / 2018년 9월
평점 :
이 책은 부제가 오히려 제목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역사적 예수 연구보다는 오히려 방법론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포스트모던‘ 역사가임을 강조하며, 역사적 예수도 이러한 방법으로 연구할 것을 제안한다. 포스트모던한 역사 서술 방식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의 기억이 굴절되고 왜곡된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 기억의 불완전성이 역사적 예수를 파악할 수 있는 창이 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성전을 허물고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라는 발언은 예수가 한 발언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마가복음과 요한복음에서 각각 다른 맥락으로 나타난다. 마가복음에서는 누군가가 예수를 모함했는데, 이 사람이 ‘예수가 성전을 허물고 사흘만에 세운다고‘ 고발한 것처럼 나오는데 반해, 요한복음에서는 예수가 이 말을 직접했지만 그것은 은유적인 표현, 그러니까 자신이 죽고 나서 사흘 만에 부활할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차이를 저자는 굴절과 왜곡이라는 말로 나타내는데, 이것은 각 복음서 저자들의 신학적 숙고와 의도적인 반-기억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은 반복되며 일종의 내러티브 기억을 구성한다고 설명한다. 예수에 대한 기억이 이런 방식으로 다양하게 가지를 쳐 뻗어나간다.
역사적 예수 연구 자체는 기존의 역사비평 신학자들의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기억이론을 차용함으로써 예수에 대한 연구가 단순히 해체작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상황에 처해 있는 공동체에게 유의미한 내러티브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억굴절을 책에 구현하려고 했던 것인지, 구성이 다소 산만하고, 역사적 예수 연구 자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위에 언급한 성전 해석만으로 충분히 유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