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키튼 18 - 꿈을 캐는 사람 (완결)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가쓰시카 호쿠세이 스토리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평범한 사내의 등뒤로 보이는 무슨 유적과도 같은 풍경 그리고 새카만 바탕에 'MASTER KEATON'이라는 제목이 주는 미묘한 늬앙스에 중세를 비롯한 역사적인 미스테리를 쫓는 내용겠거니 지레 짐작을 하며 집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완전 헛다리를 짚은 것은 아니었지만 정답도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대학의 고고학 시간강사인 키튼은 부업으로 보험조사원으로 활동한다. 고고학자로서 도나우강 유역이 문명발상지 중에 하나였음을 이론적으로 확립하고자 하는 학문적인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변변한 대학의 강사자리 따내기도 힘들다.

반면 부업인 보험조사원으로서의 키튼은 탁월하다. 보험금을 지급해야할 경우 조금의 의문이라도 있을 경우 보험수취인의 정당성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는 것이 바로 보험조사원인데, 이 보험이라는 것이 대개 막대한 보상을 바탕으로 성립되는 계약인만큼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한 범죄(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고를 가장한 타살)가 많은 만큼 보험조사원은 탐정이상의 사건판단능력과 현실대처능력이 필요하다.

즉 말이 보험조사원이지 일종의 해결사다. 그런데 이 어눌하게 생긴 키튼 아저씨, 알고보니 영국 특수부대 SAS의 서바이벌 교관 출신이었다. 즉 어릴적 컬리가 열광해마지 않던 맥가이버와 진배없는 현실대처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고대는 물론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마저 어우러져 언제나 훌륭하게 문제를 해결해낸다.

키튼은 사건의 현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지만 대학사회에 존재하는 인습-뇌물을 비롯한 논문 대필 외…- 앞에서는 끝끝내 적응하지 못해 언제나 주변만을 맴돈다. 그래서 만화책 속의 키튼이라는 인물을 따라가다보면 문득 어른이 되어버린 피터팬의 모습이 떠오른다. 후크선장과 당당히 대적할만큼 담대하고 강하지만, 어른들의 세계에 난무하는 권모술수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피터팬. 그럼에도 키튼과 스쳐지는 인물들은 대개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인정한다.

현실 앞에서는 나약하기 이를 데 없지만 사람들을 위한 일에는 언제나 발벗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키튼 그리고 그를 아껴주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른이 되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이라도 마음 한구석에는 어린 시절의 피터팬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마스터 키튼에는 굉장히 특별한 일상들이 펼쳐지지만, 그러한 특별함 속에 담겨있는 가장 일상적인 사람들의 고민과 아픔이 담겨있기에 너무나도 일상적이다. 그래서 마스터 키튼은 아주 일상적인 특별함(Special)으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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