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이상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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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오면 항상 기본적으로 드는 마음이 있다. 어린 시절엔 지난 1년의 게으름에 대한 가벼운 반성과 곧 인생에 뭔가 변화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가득 찬 새해의 다짐을.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는 인생의 고통과 힘듦에 대한 한숨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인 새해. 한숨과 새해 사이에서 느끼는 심연의 그것에 이름을 붙이면 불안이 아닐까? 이런 불안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어느 순간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리는 줄도 모르고 잃어버린 채 정처 없이 걷기만 하게 된다. 이런 걸 나는 심장이 뛰는 좀비 같다고 표현한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순간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돌아보며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매년 연말마다 이 상태를 반복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무척 혼란스러워 그냥 손을 놓은 채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젠 뭔가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책 한 권, 좋은 장소, 기억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영화를 찾아서 보는 방법을 찾았다. 작년엔 열 번도 넘게 본 영화를 꺼내어 봤는데 이번에는 다 알지만 살면서 놓친 삶의 지혜들을 잔뜩 머금은 책을 선택했다. 바로 살아갈 힘을 주는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이다.

개인적으로 서양 철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지 않을까? 학교 다닐 때부터 암기 과목에 취약했던 나였기에 외워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이미 공기 속으로 날아간 외국인의 긴 이름은 아무리 되뇌어도 잘 외워지지 않았다. 아마 조심스럽게 예상하자면 나와 같은 사람이 꽤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유명인의 이름이 붙어 있는 책이면 바로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이번 연말엔 마음이 너무 공허해서인지 홀린 듯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작은 목소리로 고백하자면, 생소한 나머지 처음 책이 왔을 때 책을 마주하고 앉아 겁이 나서 한참 동안 첫 장을 펴지 못했다.

아마 제목만 듣고 나 같은 반응을 일으키는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이 책은 어려운 이론을 해석해 놓은 그런 유의 책이 아니었다.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가볍지 않은 성인용 명심보감 혹은 성인용 탈무드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주제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비슷한 책이 많다고 하겠지만 차이점이 있다. 꽤 직설적이며 현실적이라는 것. 아름답게 포장하고 착하게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즉, 인류의 혹은 공동체의 행복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 자신의 행복만을 위한 촌철살인 같은 말들이 나열되어 있다. 사람을 MBTI로 구분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굳이 구분을 해보자면 한 줄 한 줄에서 T 성향 특히 냉철한 NT 적 성향이 많이 드러나서 만족스러웠다. 사실, 읽으면서 굉장히 끌렸는데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서평을 쓰면서 비슷한 성향이 그 이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인간관계였다. 노력을 해도 묘하게 어긋나는 오해로 인하여 언제나 상처를 많이 받았고, 해답을 찾기 어려워 허덕이는 편이었다. 당연하게 대인 관계를 잘 맺어보기 위한 책도 여러 권 읽어보았다. 대부분의 책이 타인에게 이렇게 대하라는 말이 많았는데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에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생각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서술하였다. 이런 특색으로 인하여 현대의 개인주의 시대를 사는 사람에게 매우 매혹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사람을 견디는 법을 배우려면 무생물을 상대로 자신의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무생물은 역학적·물리적 필요에 의해 완강하게 우리의 행동에 저항한다. 그러한 기회는 언제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인내를 인간에게 적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행동에 분개하는 것은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길 위에 굴러온 돌멩이를 보고 화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짓이다. 나는 그들을 바꾸지 않을 것이도, 그렇게 그들을 이용할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 p.165

이 말을 오해할 수도 있어 잠깐 덧붙이자면, 이 말은 타인을 냉혹하게 대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 자신도 특색을 가진 하나의 인간이며 타인도 그들만의 개성과 능력을 가진 인간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이기적이기에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기보다는 다름에 거부감을 일으키며 다름의 간극이 커질수록 다툼과 싸움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므로 간극이 크고 그 개성이 한심하거나 최악이거나 우스꽝스럽다고 배척하고 화내고 싸우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능력과 특성을 잘 찾아내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더불어 살아가라는 말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본문의 글과 나의 해석 글 사이의 차이만 보더라도 얼마나 독자로 하여금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 삶을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서술해 놓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뒤로 넘어가면 학생과 교사, 독서, 교육, 생존, 나이 먹음, 죽음, 인생의 본질에 관련된 내용까지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하며, 모르면 마음의 가난을 경험하게 되는 내용들이 가득 차 있었다. 심리적 공허함, 고통, 뭔지 알 수 없는 것으로 인한 한숨, 급변하는 미래로 인하여 불투명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팬데믹의 제한이 풀리면서 발생한 혼란, 어려워진 경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전쟁 등으로 얼룩진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에 읽으면 더 의미가 깊을 것 같다. 2024년을 고통으로는 조금 더 가벼워지고, 자신감과 자존감으로는 꽉 차 묵직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실천이지 않을까? 2024년은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나의 힘으로 내 인생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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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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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에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산 낯선 작가의 책이 있었다. 제목도 세련보다는 뭉툭함이 느껴질 정도여서 내용에는 기대가 없었지만, 인테리어 용으로 두기에 너무 컬러가 예뻐서 구매했다. 그리고 한동안 책꽂이에 꽂아 놓은 채 잊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읽게 된 책. 바로 오베라는 남자였다. 첫 느낌을 말하자면 작가가 남자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이 뭉툭 뭉툭하였다. 투박하다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책장이 넘어가면서 날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주말을 쏟아부은 책이다. 이때부터 나는 이름조차 생소한 프래드릭 배크만이라는 작가에 빠져버렸다. 이후 나오는 책들을 꾸준하게 읽다가 이번에 위너를 손에 잡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이 겨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

책의 표지부터 겨울이다. 눈이 오고 온통 얼음과 상록수로 둘러 싸인 마을의 전경이 표지이다. 차가운 눈이 내리지만 너무나도 포근한 느낌에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세상의 나쁜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을의 모습이다. 물론, 책 내용은 표지와 달리 가슴 아픈 일도 여러 가지가 발생을 하며 이를 극복하여 나가는 이야기이다. 2권으로 된 장편 소설이지만, 아직 1권 밖에 읽지 않아 해결 과정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1권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의 가슴에 얼음을 녹일 모닥불이 돋는 결과를 모두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절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책

표지를 넘기면 처음 나오는 것이 목차가 아니라 위너의 인물 설명과 관계도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이렇게 친절하게 인물에 관하여 따로 나오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어 생소했다. 하지만, 처음 몇 챕터를 읽으면서 작가님의 친절함에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 편에 속한다. 아마, 필력이 부족한 작가라면 하나의 이야기로 묶기 힘들 정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님의 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서로의 삶이 연결되어 있어 읽다가 보니 인물 관계도가 저절로 머리에 그려졌다. 그리고 사건도 꽤 많은 편에 속한다. 사람 개개인마다 사건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여느 작가들처럼 주인공의 사건에만 중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 주민을 주인공으로 두고 수많은 사건을 서로 엮으면서 모든 사람을 극 중에 나오는 인물이 아닌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은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 놓았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처럼 하나의 사건을 두고 영상화를 하게 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절반도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소설 속이 아니라 조금 먼 곳에 존재할 것 같은 마을과 사람들의 삶을 풀어 놓은 책

프레드릭 배크만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꾸미지 않은 날 것의 이야기가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더 소설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위너 속 등장인물들은 어느 하나 100% 완벽하게 멋있거나 행복하거나 잘났거나 하지 않는다. 멋있는 것 같으면서도 알고 보면 허당이고, 이타적인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이기적이며, 행복해 보이지만, 각자의 불행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완벽해 보이지만, 의외로 손도 대지 못할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정말이지, 완벽한 사람이 단 하나도 없으며, 아름다운 이야기만 존재하지도 않는다. 성폭행, 협박, 횡령 의혹, 미움, 폭력, 죽음까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아픔이 다 나온다. 그래서 읽으면서 만들어진 마을이 아니라 정말 옆 마을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아름다운 판타지도 좋지만, 이렇게 잘 쓴 일상 이야기 같은 소설은 여운을 더 깊게 남기는 것 같다.

건조한 요즘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

읽으면서 같이 화내고,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같이 가슴 아파하다 보니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책의 1/3은 10대가 주인공이며 1/3은 학부모이며 나머지는 마을에 언제나 존재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느 누가 읽더라도 감정 이입이 될 것이라 감히 장담한다. 표면적으로는 연령대도 다양하며 직업군도 다양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하키와 숲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며 서로 싸우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조금 깊게 들어가 보면 일이든, 사람이든 죽을 만큼 사랑해 본 사람들의 열정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올해는 엘니뇨 때문에 좀 덜 추운 겨울이라고 하지만, 겨울이 오면 누구나 마음 한켠이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가족, 타인, 일, 목표, 꿈 등등으로 말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이런 느낌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아마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꽉 찬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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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노멀 -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글로벌 트렌드 HOT 30
로히트 바르가바.헨리 쿠티뉴-메이슨 지음, 김정혜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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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희선 작가님의 도쿄 트렌트 인사이트를 읽으면서 세상이 스스로 감지하고 있는 것보다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을 인지하면서 미래의 무지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미래와 관련된 책을 일부러 더 찾아서 읽는 편이다. 퓨처 노멀도 이런 맥락에서 선택하였는데, 그 내용은 상상했던 것과 달리 바로 앞의 미래가 아니라 좀 더 먼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책의 소개에는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글로벌 트렌드 HOT 30이라고 나오지만, 이 문구는 책 내용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문제와 이를 대하는 인간과 기업의 방향에 파격적인 미래의 기술을 입힌 변화를 말하고 있어 내용의 스케일이 매우 큰 편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의 상상력과 인지력의 폭이 좁아서인지, 작가가 너무 파격적인 결과를 설명해서인지 어떤 부분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어떤 부분은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었다. 책 전반에는 저자의 주장과 이런 흐름을 걷고 있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무려 먼 미래의 예상이지만, 생각보다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면 이런 두루뭉술한 설명보다는 30개의 내용 중 동의의 유무를 설명할 수 있는 2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먼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다. 7챕터에 나오는 사이키델릭 웰니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이키델릭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정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환각제 약물을 말하며 특히 치료용 정신 치료 약물을 가리킨다. 저자는 여기에서 현재 임상실험에 성공했거나 성공해서 합법화가 되었거나 임상시험 중인 예시들을 보여준다. 몇 가지 약물 중 미국은 실로시빈을, 이스라엘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를 위한 MDMA-일명 엑스터시-의 임상 실험을 승인, 싱가포르는 주요 우울장애에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동물 전신마취제로 사용 중-사용을 합법화했다. 이런 약물들은 1회 성 사용만으로 그 효과가 굉장히 좋다고 나오며 이런 목적으로 사이키델릭을 합법화하고 정신 질환에 사용하기 위하여 수많은 기업들이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사이키델릭을 널리 사용하게 될 가능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러나 처방을 통하여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에 의존하는 제약 산업의 반대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사이키델릭에서 두 가지 문제가 보였다. 먼저 현재도 정신 질환 치료를 위한 약물의 남용과 환각성 마약의 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뉴스나 미디어에 자주 나오는 미국의 펜타닐의 문제점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사이키델릭 화합물이 합법화된다면 경제와 정치력과 기술을 가진 상위 1%가 지구상의 모든 인간 99%를 조종 가능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영화 The Giver가 극단적인 예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른 하나는 제약 회사의 반대라는 부분이다. 현재까지 제약회사의 교묘함은 일반인이 알지 못할 정도로였다. 처방전의 반복성이 사라진다고 저자는 말하지만, 오히려 중독에 의한 처방전의 반복성이 끊임없이 발생하도록 약을 만든다면 오히려 제약회사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사안이 아닐까 한다. 법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의외로 법은 범죄 규정에 대하여 단순한 편이고 지구상의 수많은 변호사는 이 단순함에서 틈을 찾아 언제나 승소하고 있다. 과연 거대 제약회사들이 일반인을 상대로 이런 행위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이키델릭에 관한 파트는 암이나 특정 상황에서 효과가 있다고 하여 함부로 승인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으로 매우 동의하지만, 두려움이 엄습하는 파트인 날씨 만들기 섹션이다. 여기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범인이 탄소만이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바로 북극의 해빙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흰 눈과 얼음은 빛을 반사하는 성질이 강한데 현재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반사되는 햇빛이 줄어들어 지구가 흡수해야 하는 태양열이 더 많아지는 것을 하나의 예로 든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하여 북극을 재빙하여 햇빛을 우주로 다시 반사시켜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것을 말하며 이것이 지나치게 성공하게 되면 영화 설국열차가 현실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제기하고 있다. 뭐가 되었건 의도를 벗어난 결과는 인류의 멸종을 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흥미를 가지고 읽으면서도 소름이 끼쳤다.

작가도 이런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경고로 환상 산호섬들이 흩어져 있는 중앙 태평양의 도서국인 키리바시의 대통령을 역임한 아노테 통의 말을 인용한다.

"지구 공학은 우리가 기술의 힘을 빌려 자연을 우리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우리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죠. 지구공학이 지금껏 우리가 자초해 놓고서는 이제 와서 치유법을 찾고 싶어 하는 재양에 대한 답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구 공학이냐 전멸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지구 공학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퓨처 노멀 p.300

그 외에 이 파트에서는 구름 파종을 직접 사용한 예도 나온다. 구름 파종은 구름에 특정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인데 가장 최근에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비가 내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이 구름 파종을 역으로 사용한 것이다. 물론, 구름 파종을 사용한 예는 이것보다 더 많이 나온다. 처음 사용한 것은 당연하게 좋은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어서 꽤 유감이었다. 결과를 떠나 이 섹션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 원피스가 생각날 정도로 신기였다. 매 챕터에서 상상력이 발동되지만, 특히 이 챕터는 더 인상깊었다.

마지막에 작가의 나오며에서는 미래란 예측할 수 없다는 통념이 완전한 진리는 아니라는 깨달음이라고 하며 퓨처 노멀에서의 주인공은 얼핏 보면 테크놀로지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우리의 독창성과 우리가 함께 힘을 합칠 때 이룰 수 있는 성취가 주인공이라고 한다. 한 해나 몇 해 후의 구체적인 트렌드를 말하는 책은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퓨처 노멀처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어렵지만 한 걸음씩 발전하고 있으며 이것이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책은 많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사업에 손을 댈 생각은 없기에 투자자의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꼼꼼하게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보니 이 책은 미래의 사업가나 투자자에게도 중요하지만, 지구에 발바닥을 대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인용해 놓은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서평을 마치려고 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이 변할지 묻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 10년 후에도 무엇이 변하지 '않을지' 묻는 사람은 거의 없죠. 사실을 말하면 두 번째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퓨처 노멀 p.318

여기에서 변하는 것은 기술일 것이며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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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소유하고 더 사랑하라 - 소유를 버리고 여유를 만나다
조슈아 필즈 밀번.라이언 니커디머스 지음 / 데이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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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새해를 시작하기 전 사람들이 대대적인 집 청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평균적인 인간이기에 연말이 되면 가지고는 있지만, 몇 년째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처분하거나 버리려고 노력하지만, 망설이다가 어느 순간 다시 상자 속으로 넣어 보관하기 일쑤이다. 사실, 기본적으로 정리가 잘 안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연말에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이런 망설임을 줄이고 싶어 데이원에서 출간된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의 덜 소유하고 더 사랑하라라는 책을 선택했다.

제목에 이끌려 잡은 책인데 단순하게 환경과 물건에 대한 정리 즉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인 줄 알았지만 책장을 넘기다가 보니 스스로를 고심해 볼 수 있는 철학적인 부분이 많았다. 특히 눈에 많이 들어온 부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을 위해 정리해야 하는 것들에 관하여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갈피를 못 잡는 사람들을 위하여 스스로에게 할 질문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관한 나열들이었다. 그렇다고 간단한 문답식이나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처럼 명령하는 듯한 기색은 없으며 이런 유의 책을 정말 싫어하는 나에게조차 거부감이 그다지 들지 않는 편이었다. 오히려 질문 파트에서는 자기 객관화를 위한 고민을 깊게 하고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편이었다.

내용을 소유라는 단어로 인하여 물건에 관한 내용으로 오해받기 쉽지만 그뿐만 아니라 진실, 자신, 가치, 돈, 배움, 창의력, 사람 등등 인생 전반에 걸쳐 매우 폭넓은 소유와 미니멀리즘에 관한 글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소유의 양이 커질수록 우리의 내면은 행복보다는 불안, 힘듦, 고통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런 심리적 불편함의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더 많은 소비로 인한 소유로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고 하는 악순환을 겪는 아이러니를 경험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다가온 파트는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이었다. 평소에 가장 약한 부분이어서 더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삶이 힘들어질 때 이 부분은 다시 펴서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을까 한다.

처음엔 소유 자체가 불행을 가져온다고 생각했었으나 점점 읽다가 보니 과도한 소유를 위한 소비가 가져오는 부채로 인한 것이 직접적 요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연속성을 끊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진정한 행복을 위하여 가치 지향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궁극적인 행복을 얻기 위하여 실질적으로 당장 실천해야 할 그리고 앞으로 삶이라는 여정을 걷고 있는 한 행해야 할 것들에 대한 방법을 담은 책이 바로 덜 소유하고 더 사랑하라이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이라면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와 달리 거부감을 덜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글자 상의 방법론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저자들이 직접 행하면서 배운 것들을 일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공감대가 더 많이 형성되었다. 또한, 뛰어넘기 힘든 높은 허들의 사고와 인내와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 아닐까 한다. 신년 계획을 세울 때 조금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리와 궁극적 행복을 추구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이 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사람을 사랑하고 물건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랑하고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덜 소유하고 더 사랑하라 p.57

이 말은 언제나 마음속에 새겨 놓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뽑아온 문장이다. 그리고 또 하나 본문을 시작하기 전 들어가며를 시작하며 이런 말이 나온다.

삶을 단순화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10년 전이었다면,

그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에게 이렇게 주문을 걸었다. "내일의 나는 신뢰할 수 없으며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게으르다. 그러니 오늘의 나에게 삶의 단순화를 맡기자!!!" 올해가 20여 일 남았습니다. 공허한 행복을 위해 허우적거리지 말고 책의 내용처럼 실질적인 행복을 위하여 첫걸음을 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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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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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면서 매번 뉴스를 장식하는 큰 사건의 뒤에 따르는 조현병, 멀쩡한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인기 스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우울증에 답답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평소에 정신의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게다가 이런 마음의 병은 신체적 질환과 달리 명확한 근거 제시와 처방전을 내릴 수 있는 분야가 아니며, 심지어 어떤 경우 타인의 말 한마디에도 치료가 되는 때도 있어 미스터리한 영역이기에 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한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할 때 기대했던 것과 실제 읽었을 때의 갭이 너무 커서 읽으면서 혼란이 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 읽고 났을 때는 묘하게 후련함이 있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수재나 캐헐런의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로 함께 들어가 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500페이지라는 두꺼움이다. 첫 장을 펼쳤을 때 과연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첫 페이지부터 상상도 못한 흥미진진한 실험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제목 그대로 과거 미국의 정신 병원의 문제를 파헤치기 위하여 데이비드 로젠한 교수가 기획한 정상인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인 척하여 정신 병원에 입원하면서 겪는 실험이다. 놀랍게도 실험에 참가한 사람 전체가 말도 안 되는 증상을 말하고 30여 분 안에 모두 정신 병동에 수용되었다. 이후 상황은 갇혀 있는 동물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찰스 디킨스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두 도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렇게 구조적으로 흐트러짐이 없는 장편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것에 감탄하여 인생 책으로 언제나 첫 번째로 꼽던 책이 두 도시 이야기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본문을 읽는데 이런 내용이 나온다.


"1842년 그곳을 찾은 찰스 디킨스는 곧바로 섬의 

"게으르고 무기력한 미치광이 집의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디킨스는 나중에 어린 여배우와 눈이 맞아 부인을 보호 수용소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이런 곳이 어떤지 그가 알았음을 생각할 때 참으로 극악무도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존경했던 작가에 관한 실망스러움에 배신감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생각보다 가벼운 내용에 속할 정도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의 진실이 책장이 넘어가면서 드러났다. 심지어 미디어나 수많은 책, 그리고 강연에서 사용되던 실험들의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과연 세상에서 믿을 만한 것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문에 휩싸이게 되었다.


​같은 해 나중에 협회는 정신과 의사들에게 설문지를 보내는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편람에 포함할지 말지 의견을 물었다. 

(동성애를 지어낼 수는 없었다.) 

배제하는 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질환'을 설문조사를 통해 뺄 수 있다는 발상은 

정신의학 분야 전체가 얼마나 얄팍하게 돌아가는지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정신의학 진단 자체가 자의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로젠한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의사들이 골절이나 암을 설문 조사를 통하여 병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정신적인 문제에 대하여서는-문제가 맞기는 한지도 의문이지만- 꽤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조현병이나 알츠하이머가 없는 병도 아니고, 있다고 해도 꽤 불분명하게 지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달까. 심지어 작가인 수재나 캐헐런은 스물네 살의 나이에 '자가면역 뇌염'에 걸렸으나 조현병 진단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을 뻔한 오진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러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였으나 구제받지 못한 다른 사람을 보고 오진에 대한 경고를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데이비드 로젠한을 연구하면서 이 책을 썼다.


​개인적으로 서평을 쓸 때 책의 줄거리를 쓰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줄거리를 써 놓은 블로그 글도 읽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글은 스스로 읽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꽤 줄거리를 썼다. 이유가 있다. 위에 쓴 내용이 이책의 주된 내용이 아니라 도입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책의 흐름은 이 도입부와 달리 꽤 충격적으로 흘러간다. 아마, 그래서 더 책을 손에 놓지 못하고 새벽까지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재미있게 읽었던 분이라면 방향성과 분위기가 매우 다르지만, 이 책의 첫장을 펴는 순간 마지막까지 숨도 쉬지 않고 읽을 것이다. 자신의 뇌에 대하여 인생의 마지막까지 자신 있는 분이 아니라면 반드시 이 책을 펼쳐보길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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