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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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면서 매번 뉴스를 장식하는 큰 사건의 뒤에 따르는 조현병, 멀쩡한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 인기 스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우울증에 답답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평소에 정신의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게다가 이런 마음의 병은 신체적 질환과 달리 명확한 근거 제시와 처방전을 내릴 수 있는 분야가 아니며, 심지어 어떤 경우 타인의 말 한마디에도 치료가 되는 때도 있어 미스터리한 영역이기에 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한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할 때 기대했던 것과 실제 읽었을 때의 갭이 너무 커서 읽으면서 혼란이 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 읽고 났을 때는 묘하게 후련함이 있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수재나 캐헐런의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로 함께 들어가 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500페이지라는 두꺼움이다. 첫 장을 펼쳤을 때 과연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첫 페이지부터 상상도 못한 흥미진진한 실험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제목 그대로 과거 미국의 정신 병원의 문제를 파헤치기 위하여 데이비드 로젠한 교수가 기획한 정상인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인 척하여 정신 병원에 입원하면서 겪는 실험이다. 놀랍게도 실험에 참가한 사람 전체가 말도 안 되는 증상을 말하고 30여 분 안에 모두 정신 병동에 수용되었다. 이후 상황은 갇혀 있는 동물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찰스 디킨스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두 도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렇게 구조적으로 흐트러짐이 없는 장편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것에 감탄하여 인생 책으로 언제나 첫 번째로 꼽던 책이 두 도시 이야기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본문을 읽는데 이런 내용이 나온다.


"1842년 그곳을 찾은 찰스 디킨스는 곧바로 섬의 

"게으르고 무기력한 미치광이 집의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디킨스는 나중에 어린 여배우와 눈이 맞아 부인을 보호 수용소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이런 곳이 어떤지 그가 알았음을 생각할 때 참으로 극악무도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존경했던 작가에 관한 실망스러움에 배신감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생각보다 가벼운 내용에 속할 정도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의 진실이 책장이 넘어가면서 드러났다. 심지어 미디어나 수많은 책, 그리고 강연에서 사용되던 실험들의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과연 세상에서 믿을 만한 것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문에 휩싸이게 되었다.


​같은 해 나중에 협회는 정신과 의사들에게 설문지를 보내는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편람에 포함할지 말지 의견을 물었다. 

(동성애를 지어낼 수는 없었다.) 

배제하는 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질환'을 설문조사를 통해 뺄 수 있다는 발상은 

정신의학 분야 전체가 얼마나 얄팍하게 돌아가는지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정신의학 진단 자체가 자의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로젠한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의사들이 골절이나 암을 설문 조사를 통하여 병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정신적인 문제에 대하여서는-문제가 맞기는 한지도 의문이지만- 꽤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조현병이나 알츠하이머가 없는 병도 아니고, 있다고 해도 꽤 불분명하게 지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달까. 심지어 작가인 수재나 캐헐런은 스물네 살의 나이에 '자가면역 뇌염'에 걸렸으나 조현병 진단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을 뻔한 오진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러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였으나 구제받지 못한 다른 사람을 보고 오진에 대한 경고를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데이비드 로젠한을 연구하면서 이 책을 썼다.


​개인적으로 서평을 쓸 때 책의 줄거리를 쓰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줄거리를 써 놓은 블로그 글도 읽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글은 스스로 읽고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꽤 줄거리를 썼다. 이유가 있다. 위에 쓴 내용이 이책의 주된 내용이 아니라 도입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책의 흐름은 이 도입부와 달리 꽤 충격적으로 흘러간다. 아마, 그래서 더 책을 손에 놓지 못하고 새벽까지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재미있게 읽었던 분이라면 방향성과 분위기가 매우 다르지만, 이 책의 첫장을 펴는 순간 마지막까지 숨도 쉬지 않고 읽을 것이다. 자신의 뇌에 대하여 인생의 마지막까지 자신 있는 분이 아니라면 반드시 이 책을 펼쳐보길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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