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 -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400년 대만의 역사 드디어 시리즈 2
우이룽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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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이라고 하면 벌거벗은 세계사 사건 편 2에서 쿵샹시, 쑨원, 장제스와 결혼한 세 자매 이야기에서 잠시 다룬 것처럼 국공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 장제스가 후퇴한 곳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양쪽이 모두 중국으로만 느껴지는데 서로 간에 잡아먹을 듯이 날을 세우는 것을 보고 이들의 그 이전 역사가 늘 궁금했었다. 운 좋게 이번에 큰별쌤 최태성 강력 추천 도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현대지성에서 출간한 우이룽의 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을 접하게 되었다.







중국이라는 큰 타이틀에 가려져 우리는 타이완의 역사가 상당히 길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우리나라보다 짧은 이력을 지닌 나라였다. 우리나라의 구석기가 70만 년 전에 시작된 것과 달리 이들은 약 5만 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문자가 없어 실질적으로 기록된 내용은 400여 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래서 책의 표지에 '400년 대만의 역사'라고 나온다. 물론 문자로 기록되기 이전에도 사람들이 살았으며 이들의 삶을 알 수 있는 것은 신화였다.






이들에게 문자가 생기기 시작한 계기는 뒤늦게 식민지 전쟁에 뛰어든 네덜란드 덕분이다. 포르투갈은 마카오를 스페인은 마닐라를 점령한 상태에서 네덜란드는 자카르타를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평후 제도를 공략한다. 당시 평후 제도는 명나라 영토였으며 명나라는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깔끔하게 네덜란드를 몰아낸다. 이때 선심 쓰듯이 던져준 곳이 바로 대만이다. 1624년 동인도 회사는 타이완 남부의 타이난시에 상륙하여 문자로 기록이 남아 있는 최초의 정권을 수립했다.







중개 무역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명나라에서 내려온 정성공에 의하여 네덜란드의 대만 통치가 막을 내렸다. 정성공의 손자인 정극상이 나라를 다스리던 이곳을1683년 청나라의 강희제가 공격하여 함락한다. 막상 함락하고 보니 본토에서 멀어 통치하기가 쉽지 않아 오히려 고민에 휩싸인 강희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인 사람이 많으면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한족의 대만 이주를 엄격하게 제한한다.(사실상 금지에 가까운 말장난 법령임)






결국 사람들은 밀항을 한다. 가다가 죽고, 도착해서 죽고 살아남은 사람은 소수일지라도 도착 후 온통 산인 이곳을 개간 허가를 받아 개간만 하면 자신의 땅이 생기니 열심히 밀항을 했다. 이들은 글자를 모르는 원주민들에게 사기 계약을 하여 대부분의 땅을 빼앗아 자리를 잡는다. 1874년 모란사 사건이 발생하여  청은 일본에 피해 보상금과 일본군이 설치한 시설물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로 했다. 그 이후에는 우리가 잘 아는 사건들이 나온다. 청일 전쟁에서 패한 청은 일본과 시모노세키 조약을 맺으며 대만을 이양한다. 







읽기 전에는 이들도 일본의 식민지였고 우리나라도 같은 길을 걸었으니 공감대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양하여 누가 지배하든 상관없다는 마인드의 사람들과 독립 항쟁을 하여 주권을 되찾겠다는 사람들의 차이였을까? 이들도 일본의 만행에 여러 아픔이 있었지만 의외로 우리와는 조금 다름이 느껴졌다. 심지어 우리는 강제징용이지만 이들에게는 일본이 자체적으로 군대에 지원하고 창씨개명한 사람들에게는 경제적 특혜를 주어 자발적으로 이를 따른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사실, 중국과 대만이 싸우는 것을 단순하게 경제적 논리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속 사정을 알고 나니 안타까움이 매우 커졌다. 1969년 전까지 미국은 공산주의인 중국보다 자유민주주의 노선을 택한 대만 편에 서서 수많은 지원을 해주었다. 최대 강대국인 미국의 친구라는 자리는 역사가 짧고 계엄령이 내려져 불안한 국내 정세임에도 70개의 국가가 수교를 맺었다. 그러나 1969년부터 미국과 중국이 물밑에서 교류를 하며 2년 뒤 국제 사회에 이들의 관계를 공표하면서 자그마한 섬나라와의 수교를 거의 다 끊은 셈이다.





이 사태 이후 UN에서 진짜 중국은 본토라는 것을 나타내려는 움직임에 1972년에 UN에서도 탈퇴한다. 이 사건 이후 다음 해에 일본이 단교했으며 우리나라도 1992년 단교한다. 작가는 말한다. 2023년 3월 기준 이들의 수교국은 13개밖에 남지 않았다고. 대한민국은 191개, 중국은 181개, 심지어 북한도 156개국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이렇게 해 놓고 2022년 낸시 펠로우 미국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는 쇼를 펼치다니 정말 외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이 이익만 있다는 말이 이렇게 실감 날 수가 없었다.






큰별쌤 최태성 강력 추천 도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현대지성에서 출간한 우이룽의 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은 작가가 실제 교사여서인지 체계적이고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학생들을 가르치듯 섬세하게 설명한다. 이들의 역사나 국제 정세, 지정학적 위치로서의 힘, 중국과의 갈등 원인 등이 궁금하신 분께 추천한다. 읽기 전에는 그냥 중국 아래의 작은 섬, TSMC가 있는 곳, 등 돌린 미국마저 포기할 수 없는 곳 정도로만 알았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많은 부분이 비교가 되어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드디어만나는대만사수업 #우이룽 #최태성강력추천도서 #현대지성 #드디어시리즈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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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 일력 365 (스프링) - 글에 품격을 높이고 말에 우아함을 더해주는
서선행.이은정 지음 / 윌마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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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 되면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나 달력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보통 인터넷 서점이나 출판사에서 제작하는 것 중 내용이 명언이나 인상 깊은 책 속 한 문장으로 된 것을 선택한다. 이미지까지 이쁘면 금상첨화인 셈. 올해는 내가 아니라 일력이 나를 찾아왔다. 출판사 윌마에서 출간한 서선행, 이은정 작가의 어른의 어휘 일력 365이다. 그것도 한참 어휘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하는 책이 유행을 하고 있고, 스스로도 이것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을 때에 맞춰서. 어떤 것이든 표지만으로는 알 수 없으니 속으로 들어가 보자.









출판사 윌마에서 출간한 서선행, 이은정 작가의 어른의 어휘 일력 365 첫 페이지를 열면 귀여운 꼬마 왕자가 등장하여 아리아리!를 외치고 있었다. 없는 길을 찾아주거나 막힌 길을 뚫어준다는 의미의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파이팅의 순우리말. 첫 페이지부터 모르는 단어라니 나 자신에게 잠시 실망했다. 하지만 꼬마 왕자가 말하지 않는가! 바로 마음을 고쳐먹고 혼자서 왼손을 불끈 쥐고 아리아리!를 외치며 다음 장을 펼쳤다. 소리 내어 입안에서 굴리다 보니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아 지인들에게 써먹어 보려고 마음먹은 단어이다. 






책은 맨 위에 날짜, 어휘, 의미, 예문, 같이 알면 좋은 말의 순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스페인, 아프리카 등지의 속담을 비롯하여 동양부터 서양까지 철학자들의 말이 게재되어 있다. 아래 이미지에 있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말이라는 생각에 원어로 된 것을 찍어왔다.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이다" 이렇듯 각자의 국적에 맞는 언어를 그대로 가져옴으로써 모국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와 학창 시절 배웠던 언어들의 추억 여행도 함께 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모르는 어휘들만 뽑아 의미를 알려주는 것도 좋았지만 같이 알면 좋다는 말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것은 유의어일 때도, 반의어일 때도, 비슷한 결인데 완전히 다른 의미인 경우도 있었다. 마지막의 대표적인 예는 자몽하다, 수박하다, 포도하다, 호박하다, 오이하다이다. 태어나서 들어본 게 몇 가지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자몽하다를 제외하고 단 하나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우리가 아는 그 야채와 과일의 의미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는 것.






예전에 어떤 어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언어를 배울 때 암기보다 자주 노출하는 것이 좋다고. 그래서 외국어를 배울 때도 줄기차게 문법과 단어 공부를 하는 것보다 원서를 많이 읽는 게 낫다고. 이 말을 우리는 영어 공부할 때 많이 들었는데 비단 외국어에만 국한된 말은 아닐 것이다. 하루에 한 단어씩 스쳐 지나가면서 매일 눈에 담다가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 우아한 말을 쓰는 자신을 상상해 보길.








EBS를 비롯하여 각종 미디어에서 한동안 청소년의 문해력 문제를 뜨거운 감자로 다루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2030세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예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정확하고 우아하게 사용한 말로 질타를 받는 것은 이젠 특별하게 들리지도 않는다. 뉴스 화면의 오타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정도이니. 이런 문해력을 키우는 처방전은 독서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 어휘이다.






각종 미디어에서 학교 수업 시간을 담은 영상을 올리는데 영어 시간에 문법, 독해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독해한 후 그 단어의 의미 설명을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어른이라고 다르게 생각하는가? 자신 있게 아니라고 힘든 것이 현실이다. 사실 나도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내가 국적이 한국인 한국인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모르는 어휘가 많았다. 문해력의 기본은 다가오는 2025년은 매일 출판사 윌마에서 출간한 서선행, 이은정 작가의 어른의 어휘 일력 365로 함께 공부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어른의어휘일력365 #서선행 #이은정 #윌마 #인문베스트셀러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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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노인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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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과목에 초점을 맞춘 입시 교육의 매너리즘에 빠진 우리의 일상에 교양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이나 책을 통하여 학교 다닐 때 배우지 못한 이 부분의 필요성이 적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시작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분들을 위하여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노인영 작가의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을 소개한다. 백지상태여도 좋겠지만 미술, 문학, 미술, 과학 등 어느 한 곳에 관심이 있다면 확장하기에 더없이 좋다고 확신한다. 



"과학은 앎으로써 지식이

배양되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적 사고체계가 삶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까지도

많은 이가 체감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p.9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노인영 작가의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은 총 52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첫 페이지에 미술가의 그림이나 조각이 한 점 이상씩 소개된다.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2만 5천 년에서 2만 년 전 작품으로 알려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이며 가장 최근의 것은 1993년의 앤드루 와이어스의 결혼까지 다양하다. 보편적으로 17세기부터 20세기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모두 수학, 건축, 천문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의학, 문학, 철학까지 다양한 학문과 연계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AI가 자신들이 만든 언어로

대화를 나누었기에 시스템을

강제 종료했다는 내용이었다.

언어는 호모 사피엔스를

먹이사슬 맨 위에

설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p.348


어떠한 작품은 미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타 학문으로, 어떤 작품은 과학이나 수학, 철학 등에서 영감을 얻어 발달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류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종교관, 철학관 등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었으며 때로는 전율을 때로는 안타까움을 매 챕터마다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떠한 가설이 진실이든 아니든 대중에게 알려진 바로 그 당시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 그로 인해 당사자가 세월의 힘을 견뎌야 했다는 것이다.


"훗날 일반상대성이론을 도왔던

리만 기하학 역시 공간의 곡률을 다룬

비유클리드 기하학이었다.

베른하르트 리만은

바로 가우스의 제자다."

-p.37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몇 가지만 살펴보자. 르네 마그리트의 유클리드 산책이 나온다. 이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전면으로 부정한 비유클리드 기하학인 사영기하학을 등장하게 만든다. 전문 용어로 하니 꽤 어렵지만 평면에서 평행선은 만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유클리드 기하학의 평행선 공준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서는 모든 평행선이 무한원점에서 만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실에서는 지구가 원이기에 완벽한 평면이 존재하지 않으며 우주 또한 중력으로 인하여 휘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림 한점의 언어였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사람들이 입구를 등친 채

지하 동굴의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며 산다고 비유했다."

-p.173



두 번째는 파우스트를 쓴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과학자라는 부분이었다. 무려 20년간 색채를 연구하여 색의 이론이라는 저서까지 출간한 과학자. 그는 빛의 최초 색을 노란색으로 정의하였다. 그의 이론을 수용한 인물이 윌리엄 터너인데 빛과 색채 : 대홍수 이후의 아침, 창세기를 쓰는 모세라는 작품에 대하여 존 러스키가 작품의 의미를 묻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이라고 답하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빛의 3원색. 이다음 내용은 당연하게 컬러를 구분하게 된 생물체의 탄생과 스펙트럼인 물리학으로 넘어간다.


"시각언어인 미술이

언어의 한계를 보완한다.

그러나 이 역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긴 마찬가지다.

본질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며,

왜곡될 우려가 다분하다.

-p.197



마지막은 황금빛의 귀재 구스타브 클림트의 다나에이다. 다나에의 아버지 크리시오스는 딸이 낳은 아들에 의하여 죽임을 당한다는 신탁을 받고 아이를 가질 수 없도록 딸을 탑에 가둬버린다. 제우스의 원래 모습을 인간이 보면 죽기에 언제나 다른 것으로 변신을 했는데 이런 그가 갇힌 다나에를 만나러 갔다. 바로 황금비로 변신하여. 이 이야기의 끝은 신탁대로 메두사의 머리를 벤 다나에의 아들 페르세우스에게 크리시오스가 죽고 그는 안드로메다를 구출하여 미케나이의 왕이 되는 것으로 끝난다. 할아버지의 나라 아르고스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확률 문제는

과학사에서 고전물리학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양자 물리학의 시대로

접어드는 계기로 작동했다."

-p.201



이 그림은 생각보다 깊은 의미와 그에 따른 슬픈 에피소드가 얽혀 있었다. 신화는 실재와 허상의 문제로 옮겨갔으며 이에 대하여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다. 실재와 허상의 문제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인물은 뜻밖에도 철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이었다. 보이지 않는 원자론을 받아들여 나온 이론이 바로 열역학이다. '관측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현재의 인류라면 어이없는 일화로 보이겠지만 과연 그럴까?


"뇌파는 본질적으로 전자기적 현상이다.

전하를 가진 칼륨 원자들과

나트륨 원자들이 움직여 만든다.

펜로즈는 두뇌 속 미세소관에서

그 이상의 작용, 즉 양자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p.319


이렇듯 책은 우리의 교양이 어느 한 학문이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줄기차게 말해준다. 수학에서 시작하여 미술로, 신학에서 발전하여 화학으로, 미술에서 이동하여 과학으로, 과학에서 스며들어 문학으로, 의학에서 탈피하여 생명 공학으로 서로 뒤섞이는 것을. 물론 도서의 카테고리가 과학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긴 하다. 하지만 결국은 사람이다. 우리가 모든 학문이 결국은 왜 철학으로 모이는지 수많은 책과 자료가 아니라 딱 한 권의 책으로 알 수 있도록 만든다.



"공부하면 할수록 광활한 우주에서

살아 있다는 자체가

기적이라는 사실을 자주 실감한다.

그 이상의 가치는 단어컨대 '없다'."

-p.343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노인영 작가의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을 제목만 보고 특정한 부분에만 국한된 협소한 내용을 다룬 책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사실상 그 속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학문을 포함하고 있다. 그야말로 교양(敎養)의 의미인 학식(學識)을 바탕으로 배워 닦은 수양(修養) 그 자체이다. 그래서 자신의 관심사 바로 그곳에서 시작하여 지식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그러니 현재 스스로 지식의 폭에 대한 한계를 느낀다면 좋은 돌파구가 될 것이다.


***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최소한의교양 #과학과미술 #노인영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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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여봅시다 - 12명의 천재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물리학 이야기
후위에하이 지음, 이지수 옮김, 천년수 감수 / 미디어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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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신문 공부를 시작하면서 기술주들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어 시작한 과학 도서 읽기가 벌써 열두 권째다. 처음에는 완벽하게 투자 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흥미가 생겨 꼭 투자와 관련이 없더라도 이제는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이번 달에 선정한 책은 과학 베스트셀러로 올라와 있는 후위에하이의 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여봅시다로 정했다. 교양 물리 이야기라고 하여 가볍게 시작했지만 나의 짧은 지식 탓인지 쉽지만은 않았다.



"만약 우리가 사는 세상이 완전한 실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수학자들은 가장 먼저 숫자'0'을 떠올릴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사는 세상은 '0'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이다."

-p.33



목차만 보고서는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각 장마다 주요 논제부터 살펴보자. 1장은 빵을 매개체로 물질의 구성에 대하여 말하면서 원자 구조로 넘어간다. 원자, 전자, 원자핵, 중성미자, 쿼크 등등을 발견하게 된 과정과 순서를 설명하며 당연하게 우주로 넘어간다. 우주가 생성되게 된 과정을 짧게 말하며(이유는 뒤의 챕터에 굉장히 상세하게 나오기 때문) 우주의 탄생은 '0'이라는 특이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으로 첫 번째 챕터가 끝난다. 쉽게 말해서 소제목의 빵은 호기심 자극용에 불과하다는 것.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는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로 프록시마, 센타우루스 A, 센타우루스 B 세 개의 항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략) 이 세 개의 항성이 함께 삼체 구조를 이루는데 각자의 궤도는 나머지 두 개의 항성의 영향을 받는다."

-p.44



두 번째 챕터는 프랙탈 이론에서 자연계의 자기 복제와 천체의 운행과 관련된 삼체문제 그리고 난류 문제와 나비 효과를 주로 다룬다. 이는 세 번째 챕터는 빛의 입자와 파동에 대하여 수많은 과학자들이 논쟁하면서 서로 증명해 가는 과정을 다루며 네 번째 챕터에 오면 이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특수 상대성 이론, 에테르의 존재 유무 실험, 중력파 등에 관하여 다루는데 수식이 정말 많이 나온다. 다음은 양자 물리학 하면 절대 빠지지 않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나오며 이후 파동 함수, 초끈 이론 등이 이어진다.


"시간의 흐름은 사람 혹은 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세상에는 절대적인 혹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공간이나 시간은 없다는 의미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p.116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상대성 이론에 나오는 쌍둥이 역설이었다. 쌍둥이인 톰과 제리가 20살이 되던 해에 톰은 광속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떠났고, 동생은 지구에 머물렀다. 30년이 지난 후 톰이 지구로 돌아왔을 때 제리는 50살이 되었다. 이때 제리의 관점에서 보면 시간 팽창 효과로 인하여 제리의 시간은 3년밖에 흐르지 않아 23살인데 톰의 관점에서 보면 그 반대가 된다. 과연 이런 경우 누가 시간의 기준이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고 뮤온 실험으로 해답을 얻은 케이스였다.


"블랙홀의 놀라운 점은 부피가 0에 가깝지만 질량은 거대하다는 것이다."

-p.186


과학 베스트셀러 후위에하이의 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여봅시다는 12명의 천재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물리 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러나 막상 책장을 펼치고 안으로 들어가면 몇 배는 많은 과학자들이 나온다. 가령 예를 들자면 2장에서 후크, 뉴턴과 함께 실험해 봅시다라고 나오지만 유클리드부터 시작하여 그리말디, 후크, 뉴턴, 호이겐스, 토마스 영, 프라운 호퍼, 헤르츠를 지나 아인슈타인, 드브로이까지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를 알아내는 과정이 모두 나온다. 아마 살면서 들어본 물리학자는 모두 나온다고 보면 된다.



"정보의 전달(양자의 얽힘은 고려하지 않는다) 속도 역시 광속을 초월할 수 없다."

-p.296


일단 목차의 귀엽고 호기심 가득하게 만드는 소제목만 믿고 책을 펼치면 상당히 후회할 수 있다. 일단 수많은 이론과 이를 설명하기 위한 이미지 그리고 하나하나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식과 공식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쉬웠던 것은 피보나치수열이었으며 상대성 이론까지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을 때 울면서 공부했기에 수월하게 넘어갔다. 그러나 벡터, 허수, 베타 함수 등 온갖 그리스 문자가 난무하는 공식이 나오면서는 아예 이해를 포기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주가 칠흑같이 캄캄한 공간이라고 해서 텅 비어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p.331


읽으면서 저자가 상당히 물리학에 대하여 어지간한 물리학자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것과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타인에게 많이 알려주려는 열정이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최대한 쉽게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나의 과학 지식이 바닥인 것인지 저자가 일반인의 수준을 너무 높게 잡은 것인지 개인적으로 어려웠다. 그러나 과학 베스트셀러 후위에하이의 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여봅시다를 꼼꼼하게 읽으면 기존의 사이언스 지식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다.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한데 이러한 이론은 우주 초기의 모습을 설명할 때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p.381


과학 서적을 읽으면서 이번만큼 검색을 많이 하고 필기를 많이 하고 계산을 많이 한 적은 처음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 도서에 시간을 더 투자해 볼 생각이다. 이 책을 깔끔하게 이해하면 앞으로 그 어떤 물리 이야기가 실린 도서도 무서울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어렵고 좋은 책을 붙잡고 씨름한 대가로 독서 기술을 향상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이 도서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렵다는 말만 듣고(어려운 것을 쉽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인슈타인과논쟁을벌여봅시다 #후위에하이 #미디어숲  #물리이야기 #과학베스트셀러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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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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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사랑은 이성적인 부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블랙홀과 같은 영역이다. 게다가 이 늪에 한번 빠진 후에는 자신만의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든 경우도 많다. 그야말로 에로스가 인간을 시기해서 파놓은 늪과 같은 존재. 열림원 세계문학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는 이런 인간의 원초적인 면을 적나라하게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사람에게서 교육, 체면, 사회적 시선, 예의 등등 세월이 지나면서 짐승과 달라 보이기 위하여 만든 모든 것을 걷어낸 모습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슨 매컬러스 작가 소개

1917년 미국 남동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16세부터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9세에 자전적 소설인 『천재』로 문단에 데뷔하였다. 이듬해 결혼하였으나 서로의 양성애적 성향으로 바람을 피우며 삼각관계까지 가면서 결혼 4년 만에 이혼한다. 저서로는 1940년에 집필한 장편 소설 『마음의 외로운 사냥꾼』, 『황금에 비친 모습』 등이 있으며 두 작품 모두 영화화되었다. 1967년 50세의 나이로 뇌졸중으로 인한 투병 중 하늘의 별이 되었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인 『슬픈 카페의 노래』 또한 1991년에 영화화되었다.





영화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줄거리

성별을 알 수 없는 창백한 얼굴에

회색빛 사팔눈은 너무 심하게

가운데로 쏠려 있어서

두 눈이 남몰래 간직한 슬픔을 나누며

서로 은밀히 마주 보고 있는 듯하다.

p.10

황량한 마을에 사는 미스 어밀리어는 과거에 딱 열흘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전남편 마빈이 있다. 마빈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결혼을 했으며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돈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전 재산을 양도하지만 어밀리어는 견디지 못하고 쫓아낸 것. 이후 별다른 일 없이 조용하게 흘러가던 마음에 그녀의 사촌임을 자처하는 꼽추 등을 가진 라이먼이 등장한다. 타인에게 개인적인 마음을 나누어주지 않기로 유명해한 그녀지만 라이먼을 사랑하게 된다. 이때 카페도 열고 황량한 그곳은 점차 사람들의 휴식처로 바뀌게 된다.

카페에 앉아 있는 동안만은

단 몇 시간이라도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이 세상에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는

쓰라린 생각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었다.

p.106

처음 그녀 앞에 등장할 때만 하여도 사람의 몰골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자존감이라고는 전혀 없었지만 그녀의 사랑과 관심으로 점차 달라진다. 며칠 사이에 교활한 라이먼은 어밀리어 위에 군림하다시피 하며 그곳에 지내게 되며 온갖 마을 사람들에게 이간질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감옥에 간 전 남편인 마빈이 출소하여 이곳에 오게 되고 그를 처음 본 라이먼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라이먼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던 마빈. 마빈의 관심을 얻기 위해 라이먼은 별짓을 다 한다.

신 외에는 그 누구도 이 같은 사랑

아니 다른 그 어떤 사랑에 대해서도

최종적인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p.66

그러던 어느 날 서로에게 원수 같은 사람인 어밀리어와 마빈은 말 그대로 몸으로 싸움을 하게 된다. 그녀의 키는 180이었고 마빈은 그녀보다 4센티 작았으며 둘 다 70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비등비등한 몸의 소유자였기에 팽팽한 싸움이 진행된다. 그러나 갑자기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고 이후 이 마을은 예전의 황량함을 다시 되찾게 된다. 과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어밀리어, 마빈, 라이먼의 결말은 어떻게 끝났을까? 영화로도 나온 이 영화는 꽤 성공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나의 생각

우선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

p.50

열림원 세계문학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무려 세 페이지에 걸쳐 길게 나와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딘가 조금은 비틀린 관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서로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만 열렬하게 상대를 품는 것. 이는 작가 자신의 삶과 작품 속 어밀리어의 삶이 오버랩되면서 애정 문제에 상처를 많이 받았음을 느끼게 된다. 작중에 어밀리어는 철저하게 이 정의에 따라 움직이는데 독자가 보기에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아함도 느끼게 된다.

그녀는 가게에 맥주를 사러 들른

손님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신랑을 대했다.

p.;59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인데 작품 속 마을은 우리의 마음과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라이먼을 만나기 전 그녀는 오로지 돈과 일 그리고 소송만을 즐기던 여자였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그의 등장으로 한낱 가게에서 마을의 많은 사람이 모여 쉴 수 있는 카페로 변모하게 된다. 덕분에 마을은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소통을 하며 지내는 공간이 된다. 그래서 배경 자체는 에로스의 화살을 맞은 우리들의 확장된 마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꼽추는 그가 밟고 있는

마룻바닥의 널빤지 하나하나까지도

다 자기 소유인 양 거만하게,

그리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p.36

다음으로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부정적인 새싹을 키우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마빈의 애초 행실은 양아치에 가까웠지만 어밀리어한테는 온 마음을 다하여 자신을 희생한다. 그 결과는 매일 얻어맞다가 모든 것을 빼앗기고 쫓겨나는 것. 그런데 세월이 흘러 어밀리어는 라이먼을 만나 마빈의 위치로 들어가게 된다. 물론 라이먼이 그녀에게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더 심각하고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돌려주었다. 단지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군림한 것이다.

인생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한

하나의 길고 어두운

싸움일 뿐이었다.

p.105

등장인물 중에 생김새부터 마음씨까지 정상적인 사람은 하나도 없는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는 제목처럼 결말이 행복하지는 않다. 그러나 과연 이것을 행복과 불행 이분법으로만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작게는 개인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크게 보면 인간 종족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문명의 모든 것을 걷어낸 본능적인 인간의 사랑이 어떤지 궁금하신 분이라면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작가가 쓴 이 책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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