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노인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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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과목에 초점을 맞춘 입시 교육의 매너리즘에 빠진 우리의 일상에 교양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이나 책을 통하여 학교 다닐 때 배우지 못한 이 부분의 필요성이 적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시작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분들을 위하여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노인영 작가의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을 소개한다. 백지상태여도 좋겠지만 미술, 문학, 미술, 과학 등 어느 한 곳에 관심이 있다면 확장하기에 더없이 좋다고 확신한다. 



"과학은 앎으로써 지식이

배양되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적 사고체계가 삶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까지도

많은 이가 체감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p.9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노인영 작가의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은 총 52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첫 페이지에 미술가의 그림이나 조각이 한 점 이상씩 소개된다.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2만 5천 년에서 2만 년 전 작품으로 알려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이며 가장 최근의 것은 1993년의 앤드루 와이어스의 결혼까지 다양하다. 보편적으로 17세기부터 20세기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모두 수학, 건축, 천문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의학, 문학, 철학까지 다양한 학문과 연계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AI가 자신들이 만든 언어로

대화를 나누었기에 시스템을

강제 종료했다는 내용이었다.

언어는 호모 사피엔스를

먹이사슬 맨 위에

설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p.348


어떠한 작품은 미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타 학문으로, 어떤 작품은 과학이나 수학, 철학 등에서 영감을 얻어 발달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류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종교관, 철학관 등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었으며 때로는 전율을 때로는 안타까움을 매 챕터마다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떠한 가설이 진실이든 아니든 대중에게 알려진 바로 그 당시에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 그로 인해 당사자가 세월의 힘을 견뎌야 했다는 것이다.


"훗날 일반상대성이론을 도왔던

리만 기하학 역시 공간의 곡률을 다룬

비유클리드 기하학이었다.

베른하르트 리만은

바로 가우스의 제자다."

-p.37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몇 가지만 살펴보자. 르네 마그리트의 유클리드 산책이 나온다. 이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전면으로 부정한 비유클리드 기하학인 사영기하학을 등장하게 만든다. 전문 용어로 하니 꽤 어렵지만 평면에서 평행선은 만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유클리드 기하학의 평행선 공준이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서는 모든 평행선이 무한원점에서 만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실에서는 지구가 원이기에 완벽한 평면이 존재하지 않으며 우주 또한 중력으로 인하여 휘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림 한점의 언어였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사람들이 입구를 등친 채

지하 동굴의 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며 산다고 비유했다."

-p.173



두 번째는 파우스트를 쓴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과학자라는 부분이었다. 무려 20년간 색채를 연구하여 색의 이론이라는 저서까지 출간한 과학자. 그는 빛의 최초 색을 노란색으로 정의하였다. 그의 이론을 수용한 인물이 윌리엄 터너인데 빛과 색채 : 대홍수 이후의 아침, 창세기를 쓰는 모세라는 작품에 대하여 존 러스키가 작품의 의미를 묻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이라고 답하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빛의 3원색. 이다음 내용은 당연하게 컬러를 구분하게 된 생물체의 탄생과 스펙트럼인 물리학으로 넘어간다.


"시각언어인 미술이

언어의 한계를 보완한다.

그러나 이 역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긴 마찬가지다.

본질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며,

왜곡될 우려가 다분하다.

-p.197



마지막은 황금빛의 귀재 구스타브 클림트의 다나에이다. 다나에의 아버지 크리시오스는 딸이 낳은 아들에 의하여 죽임을 당한다는 신탁을 받고 아이를 가질 수 없도록 딸을 탑에 가둬버린다. 제우스의 원래 모습을 인간이 보면 죽기에 언제나 다른 것으로 변신을 했는데 이런 그가 갇힌 다나에를 만나러 갔다. 바로 황금비로 변신하여. 이 이야기의 끝은 신탁대로 메두사의 머리를 벤 다나에의 아들 페르세우스에게 크리시오스가 죽고 그는 안드로메다를 구출하여 미케나이의 왕이 되는 것으로 끝난다. 할아버지의 나라 아르고스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확률 문제는

과학사에서 고전물리학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양자 물리학의 시대로

접어드는 계기로 작동했다."

-p.201



이 그림은 생각보다 깊은 의미와 그에 따른 슬픈 에피소드가 얽혀 있었다. 신화는 실재와 허상의 문제로 옮겨갔으며 이에 대하여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다. 실재와 허상의 문제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인물은 뜻밖에도 철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이었다. 보이지 않는 원자론을 받아들여 나온 이론이 바로 열역학이다. '관측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현재의 인류라면 어이없는 일화로 보이겠지만 과연 그럴까?


"뇌파는 본질적으로 전자기적 현상이다.

전하를 가진 칼륨 원자들과

나트륨 원자들이 움직여 만든다.

펜로즈는 두뇌 속 미세소관에서

그 이상의 작용, 즉 양자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p.319


이렇듯 책은 우리의 교양이 어느 한 학문이라는 틀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줄기차게 말해준다. 수학에서 시작하여 미술로, 신학에서 발전하여 화학으로, 미술에서 이동하여 과학으로, 과학에서 스며들어 문학으로, 의학에서 탈피하여 생명 공학으로 서로 뒤섞이는 것을. 물론 도서의 카테고리가 과학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긴 하다. 하지만 결국은 사람이다. 우리가 모든 학문이 결국은 왜 철학으로 모이는지 수많은 책과 자료가 아니라 딱 한 권의 책으로 알 수 있도록 만든다.



"공부하면 할수록 광활한 우주에서

살아 있다는 자체가

기적이라는 사실을 자주 실감한다.

그 이상의 가치는 단어컨대 '없다'."

-p.343



문예출판사에서 출간한 노인영 작가의 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을 제목만 보고 특정한 부분에만 국한된 협소한 내용을 다룬 책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사실상 그 속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학문을 포함하고 있다. 그야말로 교양(敎養)의 의미인 학식(學識)을 바탕으로 배워 닦은 수양(修養) 그 자체이다. 그래서 자신의 관심사 바로 그곳에서 시작하여 지식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그러니 현재 스스로 지식의 폭에 대한 한계를 느낀다면 좋은 돌파구가 될 것이다.


***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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