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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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사랑은 이성적인 부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블랙홀과 같은 영역이다. 게다가 이 늪에 한번 빠진 후에는 자신만의 힘으로 빠져나오기 힘든 경우도 많다. 그야말로 에로스가 인간을 시기해서 파놓은 늪과 같은 존재. 열림원 세계문학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는 이런 인간의 원초적인 면을 적나라하게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사람에게서 교육, 체면, 사회적 시선, 예의 등등 세월이 지나면서 짐승과 달라 보이기 위하여 만든 모든 것을 걷어낸 모습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슨 매컬러스 작가 소개

1917년 미국 남동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16세부터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9세에 자전적 소설인 『천재』로 문단에 데뷔하였다. 이듬해 결혼하였으나 서로의 양성애적 성향으로 바람을 피우며 삼각관계까지 가면서 결혼 4년 만에 이혼한다. 저서로는 1940년에 집필한 장편 소설 『마음의 외로운 사냥꾼』, 『황금에 비친 모습』 등이 있으며 두 작품 모두 영화화되었다. 1967년 50세의 나이로 뇌졸중으로 인한 투병 중 하늘의 별이 되었다. 오늘 소개하는 작품인 『슬픈 카페의 노래』 또한 1991년에 영화화되었다.





영화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줄거리

성별을 알 수 없는 창백한 얼굴에

회색빛 사팔눈은 너무 심하게

가운데로 쏠려 있어서

두 눈이 남몰래 간직한 슬픔을 나누며

서로 은밀히 마주 보고 있는 듯하다.

p.10

황량한 마을에 사는 미스 어밀리어는 과거에 딱 열흘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전남편 마빈이 있다. 마빈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결혼을 했으며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돈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전 재산을 양도하지만 어밀리어는 견디지 못하고 쫓아낸 것. 이후 별다른 일 없이 조용하게 흘러가던 마음에 그녀의 사촌임을 자처하는 꼽추 등을 가진 라이먼이 등장한다. 타인에게 개인적인 마음을 나누어주지 않기로 유명해한 그녀지만 라이먼을 사랑하게 된다. 이때 카페도 열고 황량한 그곳은 점차 사람들의 휴식처로 바뀌게 된다.

카페에 앉아 있는 동안만은

단 몇 시간이라도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이 세상에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는

쓰라린 생각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었다.

p.106

처음 그녀 앞에 등장할 때만 하여도 사람의 몰골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자존감이라고는 전혀 없었지만 그녀의 사랑과 관심으로 점차 달라진다. 며칠 사이에 교활한 라이먼은 어밀리어 위에 군림하다시피 하며 그곳에 지내게 되며 온갖 마을 사람들에게 이간질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감옥에 간 전 남편인 마빈이 출소하여 이곳에 오게 되고 그를 처음 본 라이먼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라이먼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던 마빈. 마빈의 관심을 얻기 위해 라이먼은 별짓을 다 한다.

신 외에는 그 누구도 이 같은 사랑

아니 다른 그 어떤 사랑에 대해서도

최종적인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

p.66

그러던 어느 날 서로에게 원수 같은 사람인 어밀리어와 마빈은 말 그대로 몸으로 싸움을 하게 된다. 그녀의 키는 180이었고 마빈은 그녀보다 4센티 작았으며 둘 다 70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비등비등한 몸의 소유자였기에 팽팽한 싸움이 진행된다. 그러나 갑자기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고 이후 이 마을은 예전의 황량함을 다시 되찾게 된다. 과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어밀리어, 마빈, 라이먼의 결말은 어떻게 끝났을까? 영화로도 나온 이 영화는 꽤 성공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나의 생각

우선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

p.50

열림원 세계문학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무려 세 페이지에 걸쳐 길게 나와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딘가 조금은 비틀린 관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서로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만 열렬하게 상대를 품는 것. 이는 작가 자신의 삶과 작품 속 어밀리어의 삶이 오버랩되면서 애정 문제에 상처를 많이 받았음을 느끼게 된다. 작중에 어밀리어는 철저하게 이 정의에 따라 움직이는데 독자가 보기에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아함도 느끼게 된다.

그녀는 가게에 맥주를 사러 들른

손님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신랑을 대했다.

p.;59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인데 작품 속 마을은 우리의 마음과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라이먼을 만나기 전 그녀는 오로지 돈과 일 그리고 소송만을 즐기던 여자였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그의 등장으로 한낱 가게에서 마을의 많은 사람이 모여 쉴 수 있는 카페로 변모하게 된다. 덕분에 마을은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소통을 하며 지내는 공간이 된다. 그래서 배경 자체는 에로스의 화살을 맞은 우리들의 확장된 마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꼽추는 그가 밟고 있는

마룻바닥의 널빤지 하나하나까지도

다 자기 소유인 양 거만하게,

그리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p.36

다음으로 일방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부정적인 새싹을 키우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마빈의 애초 행실은 양아치에 가까웠지만 어밀리어한테는 온 마음을 다하여 자신을 희생한다. 그 결과는 매일 얻어맞다가 모든 것을 빼앗기고 쫓겨나는 것. 그런데 세월이 흘러 어밀리어는 라이먼을 만나 마빈의 위치로 들어가게 된다. 물론 라이먼이 그녀에게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더 심각하고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돌려주었다. 단지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군림한 것이다.

인생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한

하나의 길고 어두운

싸움일 뿐이었다.

p.105

등장인물 중에 생김새부터 마음씨까지 정상적인 사람은 하나도 없는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는 제목처럼 결말이 행복하지는 않다. 그러나 과연 이것을 행복과 불행 이분법으로만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작게는 개인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크게 보면 인간 종족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문명의 모든 것을 걷어낸 본능적인 인간의 사랑이 어떤지 궁금하신 분이라면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작가가 쓴 이 책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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