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열림원 세계문학 4
헤르만 헤세 지음, 김길웅 옮김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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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항상 의문점을 남기던 제목이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였다. 역사적으로 종교에 민감했던 유럽인 독일인이 어떻게 자신과 관계없는 종교인에 관한 책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점. 책장을 펼치면 뭔가 거대한 비밀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쉽사리 손을 대기 힘든 아우라를 내뿜는 책이 싯다르타였다. 그러나 마음속 두려움보다 호기심의 크기가 커서 결국은 첫 장을 펼치게 되었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처음과는 결이 다른 고민에 빠지게 만든 책이었다.

 

어떤 책을 읽었을 때 의문점이 모두 해소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오히려 수많은 의문점을 던져주기도 한다. 이 책은 책 두께가 얇음에도 불구하고 후자에 속하여 며칠 동안 혼자만의 사색에 빠지게 되었다. 뭔가 똑 부러진 서평을 쓰고 싶었지만, 지금 머릿속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정리가 되기는커녕 생각의 갈래가 너무 가지를 많이 쳐서 정리가 잘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자체를 그대로 옮기는 것도 하나의 서평이 될 것 같아 더 지체하지 않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러면 이제 책을 읽은 후 드는 의문점과 나름의 생각을 하나씩 정리해 보려고 한다.

 

주인공의 이름

 

보리수 아래에서 득도를 한 우리가 아는 석가모니의 본명은 고타마 싯다르타이다. 그러나 본문에서 저자는 고타마와 싯다르타를 분리하여 2인으로 표현하였다. 본문에서 고타마는 이미 득도하여 제자들에게 깨달음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다. 가르침을 주는 고타마와 자신의 깨달음을 위해 노력하는 싯다르타의 대비. 분명 이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데 정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여 한동안 답답함에 빠져 있다.

 

2. 헤르만 헤세는 싯다르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헤르만 헤세는 신학자 집안 출신으로 신학교까지 입학하기에 이르렀지만, 창작 활동의 열정으로 인하여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게다가 데미안을 쓰던 시기부터 싯다르타를 구상하는 시기에 우울증의 절정을 걸었다고 하며 두 번의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우울증으로 인하여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MBTI의 기본 개념을 창시한 융에게 치료받았다. 세계대전으로 인한 조국과의 갈등, 아버지의 사망, 아내의 정신분열증과 아들의 입원 등으로 인하여 정신적 한계선을 가까스로 거닐었던 것 같다. 후반에는 화가로도 활동하였는데 그의 그림들을 보면 따뜻하지만, 묘하게 인물이 사라진 그림을 그려 심리적인 부분의 결핍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85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아실현을 위하여 힘썼다고 한다. 이런 헤르만 헤세의 일생을 싯다르타와 비교하면 상황이 묘해진다.

 

 

책 속 주인공도 강물에서 죽으려고 하였으나 그 순간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어 사공의 조수가 되어 삶을 이어간다. 이후 강물에 귀를 기울여 최종적인 깨달음을 얻어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된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작가 자신이 이런 심리적 평안을 얻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의 결말과 달리 작가 자신은 삶의 과정이 소망하는 것과 달리 평탄치 않은 것 같아 싯다르타라는 책의 의미가 더 짙게 다가왔다.

 

이 시간에 싯다르타는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싸우기를 그만두었다. 그의 얼굴에 깨달음의 밝은 기운이 피어났다. 그것은 그 어떤 의지로도 맞설 수 없는 깨달음, 완성을 이해하며, 사건들의 흐름과 삶의 강물에 동의하는, 연민 가득하고 동락 가득한 깨달음, 흐름에 맡긴 채 통일성에 귀속되는 깨달음이었다.

 

3. 거국적으로 헤르만 헤세가 말하고 싶은 것은 평화가 아니었을까?

 

처음엔 잘 몰랐지만, 계속 읽으면서 선과 악, 윤회와 열반, 허상과 실상, 번뇌와 해탈, 사랑과 경멸, 존재와 무존재 등등 언제나 두 가지의 개념이 대칭되었다. 표면적으로 보면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전쟁과 평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시대적 배경이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이었으니 평화주의자였던 저자의 눈으로 보기에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그들이 크게 보면 하나의 인류이고 그래서 사랑과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연거푸 두 번 읽는 것을 체질적으로 잘하지 못한다. 이런 내가 책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하여 연거푸 세 번을 읽은 책이었지만, 지루하거나 식상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것이 헤르만 헤세의 힘이 아닐지 생각한다. 2024년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많은 이가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을 볼 수 있는 요즘, 목표를 세밀하게 들어가 보면 말은 자아실현이지만, 묘하게 실질적 자신은 계획 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목표를 향해 힘껏 달려 나가면서 자기 자신도 잊지 않고 챙겨 가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하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단순하게 불교에 관한 책이 아니라 자신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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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결국은 부동산 - 23인의 멘토가 알려주는 부동산 인사이트
올라잇 칼럼니스트 23인 지음 / 원앤원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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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관심도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딱히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투자가치가 없어서라기보다는 IMF 때 일본,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의 미국이 부동산 거품으로 인하여 무너지는 것을 보고 겁을 먹어서였다. 그러다 작년부터 경제신문을 구독하면서 언제나 지면 한 곳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존재가 부동산이라는 알게 되었다. 하나씩 공부하면서 부동산이 단순하게 투자가치로서의 존재뿐만 아니라 모든 경제지표의 베이스인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요즘 금리 인상으로 인하여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 시장에 물밀듯 쏟아져 나오는 매물이 넘쳐나고, 대형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선언하는 마당에 왜 결국에는 부동산으로 선택하게 되는지가 궁금한 것이 컸다. 그렇지 않은가?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가 투자를 위하여 부동산으로 눈을 돌릴 과감한 선택할 것인지. 그간 기사로만 공부하였으나 올해부터는 조금 더 깊게 공부하기 위하여 2024 결국은 부동산을 펼치게 되었다. , 이 책이 나의 첫 부동산 관련 책이었다.

 

책의 첫 장을 펼치니 그동안 반도체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했던 7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익숙한 내용이 나와서 반가웠고, 의외로 신문보다 훨씬 상세한 내용이 나와 깊이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첫 단원뿐만 아니라 책 전반에 업종과 그것의 전망, 그리고 인프라 구축 등이 지도와 상세하게 분석한 도표로 되어 있어 글자로만 보는 것보다 훨씬 이해가 쉬웠다. 그리고 단순하게 AB다라는 결론 도출성 내용이 아니라, 예측을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와 증거를 들어주어 주장의 신뢰감을 더해준 구성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런 데이터 기반도 매우 훌륭했지만,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무려 23인의 전문가가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깨달은 것을 알려주는 부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부동산을 그냥 토지와 건물로 이용할 수 있는 존재로만 인식하던 나에게 꽤 많은 분야가 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 갭투자, 경매 투자 등 온갖 투자, 경매 투자의 기본 마인드를 위한 부의 철학까지 꽤 많은 분야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한 방법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먼 미래의 경제 발전 방향까지 투자 관점까지 말하고 있었다. 부동산이라는 하나의 아이템에 대한 세세한 내용보다는 전반적인 흐름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서점을 지나가면서 잠시 훑어보았던 일반 부동산 관련 책과는 조금 달랐다. 뭐랄까? 부동산계의 거시 경제를 말하는 느낌이랄까?

 

책은 무려 500페이지에 달한다. 작가가 23인이어서 많은 지면이 필요했을 테지만, 의외로 겹치는 부분 없이 각자의 시각대로 경제의 흐름에 따라 투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어 500페이지가 지루하지 않았다. 부동산은 우리나라 그 어떤 업종보다 한자어가 많은 분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자어에 대한 부담으로 책을 열었는데 한자어는 있었지만, 설명이 의외로 꽤 이해하기 쉬운 말로 기술되어 있어 처음의 두려움을 잊고 죽죽 읽을 수 있었다.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으로는 부동산에 대하여 다 알았다기보다 앞으로 공부할 숙제를 한 아름 받은 것 같았다. 대학교에 들어가 처음 배우는 개론, 원론 책을 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모든 답을 다 알려준 것을 느끼게 하는 책보다 앞으로 나아갈 문을 열어주는 책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왜 부동산이 경제의 베이스가 되는지를 알 수 있었고, 뉴스에 흩어져 난무하던 부동산 용어들도 정리할 수 있었다. 한 번만 읽고 덮기에는 아까운 책이었다. 경제신문을 공부하려는 계획을 잡고 있거나, 새해에는 투자를 해보려는 사람이나,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불안함을 안고 사시거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이거나,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분이나, 살고 있는 집을 확장하여 이사하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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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 : 한중일 편 - 힘과 욕망이 만들어낸 동아시아의 역사 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
효기심 지음 / 다산초당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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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 후 지나가는 뉴스로만 알던 경제 공부를 2년 전 다시 시작하면서 알게 된 유튜브 채널이 효기심과 간다효였다. 공부하기 전에 몇 번 시청하였지만, 말투가 너무 과감하고 정신이 없어 처음엔 꺼렸고 한동안 절대 방문하지 않는 채널이 되었다. 그러면서 거의 잊혀갔다. 그러다 조금씩 더 깊게 공부를 하면서 자료를 찾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다시 찾게 되었고, 이분 채널의 진가를 알아보게 되어 지금까지 꾸준하게 시청 중이다. 그러던 중 다산북스에서 효기심의 권으로 읽는 세계사 한중일 편의 출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말 잘하는 사람이 책을 잘 쓴다는 보장이 없어서 기대감을 크게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하기는 하여 첫 장을 펼쳐보게 되었다.

 

일단, 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는 일반적인 역사책과는 결이 좀 달랐다. 소제목이 힘과 욕망이 만들어낸 동아시아의 역사여서 그런지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보던 지루한 내용과 달리 객관적이지만, 오로지 욕망의 시각에서 역사를 서술하여 독자로 하여금 딴 생각 할 틈을 전혀 주지 않았다. 동아시아의 역사를 서술한 책들은 몇 가지 시각을 고정화하는 편이다. 철저히 우리나라 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이거나,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중국에 시선을 두고 서술한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국가적 시각은 잊어버리고 오로지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얼마나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선택을 하였는지, 그리고 이 선택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여 생각지도 못한 역사적 결말을 만들어냈는지의 관점에서 사건들을 적나라하게 설명하여 흡입력이 상당한 편이었다. 그러면 이렇게 수박 겉 핥기 식의 개인적 견해보다는 구체적인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동아시아 역사에서 꽤 중요했던 임진왜란>

 

그동안 우리가 배운 임진왜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내 사무라이들의 정쟁 끝에 내부의 분란과 히데요시의 권력욕이 맞물려 1592년에 벌인 전쟁으로 우리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몰고 나서 싸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이 전쟁 하나로 동아시아 3국의 명운이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조선은 명나라에 지원을 요청하였고, 명나라에서는 자국 내의 반란들을 제압하느라 정신이 없던 와중 무리하여 조선을 도와주었다. 그 결과로 지도상에 명은 사라지고 청이 나타나는 상황까지 되었다. 물론, 기후적으로 소빙하기까지 시작되어 여러 문제가 겹치기는 하였으나 명나라 멸망의 결정적인 역할 중 하나가 임진왜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에 관하여 명청 교체기에도, 일본의 막부 시대에 관한 파트에도 나오는데 읽다가 보면 정치인들의 결정이 얼마나 비논리적이며 권력욕에 의하여 움직이는지 그리고 사건 하나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었다.

 

<케케묵은 언어가 아닌 현대어로 표현하여 더 가깝게 다가오는 역사>

 

아마 역사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과거의 언어가 얼마나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지. 그러나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고리타분한 언어는 모두 없애고, 현대식 언어로 서술하였다. 덕분에 현재 내가 살아가는 데 큰 관계가 없는 내용이 아닌, 바로 옆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껴 역사 자체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였다. 요즘은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낮아졌다. 성공하기 위한 관문인 수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현재 중국과 일본이 역사를 끊임없이 왜곡하여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시험의 비중과 관계없이 우리의 삶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 역사에 대하여 공부하고 빠져들기에는 이 과목이 주는 고대 언어의 장벽이 결코 낮지 않지만, 저자는 이 부분을 의식하여 무게감보다는 사실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한 것 같았다.

 

<무작정 따르던 것들의 유래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포인트>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제사의 기원이다. 우리는 유교적 사상에 의하여 조상에 대한 예의로 제사를 지낸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제사의 유래를 알고 나면 생각과 달라 허탈함을 느낄 수 있다. 내용을 살짝 언급하자면, 왕이 스스로 정당성과 큰 영토와 많은 백성을 다스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가져온 것이 천자라는 개념이다. 왕인 자신에게 지상을 다스리라고 명령했다고 주장하여 민심을 얻으려는 하나의 수단. 이런 만들어진 사안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제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조상에 대한 공경과는 관계없이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읽으면서 당시 사람들의 발상에 감탄하기도 하고, 이를 현재까지 다른 목적으로 이어오고 있음에 신기함도 느꼈다.

 

<신해혁명의 원인인 철도 부설권 강탈은 일대일로의 배경인 걸까?>

 

현재에도 철도는 경제와 관련하여 매우 귀중한 운송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비행기나 배가 있음에도. 그러나 과거엔 얼마나 더 소중했을까? 청나라는 당시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이 철도 부설권을 서구 열강에게 강탈당했다. 이를 되찾기 위하여 철로를 보호하는 보로 운동, 철도 국유화를 주장한 청나라 내각, 그 유명한 위안 스카이의 등장이 이어진다. 이 부분을 읽을 때 과거 청나라가 멸망해가는 과정보다는 현재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펴면서 대상국에게 철도나 항만 등의 인프라 건설을 해 주고 이것의 이용권을 100년씩 가져오는 모습이 먼저 생각났다. 아마 경제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대일로 정책이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전 세계의 중국 식민지화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거 자신들이 당했던 것들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읽으면서 자료를 한 번도 찾아보지 않은 역사책>

 

기본적으로 역사, 과학, 경제 등에 관련된 책을 볼 때 나는 꽤 많은 자료를 찾는 편에 속한다. 뭐랄까? 전체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뒤로 넘어가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내가 책을 읽는 내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전혀 검색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주석, 지도, 도표, 사진 자료가 풍부하여 검색 없이도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 속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언뜻 보기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독서할 때 내용이 확실하게 그려지지 않고 희미하게 둥둥 떠다니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런 부분이 꽤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서평을 마감하며>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역사 전공자가 쓰지 않은 역사책의 묘미가 어떤 것인지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저자는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역사적 사실을 연대기 순으로 늘어놓기보다는 국가 간의 입장에서 서술한 부분이 많았다. 아마 경제 뉴스를 조금 더 큰 그림으로 그리는 것을 목적으로 책을 읽어서 인지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꽤 마음에 들었다. 요즘, 경제적 자유에 대한 꿈이 있다면 남이 만들어 낸 경제 뉴스의 단순 사실 인식보다 국가 간의 역학 관계를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새해에는 내용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같은 저자가 쓴 유럽 편도 섭렵해 볼 생각이다. 진정한 경제적 독립을 원하는 분이라면 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를 꼭 읽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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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이상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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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오면 항상 기본적으로 드는 마음이 있다. 어린 시절엔 지난 1년의 게으름에 대한 가벼운 반성과 곧 인생에 뭔가 변화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가득 찬 새해의 다짐을.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는 인생의 고통과 힘듦에 대한 한숨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이라는 이름을 붙인 새해. 한숨과 새해 사이에서 느끼는 심연의 그것에 이름을 붙이면 불안이 아닐까? 이런 불안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어느 순간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리는 줄도 모르고 잃어버린 채 정처 없이 걷기만 하게 된다. 이런 걸 나는 심장이 뛰는 좀비 같다고 표현한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순간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돌아보며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매년 연말마다 이 상태를 반복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무척 혼란스러워 그냥 손을 놓은 채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젠 뭔가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책 한 권, 좋은 장소, 기억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영화를 찾아서 보는 방법을 찾았다. 작년엔 열 번도 넘게 본 영화를 꺼내어 봤는데 이번에는 다 알지만 살면서 놓친 삶의 지혜들을 잔뜩 머금은 책을 선택했다. 바로 살아갈 힘을 주는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이다.

개인적으로 서양 철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지 않을까? 학교 다닐 때부터 암기 과목에 취약했던 나였기에 외워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이미 공기 속으로 날아간 외국인의 긴 이름은 아무리 되뇌어도 잘 외워지지 않았다. 아마 조심스럽게 예상하자면 나와 같은 사람이 꽤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유명인의 이름이 붙어 있는 책이면 바로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이번 연말엔 마음이 너무 공허해서인지 홀린 듯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작은 목소리로 고백하자면, 생소한 나머지 처음 책이 왔을 때 책을 마주하고 앉아 겁이 나서 한참 동안 첫 장을 펴지 못했다.

아마 제목만 듣고 나 같은 반응을 일으키는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이 책은 어려운 이론을 해석해 놓은 그런 유의 책이 아니었다.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가볍지 않은 성인용 명심보감 혹은 성인용 탈무드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주제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비슷한 책이 많다고 하겠지만 차이점이 있다. 꽤 직설적이며 현실적이라는 것. 아름답게 포장하고 착하게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즉, 인류의 혹은 공동체의 행복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 자신의 행복만을 위한 촌철살인 같은 말들이 나열되어 있다. 사람을 MBTI로 구분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굳이 구분을 해보자면 한 줄 한 줄에서 T 성향 특히 냉철한 NT 적 성향이 많이 드러나서 만족스러웠다. 사실, 읽으면서 굉장히 끌렸는데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서평을 쓰면서 비슷한 성향이 그 이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인간관계였다. 노력을 해도 묘하게 어긋나는 오해로 인하여 언제나 상처를 많이 받았고, 해답을 찾기 어려워 허덕이는 편이었다. 당연하게 대인 관계를 잘 맺어보기 위한 책도 여러 권 읽어보았다. 대부분의 책이 타인에게 이렇게 대하라는 말이 많았는데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에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생각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서술하였다. 이런 특색으로 인하여 현대의 개인주의 시대를 사는 사람에게 매우 매혹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사람을 견디는 법을 배우려면 무생물을 상대로 자신의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무생물은 역학적·물리적 필요에 의해 완강하게 우리의 행동에 저항한다. 그러한 기회는 언제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인내를 인간에게 적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행동에 분개하는 것은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길 위에 굴러온 돌멩이를 보고 화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짓이다. 나는 그들을 바꾸지 않을 것이도, 그렇게 그들을 이용할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 p.165

이 말을 오해할 수도 있어 잠깐 덧붙이자면, 이 말은 타인을 냉혹하게 대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 자신도 특색을 가진 하나의 인간이며 타인도 그들만의 개성과 능력을 가진 인간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이기적이기에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기보다는 다름에 거부감을 일으키며 다름의 간극이 커질수록 다툼과 싸움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므로 간극이 크고 그 개성이 한심하거나 최악이거나 우스꽝스럽다고 배척하고 화내고 싸우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능력과 특성을 잘 찾아내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더불어 살아가라는 말이다. 멀리 갈 것 없이 본문의 글과 나의 해석 글 사이의 차이만 보더라도 얼마나 독자로 하여금 스트레스 없이 행복한 삶을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서술해 놓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뒤로 넘어가면 학생과 교사, 독서, 교육, 생존, 나이 먹음, 죽음, 인생의 본질에 관련된 내용까지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하며, 모르면 마음의 가난을 경험하게 되는 내용들이 가득 차 있었다. 심리적 공허함, 고통, 뭔지 알 수 없는 것으로 인한 한숨, 급변하는 미래로 인하여 불투명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팬데믹의 제한이 풀리면서 발생한 혼란, 어려워진 경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전쟁 등으로 얼룩진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에 읽으면 더 의미가 깊을 것 같다. 2024년을 고통으로는 조금 더 가벼워지고, 자신감과 자존감으로는 꽉 차 묵직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실천이지 않을까? 2024년은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나의 힘으로 내 인생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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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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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에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산 낯선 작가의 책이 있었다. 제목도 세련보다는 뭉툭함이 느껴질 정도여서 내용에는 기대가 없었지만, 인테리어 용으로 두기에 너무 컬러가 예뻐서 구매했다. 그리고 한동안 책꽂이에 꽂아 놓은 채 잊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읽게 된 책. 바로 오베라는 남자였다. 첫 느낌을 말하자면 작가가 남자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이 뭉툭 뭉툭하였다. 투박하다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책장이 넘어가면서 날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주말을 쏟아부은 책이다. 이때부터 나는 이름조차 생소한 프래드릭 배크만이라는 작가에 빠져버렸다. 이후 나오는 책들을 꾸준하게 읽다가 이번에 위너를 손에 잡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이 겨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

책의 표지부터 겨울이다. 눈이 오고 온통 얼음과 상록수로 둘러 싸인 마을의 전경이 표지이다. 차가운 눈이 내리지만 너무나도 포근한 느낌에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세상의 나쁜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을의 모습이다. 물론, 책 내용은 표지와 달리 가슴 아픈 일도 여러 가지가 발생을 하며 이를 극복하여 나가는 이야기이다. 2권으로 된 장편 소설이지만, 아직 1권 밖에 읽지 않아 해결 과정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1권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의 가슴에 얼음을 녹일 모닥불이 돋는 결과를 모두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절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책

표지를 넘기면 처음 나오는 것이 목차가 아니라 위너의 인물 설명과 관계도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이렇게 친절하게 인물에 관하여 따로 나오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어 생소했다. 하지만, 처음 몇 챕터를 읽으면서 작가님의 친절함에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 편에 속한다. 아마, 필력이 부족한 작가라면 하나의 이야기로 묶기 힘들 정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님의 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서로의 삶이 연결되어 있어 읽다가 보니 인물 관계도가 저절로 머리에 그려졌다. 그리고 사건도 꽤 많은 편에 속한다. 사람 개개인마다 사건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여느 작가들처럼 주인공의 사건에만 중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 주민을 주인공으로 두고 수많은 사건을 서로 엮으면서 모든 사람을 극 중에 나오는 인물이 아닌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은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 놓았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처럼 하나의 사건을 두고 영상화를 하게 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절반도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소설 속이 아니라 조금 먼 곳에 존재할 것 같은 마을과 사람들의 삶을 풀어 놓은 책

프레드릭 배크만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꾸미지 않은 날 것의 이야기가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더 소설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위너 속 등장인물들은 어느 하나 100% 완벽하게 멋있거나 행복하거나 잘났거나 하지 않는다. 멋있는 것 같으면서도 알고 보면 허당이고, 이타적인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이기적이며, 행복해 보이지만, 각자의 불행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완벽해 보이지만, 의외로 손도 대지 못할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정말이지, 완벽한 사람이 단 하나도 없으며, 아름다운 이야기만 존재하지도 않는다. 성폭행, 협박, 횡령 의혹, 미움, 폭력, 죽음까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아픔이 다 나온다. 그래서 읽으면서 만들어진 마을이 아니라 정말 옆 마을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아름다운 판타지도 좋지만, 이렇게 잘 쓴 일상 이야기 같은 소설은 여운을 더 깊게 남기는 것 같다.

건조한 요즘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

읽으면서 같이 화내고,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같이 가슴 아파하다 보니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책의 1/3은 10대가 주인공이며 1/3은 학부모이며 나머지는 마을에 언제나 존재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느 누가 읽더라도 감정 이입이 될 것이라 감히 장담한다. 표면적으로는 연령대도 다양하며 직업군도 다양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하키와 숲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며 서로 싸우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조금 깊게 들어가 보면 일이든, 사람이든 죽을 만큼 사랑해 본 사람들의 열정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올해는 엘니뇨 때문에 좀 덜 추운 겨울이라고 하지만, 겨울이 오면 누구나 마음 한켠이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가족, 타인, 일, 목표, 꿈 등등으로 말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이런 느낌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아마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꽉 찬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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