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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 1
오오토리 유스케 지음, 유다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6월
평점 :
오오토리 유스케의 『MAD』는 낡은 세상 한가운데에서, 왜 살아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길을 걷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망해버린 세계에서 동생과 함께 유일한 ‘낙원’을 찾아 나선다. 마치 남은 모든 의미를 붙잡으려는 사람처럼, 희망 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무리와 함께 옮긴다. 흡사 황폐해진 우주와 줄어드는 생존자 무리, 끝없는 이별과 죽음 속에서, 그의 모습은 감정의 끝자락에 겨우 매달린 사람의 초상이다.
이 만화의 그림체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과장되지 않은 선과 고요한 공백, 인물들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담담함은 새하얀 침묵과 절망을 그려낸다. 여백과 공백에 평범한 만화에서는 느끼기 힘든, SF 디스토피아 세계관 특유의 적막함과 냉소적인 공기가 스며 있다. 인물들은 서두르지 않고 느릿하게 움직인다. 그 느릿함은 이 세계가 무너져 있다는 사실, 희망이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차분히 각인시킨다.
주인공은 동생과 대화를 나누고, 동생 또한 오빠에게 조금이라도 더 살아남아 추억을 기억하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낙원을 찾아 이동하던 이들은 하나둘 죽고 사라진다. 그리고 이 담담한 여정의 끝, 남자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동생이 사실은 이미 죽었다는 진실에 마주 선다. 그는 자신의 상상 안에서 동생을 붙잡고 살아왔고, 이제 죄책감 섞인 마음으로라도 더 살아보자 다짐한다. 먹먹한 생존의 이유는 사랑하는 이의 기억, 그 죄책감, 지키지 못한 약속에 있다.
결국 그가 도착한 곳엔, 세상 유일의 낙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의 진실은 냉정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내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건 여기에 있다. 느릿하고 담담하게 모든 걸 바라보는 남자의 표정, 욕망이 증발한 풍경, 그럼에도 조금은 살아보려는 태도와 그 정직한 무감각과 염세주의가, 오히려 SF 장르만의 감각적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2권이 무척 기대 되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