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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로 읽는 맛있는 화학
사이토 가츠히로 지음, 황미숙 옮김 / 북스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요리에 관심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유튜브에서 여러 레시피를 찾아보며 나름 왜 그렇게 되는지와 어떤 레시피가 더 적합할지 취합하곤 했다. 그렇게 이어진 작은 궁금증이 화학이었다. 분명 화학을 배울 땐 머리 아파했는데 막상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 보니 궁금해졌었다. 이번 책은 내가 '왜일까?'라고 던져보지 않은 내용, 당연한 듯이 넘겨짚었는데 막상 몇 군데에서만 빈약한 개념을 적용시키고 어이없는 실수를 하곤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이동시켰던 최근의 일도 담겨있었다.
요리하는 부모님을 보고 있을 때면 '어떻게 간을 맞춰요?', '이렇게 나왔는데 왜 그러지?'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 주방에서 칼자루를 쥐어보려 하니 칼질은 못해도 혼자 수줍게 먹을 정도는 되는데 간을 잘 못 맞춘다거나 음식 맛이 이상해지는... 경우는 어쩔 수 없는 한식이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반도에 살고 있어서 재료가 풍부한 나라이다 보니, 한 번의 요리를 위해 필요한 양념 준비 재료는 왜 이리 많은지...
그렇게 먹고 싶지만 주변에서 팔지 않거나 너무 맛없어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게 낫겠다 판단한 음식 중 비교적 쉬운 베이킹만 가끔 해 먹을 수 있었다. 요즘은 다시 한식도 도전하려 하지만 아직도 간을 잘 못 맞춘다. 음식이 이상한 맛이 나기도 하니... 매번 답답할 수밖에.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왜 이렇게 되지?'에 대한 답을 찾으면 해결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에 성공의 맛을(집에서 혼자 느끼는 생각이지만.) 보고는 흐뭇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화학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내게 이번 책은 물음표조차 띄우지 않았던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약간 위 단계, 그리고 완성 단계는 알고 있었지만 그 중간에 대한 지식이 비어있었던 부분들까지.
최근에 장어구이가 먹고 싶어 마트에서 호기롭게 장어 한 팩을 구입해왔었다. 전에 주방과 거실 사이를 오가며 장어 요리 장면을 봤고 상당히 맛있었기에 도전해보겠다며 구입한 장어는 장마의 끝으로 연이은 폭염에 냉장고에 담긴 채 에어컨을 틀고도 본인의 자리를 지키다가 겨우 비가 내리는 새벽 꺼내졌었다. 포장을 뜯고 장어를 물에 깨끗이, 정말 깨끗이 씻었다. 당연히 생선이니까 씻겠지라는 생각에. 그렇게 깨끗해진 장어는 지느러미와 겉(?)이 칼에 의해 떨어져 나가고 칼집과 함께 프라이팬으로 올라가 익혀졌다.
기대 반, 설렘 반에 양념도 해볼까 하며 다른 영상을 봤는데 웬걸... 장어는 물에 절대 씻지 말란다. 물에 씻으면 비리고 못 먹는 맛이 된다고... 딱 봐도 요리 경력 최소 30-40년이실법한 분께서 말씀하신다. 아... 난 깨끗이 씻겼는데... 그리고 그 친구는 지금 프라이팬 위에 있는데...^^ 허탈함도 잠시 레몬즙이라도 뿌려서 비린 거라도 잡을까 싶었지만 조용히 음식물 쓰레기통을 준비했다. 그때는 당황스러움에 그냥 못 먹겠다며 포기했던 지식 부족에 의한 해프닝은 이번 책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었다.
평소 알던 개념이라고 여겼던 '삼투압'이었다. 적당한 물질이 녹아있는 용액 a와 순수한 물인 b를 반투막을 기준으로 두 공간에 나눠 부으면 1초 후 어떤 변화가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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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대로다. 그럼 용액마다 다르지만 그래도 1시간 내지 2시간 후엔?
수면의 높이에 변화가 생긴다.
같은 수면의 높이는 순수 물인 b가 녹인 물질을 지닌 용액 a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a의 수면이 더 높아진 상태에서 다시 원래 상태로 돌리고 싶다.
당신은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가?
물론 용액 b를 a보다 높게 한, 기울기를 이용한 이동이라던가,
손으로 떠서 이동한 이동 등은 포함하지 않는 방법을 묻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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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용액 a에 압력을 주는 방법에 관해 알려주었다.
여기서 압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투압이다.
여기까지는 워낙 자주 듣던 내용이니 '아~ 난 기울기 이용하려 했는데, 삼투압이 더 쉽네'라던가.
'삼투압~ 어릴 때 들었는데' 등의 반응일 터다.
나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나름 삼투압에 대한 개념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 요리를 할 때도 종종 열의 이동을 생각해보듯 삼투압의 이동 방향을 고려해보곤 했는데
이번에 장어 음식물 쓰레기통 행은 삼투압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었다.
생선을 잘라서 수돗물로 씻은 상황을 언급하며 설명하기 시작한 책에서는, 생선 토막 내의 체액으로 인해 높은 농도는 위의 용액 a와 같으며, 수돗물은 그에 반해 농도가 0이므로 용액 b와 같다고 했다. 세포를 사이에 두고 접해 있는데 물이 농도가 더 높은 생선 토막을 향해 이동하는 과정이 벌여지고, 이는 생선살이 물에 불어 맛을 뚝 떨어트린다고 한다. 횟감처럼 얇게 뜬 생선은 절대, 물로 씻으면 안 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해 주기도 했다.
이 책을 조금만 빨리 읽었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오늘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향하는 유통 과정에서 익히는 과일과 채소에 관한 설명에서 바나나와 방울토마토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바나나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토마토는 색의 변화에만 영향이 있는 게 아니라 색의 진하기에 따라 더 달아지지 않을까 싶어 매번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카트에 담곤 했는데,
파란 토마토와 빨간 토마토의 달달함이 같다고 한다. 색만 진해질 뿐 당도는 변화가 없다니.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곧장 방울토마토가 있는 곳에 있었던 오늘이었기에, 바로 세 개의 푸르뎅뎅, 약간 더 익은 느낌, 빨강이 되기 며칠 전 과정의 방울토마토, 세 개를 준비했고 차례대로 입에 넣어 실험을 했다.
그런데 너무 푸르뎅뎅했었을까? 이건 뭐... 뱉고 싶다. 하지만 나름 진지한 실험이자 인풋에 대한 예의였기에 뱉지 않고 끝까지 씹었다. 작가님께서 언급하신 건 거의 익었지만 빨강은 아닌 세 번째 토마토와 같은 것에만 한정될까?라며 두 번째 토마토를 입에 넣고 씹기 시작하자 아... 똑같다. 오히려 더 약한 줄은 알지만 방금 호되게 당해서 그런지 얘가 더 맛없는 느낌이다... 실험 전에 가족들에게 방금 얻은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앞에서 실험을 한 건데... 아...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모두가 마지막 건 그 내용에 맞겠다 싶었던 걸 입에 쏙, 응? 아닌가? 뭐지... 비슷해. 분명 방금 다 익은 건 달아서 한 줌을 그 자리에서 따먹고 왔는데... 나름 물로 입도 헹구고 나왔는데...라며 절망 아닌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아빠가 나지막이 충격적인 말을 전달하셨다. 일본 토마토랑 우리나라 토마토 종이 달라서 그런 것 아니냐고. 아... 다른가? 내 실험과 작가님의 귀띔에 의하면 다르다는 사실에 98%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다. 종이 다르면 적어도 일본 토마토라도 작가님의 의견 대로니까.
이 두 가지 사건 이외에도 책에 의해 신기해하며 얻은 정보에는 간을 맞추기 어려워하는 내게 도움이 되었던 양념 순서였는데 이 또한 삼투압이 사용되는 파트였다. 물론 삼투압만 나온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설탕과 소금 중 설탕이 더 먼저 쓰여야 하는 것, 식초는 나중에 넣어야 하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아는데 분명 며칠 있으면 머릿속에서 사라져 책을 뒤적거려야 알 수 있는 정보가 되겠지만 그래도 아예 몰랐던 지난날보다 낫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방울토마토에 대한 의문만 커진 채 즐거운 시간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요리로 읽는 맛있는 화학>의 [책 읽고_gingerna]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고즈넉한 한옥에 앉아 쏟아져내리는 비를 보고 들으며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