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셀 - 죽음을 이기는 첫 이름
아즈라 라자 지음, 진영인 옮김, 남궁인 감수 / 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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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급성골수성백혈병 분야의
국제적 권위자이자 혈액과 골수 조직은행을 만든,
질병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는
환자라면 꼭 만나고싶을 의사이다.

이 책 총 7장의 제목은 저자의 남편을 포함한 7명의 환자 이름이 붙여졌다.
누구보다 열심히 삶을 갈망하던 그들에 대한 최대의 경의를 표한 것.

p81
그는 빗방울이 진주가 될 수 없지만 이제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될 수 있음을 환기한다. 질병을 치료하는 일은 진주이고, 환자를 치유하는 일은 눈물이다. 의사는 둘 다 할 수 있다.

각 환자들이 병을 진단 받은 후 어떤 치료를 받고 병이 진행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지,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그리고 환자들의 삶에 대한 욕구를 이해하는 인간으로서
작가가 겪는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암 관련 연구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난 50년간 암치료법은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
각 환자들의 병이 발병하고 진행하고 사망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암세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치료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실패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그 과정에서 동물 실험이나 말기 암치료법 개발이 효율적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p77
앞으로의 도약을 위해,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의 두가지 조치가 즉각 실행되어야 한다.
동물연구에서 인간연구로 전환하고, 마지막 암세포를 쫓는 대신 첫 번째 암세포를 찾는 수단을 개발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p308
하지만 암에 대한 면역은 나이와는 상관없다. 모든 개개인은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과학과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암은 암의 전 단계에서 예상되어야 한다.

p312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무엇보다도 가장 보편적으로 환자를 배려하며 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질병의 말기 단계에만 맞춘 치료법 개발에서 눈을 돌려 개시 단계의 암 진단과 암의 증식 예방을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암을 이미 앓고 있는 환자들이나 그 가족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각 환자들의 삶과 죽음이 너무나도 실감나서 마음이 많이 아플듯...
하지만 암의 발병, 진행과정에 대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라면 자신의 병을 알고,
어떤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견뎌내야 할지, 적절한 순간 포기하고 편안해져야 할지...

열정적으로 암을 정복하고자 연구하는 의사이자 연구자가
환자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환자의 병 치료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함께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아름답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윌북에서 출판한 의학 관련 책들을 여러권 접할 수 있었다.
[나는내가죽었다고생각했습니다] 뇌과학자 이야기.
[당신의특별한우울] 정신과 의사 이야기.
[이만하면괜찮은죽음] 노인의학 전문의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종양전문 의사의 이야기.
각 질병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인상깊었다.
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은
삶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계기를 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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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 33가지 죽음 수업
데이비드 재럿 지음, 김율희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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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전문학에 빠졌어서인지 이 책을 시작하는게 좀 어려웠다.
‘죽음’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인데도 말이다.
영국이라는 낯선 배경, 쉽지 않는 용어들, 딱딱하게 느껴지는 문장들도 한몫...
하지만 3장쯤 진도를 나가니 묵직한 이야기가 가슴에 깊숙히 와닿는다.

노인의학 전문의가 풀어놓는 구체적인 임상들과 자신의 온 경험에서 우러나는 죽음에 대한 철학,
너무나도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이야기들.

p45
그 순간, 노년은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하면서,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어떤 일을 하면서 말이다.

잘 늙고 잘 죽는데 정답이 있을까?.

33개 소주제의 글들을 읽으며 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완화치료나 연명치료가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노화와 죽음에 순응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성찰할 기회를 주고
내가 가지고 있던 죽음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바꾸어준 책.

결국 괜찮은 죽음이란 '죽어가는 과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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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한정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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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절이 있었다.
장난감이라곤 고르고 골라 주워모은 공깃돌,
책 많은 친구 집에서 한아름씩 빌려 읽던 문학전집,
그리고 아침이면 연탄가스에 핑 돌던 머리.

그땐 그게 가난인 줄도 모르고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고 그렇게 살았었다.
힘은 들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p137
"가난? 글쎄? 그때는 다 그렀게 비슷하게 살았지. 우리 주변에는 다 그런 사람들이 살아서 우리가 특별히 가난하다는 생각은 안하고 살았지만...(중략)
그렇지만 그게 불행과 비례하는 건 아니었어. 가난해도 불행하다는 생각은 안들었어."

아버지 없이 깡깡이 일로 다섯 남매의 생계를 꾸리게 된 엄마.
어린 네 동생들 뒷바라지에 중학교 진학도 미룬 맏딸.
바닷가 동네에서 가난때문에 겪어야 했던 에피소드들.

가난에 찌들린 이야기인데도 그리움 물씬 스며드는 건 왜인지.
이미 지나가버린,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기 때문일까?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을 가슴 뭉클 추억하게 하는 책.
젊은 사람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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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 리더의 질문 - 위기와 기회의 시대, 기업의 길을 묻다
권오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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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출간된 <초격차>에 이어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루어낼 좋은 기업 문화를 탄생시키기 위한
리더의 고민에 대한 답변을 담은 책.

p27
훌륭한 경영자는 조직원과 고객을 만족시키고 지속 성장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람입니다. 즉 좋은 경영자가 되려면 좋은 인성(본성)을 갖춘 인재가 의미 있는 경험(훈련)을 통해 지혜를 쌓아야만 합니다.

1장 리더

p43
새로운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민첩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운다면 어떤 위기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속한 조직은 얼마나 유연하고, 민첩하며, 과감한가 계속 생각하며 읽음.
유연하고 민첩하고 과감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중심은 역시 '리더'라는 점.
리더가 바뀌어야 조직이 바뀐다.
발전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를 잘 뽑아야 한다.

2장 혁신

p132
혁신은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개선은 실무자가 하는 것이고 혁신은 리더가 주도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p176
저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인간(human)'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주연이 되어야 할 시대입니다.

리더에 따라 조직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리더가 바꾸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지며
그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가장 인상적.

3장 문화

p211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데, 최고 경영자를 포함한 리더들이 어쩌면 가장 큰 걸림돌이 될지도 모릅니다. 현재 가장 편한 위치에 있고 가장 변하기 싫어하는 최고위층이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지요.

p229
다양성이 있는 문화나 조직에서는 "나한테 피해만 안 주면 네가 하는 거 다 인정해줄게. 얘기를 들어볼게. 좋으면 받아들일게."

개방적인 리더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정된 현재를 뒤로 하고 발전을 위한 모험을 향해 한발 나아가는 과감함을 가질 수 있는 리더는 많지 않은듯.

4차산업혁명이든 코로나19든 변화를 강요하는 이 시대에
리더가 되고픈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할 내용들.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이기 때문인지 핵심을 콕콕 찌른다.

경영서는 좀 딱딱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책은 쉽고 편하게 읽혔다.
진정한 전문인이 쓴 글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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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블 파이 - 세상에서 수학이 사라진다면
매트 파커 지음, 이경민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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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냐구?

수학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많이 활용되고 있는지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실수와 오류가 있는지
그리고 그 실수와 오류로 벌어졌던 그리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사건, 사고들.

p409
이 책은 온 시대를 통틀어 선별한 수학 실수 모음집이다. 다음 페이지에 소개되는 수학 실수들은 단지 재밌기만 한 것이 아니라, 폭로적인 성격도 있다.

수학도, 아니 수학자도 재밌을 수 있다!

일단 너무나 재밌다.
물론 큰 수들, 컴퓨터 속 이진수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땐 머뭇거릴 수 있으나
작가의 위트 넘치는 설명과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예시들은 완전 흥미진진.
몰라도 살아가는데 지장없는 수학실수를 재밌게 설명하기도 하고
수학 오류때문에 인명피해는 물론 재해에 가까운 손실을 받게 되는 과정을 쉽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그 실수를 통해 인류는, 수학은 발전한다.

p362
인류는 그렇게 진보한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 이상의 뭔가를 만들고, 만들어왔다. 우리가 열역학을 이해하기 전에, 증기 기관은 이미 동작했다. 면역 체계의 원리를 알기 전에, 백신이 먼저 개발되었다. 공기 역학의 지식에 빈틈이 많지만, 비행기는 오늘날까지 계속 날고 있다.(중략) 피할 수 없는 실수를 통해 배운 바가 있다면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책을 이렇게 재밌게 단숨에 읽을 수 있다니!
저자의 수학에 대한 애정과 궁금한 것은 끝까지 파헤치는 열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책.

p227
모서리로 설 가능성을 계산하기 위해 나는 그 동전을 들고 앉아 사흘 밤낮을 튕겼다. 그랬더니 만번 중에 열세 번 모서리로 섰다. 나쁘지 않은 결과다. 새로 유통되는 1파운드 동전이 똑같은 확률을 가질지 궁금하다. 그러나 난 번의 동전 튕기기는 이제 다른 이에게 양보하겠다.

서문이 418쪽에서 시작되어 감사의 말이 0쪽으로, 그리고 다음장이 4,294,967,295쪽이다...ㅎㅎ
왜 그런지 비밀을 알고픈 분은 꼭 읽어보시길~~

문과인 분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수학실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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