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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평점 :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마녀 키르케의 매력에 퐁당 빠지다.
신화속 스치듯이 등장했던 인물을 이렇게 사랑하게 되다니...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보다 더 흥미진진한 영웅이야기,
그 영웅들의 모험보다 훨씬 매력넘치는 이야기가 바로 마녀 키르케의 삶과 사랑 이야기가 되겠다.
티탄 신족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로 태어났으나 미천하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 속에 자라는 키르케.
p81
나는 그들과 달랐다.
다르다고? 낮고 우렁찬 삼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생각을 해야한다, 키르케. 그들이라면 어떻게 하지 않겠는지.
어릴 때 스치듯 만난,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죄로 벌을 받는 프로메테우스는 그녀가 자아를 찾아가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르지만 잘못된 존재가 아니라는 깨달음. 다른 바로 그것이 나 자신임을...
p110
이쯤에서 설명하자면 마법은 머릿속에 떠올리고 눈만 깜박이면 되는 신적인 능력이 아니다. 마법은 만들고 작업하고 계획하고 모색하고 파헤치고 말리고 다지고 빵을 끓이고 그 위에 대고 말을 걸고 노래를 불러야 한다. 그걸 다 했어도 실패할 수 있다. 신들의 방식과는 다른 점이다.
마녀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아 아이아이에섬에 유배되어 외로이 살아가야 하는 벌을 받고 마법을 수련하는 그녀.
너무나도 인간적으로 그려지는 마법의 세계.
작가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마녀를 그려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래도 안넘어 오겠니?^^
p176
인간들은 이런 식으로 명성을 쌓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과 끈기를 통해, 태양 아래서 빛날 때까지 정원을 가꾸듯 기술을 연마해가며. 하지만 신들은 이코르와 넥타르의 산물이라 탁월함이 이미 손끝에서 터져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며 명성을 쌓았다.
저자가 그리는 신과 인간.
신들은 메마르고 잔인하고 이기적일 뿐이고
인간은 약하지만 다양하고 아름답다.
아리아드네, 다이달로스와의 에피소드에서 그려지는 캐릭터들도, 영웅 오디세우스도 생동감 있고 멋지다.
키르케는 끝내 인간의 편에서 인간적으로 살아간 마녀였다.
p470
나는 그의 자식으로 지낸 수많은 세월동안 그 환한 얼굴을 샅샅이 살피고 그의 생각을 읽으며 그중에 나와 얽힌 생각이 하나라도 있는지를 열심히 찾았다. 하지만 그는 줄이 하나뿐인 하프였고, 낼 줄 아는 음이라고는 자기 자신뿐이었다.
영웅 오디세우스와 사랑을 나누고
그의 아들을 낳아 신화를 완성시키는 키르케의 파란만장한 삶.
그리고 마지막 행복한 선택까지.
신이 만든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꿋꿋한 의지,
자신이 사랑하는 자를 이해하고 끝까지 지켜내는 끈기,
절망 속에서도 최선을 찾아 도전하는 삶의 자세.
완벽하진 않지만 마녀 키르케는 멋진 여성상으로 태어난다.
개성 넘치는 신과 마녀들, 그리고 살아 움직이듯 생생한 영웅들을 만날 수 있는 책.
그들의 세계에 뛰어들어 신전을 둘러보고 바다를 헤치며 아이아이에섬을 탐험하다가 사자, 늑대, 님프들과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생생한 느낌.
스토리 속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읽었다.
곳곳에 등장하는 신화 속 인물들 이야기가 엮여져 재미를 더한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알면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신화보다 생생한 신과 영웅, 그리고 인간의 살아숨쉬는 이야기로 되살아난 아름다운 서사시.
꼭 읽어보시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