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0월, 볼리비아 당국은 전 세계 언론에 체 게바라의 사진을 공개했다. 시멘트로 된 물받이 통에 위에 놓인 들것에 흔들리지 않게 뉘어진 채 볼리비아인 대령 한 명, 미국 정보국원 한 명, 일군의 기자와 군인에게 둘러싸인 게바라의 이 사진은 라틴아메리카 현대사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존 버거의 지적처럼 우연히도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나 렘브란트의 「툴프 교수의 해부학 교습」과 닮아 있었다. 부분적으로, 이 사진은 앞서 언급한 회화와 똑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기에 눈길을 끈다. 실제로 이 사진이 지금껏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탈정치화되어 시간을 초월한 이미지가 될 수 있을 만한 잠재력이 이 사진에 있었음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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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들이 나이 들어가는 현실을 사진을 통해서, 가장 은밀하고 괴로운 방식으로, 주시한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든 자주 사진에 찍히는 공인이든, 어떤 사람의 낡은 사진을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뭔가를 느끼기 위해서다. 가령 그때에는 내가(그녀가, 혹은 그가) 얼마나 젊었던가를. 사진은 죽음을 낱낱이 기록해 둔다.이제는 사후에야 깨닫데 될 인생의 얄궃음을 한 순간에 담아둘 수 있다. 그것도 손가락을 단 한번 까닥이는 것만으로.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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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사진에 찍히는 사람에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도덕적 한계와 사회적 금기를 넘나들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여권이다. 그 사람의 삶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방문하는 것, 바로 그것이 누군가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의 핵심이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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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개정판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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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를 표현하는 미사여구가 와닫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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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상황에 개입하지 않는 활동이다. 가솔린 통에 다가가는 베트남 승려, 몸통에 양팔이 묶인 이적행위자를 총검으로 찌르는 벵골의 게릴라 사진 등 인상적일 만큼 대성공을 거둔 동시대 포토저널리즘이 공포감을 자아내는 이유는 부분적으로 사진작가들이 다음과 같은 인식, 즉 사진이나 살아 있는 피사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진을 선택하는 것도 타당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상황에 개입하면 기록할 수 없고, 기록하면 상황에 개입할 수 없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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