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미로는 다양한 것을 상징했다. 그리스인들에게 미로는 영웅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였다. 로마인들이 하던 ‘트로이에 루수스‘는 말 다루는 솜씨로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받는 의식이었다. 성당의 바닥에 그려져 있던 중세의 미로는 세상의 죄를 씻고 성소로 들어가기 위한 정화의식이었다. 선택과 미혹의 가능성을 허용하는 근대의 미로는 무지의 어둠 속에서 이성의 빛으로 길을 찾아내는 과학정신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현대의 미로는 카프카나 보르헤스, 뒤렌마트의 작품이 보여주듯이 대개의 경우 출구가 없는 부조리한 인간 실존의 알레고리로 상정된다. - P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