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에서 문화적으로 중원 왕조의 적통성을 가진 송은 상대적으로 무력이 취약한 인문 국가였기에 서쪽의 서하나 동북 지역의 요와 금이라는 이민족 왕조와 대등한, 혹은 열세적 외교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념적으로는 몰라도 외교적으로는 사방의 만이를 복속시키는 천자의 위엄을 갖출 수 없었다. 따라서 이런 이웃 나라들과 명확히 구별되는 ‘한족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송’이라는 일종의 민족 국가 아이덴티티가 중앙의 엘리트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리고 중앙뿐 아니라 지역의 엘리트들도 이런 개념을 점진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