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정신만을 보는 헤겔처럼, 근대 자연과학자들도 자연에서 거대한 수학책을 보았다. 그리고 수로 파악되지 않는 자연의 질적 측면은 간단히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자연이 법칙의 총합인가? 겨우 방정식의 체계에 불과한가? 그럴 리 없다. 자연의 정말 자연다운 부분은 수식으로 씌어질 수 없다. 빛이 ‘룩스‘로 표기될 때 빛남은 사라진다. 소리가 ‘헤르츠‘로 측정될 때 울림은 사라진다. 무게가 ‘킬로그램‘으로 계산될 때 묵직함은 사라진다. 이렇게 자연의 고유한 질적 측면은 결코 정신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 P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