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나치즘이 만든 죽음의 수용소나 소련의 스탈린주의가 만든 시베리아 수용소는 단지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들에게 자기 삶 가운데서 근원적인 공포를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전체주의가 기능하도록 만든 필수적 장치였다. 전체주의 정부가 형성하는 공포는 개인들 간의 자유로운 소통과 협력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 공포는 사람들 간에 형성될 수 있는 소통공간을 철저히 파괴함으로써 정치공간이 만들어질 수 없게 한다. 정치 공간을 통해 올바른 의견을 형성할 수 없게 된 군중은 국가가 제공하는 이데올로기를 자신의 신념과 행위의 내용으로 내면화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러한 장치 때문에 인간은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주체에서 주어진 자극에 반응하는 수동적 집단의 일원으로 변모한다.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