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으로 향하면서, 시장미술의 존재가 확연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최소한 그 시점 이후 미술의 흐름, 즉 형식과 스타일, 예술정신과 태도, 작가의식 등 거의 모든 현상들은 시장의 공격적인 개입 없이는 결코 설명될 수 없는 요인들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미술에 있어 그 밖의 요인들, 예컨대 미적 판단의 다양한 근거들로서 주제의 역사적·사회적 울림, 형식의 밀도, 표현의 재능 등은 하찮은 것들로 간주되었다. 창작의 주제는 자기현시적이거나 관음증적인 고백들에 자리를 내어주었고, 그 표현형식은 유행과 시사에 매우 민감한 것이 되었다. 우리가 비약적 발전의 시기로 여겨온 바로 그 기간 동안, 현대미술의 토양은 이러한 시장미술이 만개하는 데 적절한 생태적 성격으로 부단히 개조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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