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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윤의 알바일지 - 14년차 알바생의 웃픈 노동 에세이
윤이나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14년차 알바인생이라니 처음 부제를 보았을 때는 놀랍기만 했다. 왜 그 오랜기간동안 정규직이 되려고 하지 않았는지, 분명 저자에게 뭔가 특별한 사유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안타깝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두 가지의 생각이 공존했다. 그녀에게도 꿈은 있었다. 방송국 PD가 되길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어쩌다보니 대학교 때부터 하게 된 알바인생으로 연명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워낙 취업시장이 불경기이다보니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며 취업준비를 해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정규직이 되길 바라며, 잠시동안 머무는 임시직이라고나 할까? 아르바이트를 연속적으로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경험을 쌓아 하루라도 빨리 원하는 곳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하는 마음일 것이다. 지금은 자신만의 아르바이트 이야기로 책을 낸 작가가 되었지만, 그 이전의 삶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왜 그녀가 알바인생에 들어서게 되었고,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번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용돈이라도 벌어보겠다고 공부와 병행하며 나름대로 재미있게 일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굉장히 편하게 일했고, 나만 즐거웠으리라 생각된다. 음료나 카페에서 판매하는 메뉴 제조법은 상당히 빨리 터득한 반면, 나머지 부분에서는 빵점이었다. 서빙을 하기만 하면 위태로웠고, 컵을 깨먹는건 일상이었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니 망정이지, 내가 사장이었으면 나 같이 실수많고, 비효율적인 알바생은 당장에 잘라버렸을텐데 말이다. 이 때의 경험때문에, 그 어디를 가더라도 알바생의 실수에 관대하다.
책에는 그 동안 저자가 해왔던 온갖 아르바이트 이야기로 가득하다. 돈을 못받게 된 프리랜스 직업부터, 과외, 서빙,자기소개서 대필, 임상실험까지 굉장히 다양하다. <IZE>라는 매거진의 제안을 받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까지 떠나며 머나먼 이국 땅에서까지 아르바이트 경력을 쌓았다. 프리터족으로 살아가면서 불안했던 적은 없을까? 물론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자유가 있지만, 그 자유 하나만 보고 선택하기엔 굉장히 불안한 선택이다. 그런면에서 저자의 용기는 높이 사고 싶다. 불안하기는 했지만 후회는 없다는 인터뷰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알바의 강도, 시급, 추천대상까지 세세하게 적혀있는 그녀의 스토리를 보고있자니 웃프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았다.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적도 있지만, 뭐든 될 수 있는 프리랜서였다. 점점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시대가 도래할거라고 한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같은 경우 5분대기조처럼 파트타임일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일자리 문제 참 어렵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던지간에 최소한 약자의 입장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헬조선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 그녀의 이야기가 현실을 대변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저자의 생각속에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