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캘리그라피 - 손글씨 쓰고 싶은 날
김리을 지음 / 황금부엉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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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우연히 서점에서 캘리그라피 책을 본 적이 있다.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가 펼쳐봤는데 아기자기하고 예쁜 글씨들이 한가득이었다. 무작정 나도 해보겠다며 책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러나, 혼자 독학으로 하려니 만만치 않았던 캘리그라피다. 열심히 따라썼음에도 왜 내 글씨체에서는 저런 느낌이 나오질 않는지 그냥 그렇게 덮어두고야 방치했다. 그러다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캘리그라피 단기특강을 한다는 말을 듣고 기본부터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등록해 열심히 들었다. 역시 혼자하는 것 보단 전문가의 도움이 있으니 훨씬 빠르게 늘어가는 것 같았다.



 그 후에 캘리그라피 책을 다시 꺼내들고 이것저것 다양한 종류의 펜을 구입하며 캘리그라피 세계에 빠져들었다. 마음에 드는 문구나 명언들을 발견하면 원하는 글씨체가 될 때까지 쓰고 또 쓰고. 그냥 단순히 글씨를 쓰는건데 그게 뭐가 그리 재밌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좋은 문구를 그에 맞는 예쁜 글씨체로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옛 선현들이 서예나 난을 치며 마음을 다스렸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 책 『하루 한 장 캘리그라피』 또한 설레는 마음으로 받아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QR 코드를 통해 직접 쓰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과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연습노트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캘리그라피 초보들에게는 무척이나 유용하다.



 



  본책에는 이렇게 두 페이지에 걸쳐 QR코드와 어떤 펜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쓸 수 있는지 짤막한 글쓰기 팁을 제공한다. QR코드를 통해 들어가면 유튜브와 연결되는데 저자가 쓴 캘리그라피를 직접 볼 수 있다. 뿐만아니라 캘리그라피를 활용한 다양한 활용법들도 배울 수 있다. 그중에서도 드라이플라워를 곁들인 캘리그라피 엽서와 캘리그라피 책갈피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만들어진 엽서에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훌륭하지만 정성과 마음이 담긴 나만의 엽서를 만든다면 상대에게도 더 의미있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사도 사도 필요할 때면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는 책갈피. 이번 기회에 예쁘게 하나 만들어보고 싶었다. 펜과 종이에 대한 팁과 국내외 캘리그라피 사이트 정보를 담고있는 부록도 굉장히 실용적이다. 





 본책외에 추가로 구성된 연습노트이다. 왼쪽 페이지에는 따라쓸 수 있도록 바탕에 도안이 프린트 되어있고, 오른쪽 페이지는 빈 공간이라 바탕없이 혼자 연습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붓펜으로 써진 굉장히 멋스러운 글씨체가 있어 연습해보았다. 글씨체가 주는 느낌이 좋아 따라해봤지만 연습이 부족했던지 자꾸 평소 글씨체가 튀어나온다. 도안이 인쇄된 연습 페이지가 좀 더 많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그래도 예쁜 캘라그라피 도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원하는대로 골라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연습노트 맨 뒤에는 캘리그라피로 꾸밀 수 있는 아기자기한 여러 사진 이미지들이 들어있다. 그동안 배운 캘리그라피로 내가 직접 꾸며본 페이지들이다. 하얗게 핀 꽃이 사랑에 관한 메시지와 어울릴 것 같았고 알록달록 먹음직스러운 마카롱은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 같아 'Special Day'라는 문구를 넣었다. 특히나 영문 캘리그라피는 선의 두께와 글씨 크기를 조절해 써야 더 조화롭고 멋스럽게 보이는 것 같았다. 




 

 직접 만들어 본 책갈피와 엽서. 세스고딘의 책,『지금 당신의 차례가 온다면』에서 발췌한 쇠렌 키르케로르의 명언과 최근 인상깊게 읽은 랄프 왈도 에머슨의『자기신뢰의 힘』에서 가져온 문구로 만든 책갈피이다. 그리고 옆의 옆서는 유명한 시인,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중 <물안개>라는 시를 가져와 꾸며보았다. 글씨체 하나로 각기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캘리그라피는 꽤나 매력적인 분야다. 아직 초보단계라 더 열심히 배우고 연습해야겠지만, 책을 통해 여러 캘리그라피의 포인트와 느낌을 배워 훨씬 좋아진 것 같다. 펜과 종이를 고르는 법부터 직접 글씨체를 따라써보고 활용하기까지 캘리그라피를 위한 완벽한 구성의 책이 아닐까 싶다. 이번 주말은 책에서 배운 캘리그라피로 마음을 담은 편지 한 통을 써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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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호오포노포노 천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1
이영현 지음 / 렛츠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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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호오포노포노』이 발음하기도 쉽지 않은,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는 제목을 가진 책은 순전히 '인생을 바꾼 내면의 메시지'란 말에 끌려 읽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삶이 아닌 나를 위한 삶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면의 메시지에 집중해 다른 삶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호오포노포노", 간단히 정의하자면 고대 하와이언들의 용서와 화해를 위한 문제해결법이다. 책 속 호오포노포노를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미,고,용,사"라는 호오포노포노의 대표적인 정화법을 계속적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의 줄임말이다. 이 네 가지 말들 속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들어있어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와 몇몇의 사람들이 호오포노포노 정화법을 어떻게 실천했는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정화와 소통의 관점에서 말하고 있다. 서문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논리적인 접근보다는 마음, 가슴으로 느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의심스러운 마음이 생겨났다. 내가 알고 있는 정화는 호흡이나 명상같은 것을 통해 마음을 비워내고 정신집중을 할 수 있는 수련이다. 그런데 웬걸 정화를 위해 사물과의 대화를 시도하다니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비행기와 이야기 하고 원숭이와 소통하는 저자였다. 심지어 건강한 삶을 위해 운동을 하기 보다는 자신의 신체와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니 카페를 통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실천하고 있었다. 수 년간의 실천을 통해 많은 변화를 했다는 경험담들도 꽤 있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제대로 읽어보자 마음을 다잡았다.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기 보단 '이런 이야기들도 있구나'라며 편하게 읽어내려갔다. 저자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나 자신을 정화하고 나 자신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을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다 죽어 신 앞에 선 한 할머니는 당당히 착하게 살아왔다고 말한다. 신이 너 스스로에게는 어떤 삶이었느냐고 다시 묻자 할머니는 그제서야 울며 용서를 빌었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느라 자기 몸과 마음은 이미 엉망이 되어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스스로의 정화를 강조한다. 정화를 통해 스스로가 밝아진 사람은 세상에 두려울 일이 없다는 것.

"내가 빛이냐인 것이 중요하지 상대에게 어둠인 것이 중요하지 않다." 


 가장 표면적인 현재의식과 기억에 의존하는 심층의식, 그리고 나에게 영감을 주며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는 잠재의식까지, 사실 책을 덮는 순간에도 내가 호오포노포노의 정화법을 온전히 이해한 건지 확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생의 주인 나여야만 하고 자신과의 대화가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책 속의 사람들처럼 호오포노포노 정화법을 실천할 자신은 아직 없다. 그렇지만 내면에 나와 좀더 가까운 소통을 하는 것과 누구에게나 좋은 영향을 미칠 '미용고사'의 말은 깊이 새겨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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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김호식 지음 / 멜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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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엽기'라는 단어가 유행이었다. 엽기토끼라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단어로 쓰이며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았었다. 이 책도 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엽기적인 그녀>하면 단연 전지현과 차태현 주연의 영화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견우야,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봐." 등 수 많은 유행어를 탄생시켰던 영화. 웬만한 사람들의 상상력은 가뿐히 뛰어넘는 여주인공 그녀, 전지현. 지하철에서 토하기는 기본, 뺨 때리기 내기까지 엽기를 넘어 도대체 어디서 저런 행동이 나오는지 궁금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예측불가능한 그녀의 매력에 빠져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그녀의 모습마저 감싸주고 받아주는 약간은 어수룩하면서도 정이 많은 남자, 견우다. 둘의 순수하고 예쁜 사랑에 결국엔 울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후에 종종 생각날 때마다 보는데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 귀한 영화 중 한편으로 남아있다. 



 설레면서도 가슴아픈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바로 김호식의 장편소설 『엽기적인 그녀』다. 현재는 엽기적인 그녀2라는 이름으로 후속작도 나왔고 조만간 드라마로도 나올 예정이다. 이에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것 같다.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든 그 반대든 감독이나 작가의 방향에 따라 각색되기 마련이다. 1세대 인터넷 소설로도 유명한 원작은 영화와 달리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어떻게 서술해나갈지 궁금했기에 읽게 된 책이다. 



 영화를 먼저 봐서인지 읽는 내내 책 속 내용과 영화 속 장면들이 오버랩 되었다. 특히나 차태현의 내레이션이 귓가에 울렸고, '이 대목에서 전지현이 참 예뻤지~, 견우는 한결같이 어리바리하네.'라는 생각들과 함께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인터넷 소설 특유의 문체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는 '귀여니'의 작품들이 인기몰이를 했다. 등장인물들의 말투 그대로를 옮겨놓은 대사와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들까지 이 책 역시 그런 특징들로 가득하다. 예를들어, "헉!"과 같은 감탄사나 "뭐가"를 "모가"로 옮겨놓은 말들이 그렇다. 다시 읽으며 그 시절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책으로 만나는 그녀와 견우 또한 아련하게 다가오는 건 마찬가지였다. 읽어보니 영화가 원작의 흐름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몇의 설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슷하게 전개되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라면 결말일 것이다. 열린 결말로 끝나는 소설은 훗날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란 생각이 들게 했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였다. 영화가 주는 강렬한 인상때문인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멋대로 '결국엔 운명처럼 다시 만날테니까 괜찮아.'라는 결말을 내버렸다. 영화보다 먼저 이 책을 먼저 만났더라면 좀 더 다양한 결말을 예상하며 흥미로운 상상들로 끝낼 수 있었을까?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그럼에도 같은 엔딩을 그려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 이 책과 함께 나만이 간직하고 있는 그 시절, 아름다운 사랑의 회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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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변호사 고진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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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을 죽여 주세요"라는 강렬한 대사와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모의 한 여성이 자신의 남편을 죽여달라는 의뢰를 하고 얼마 뒤 그녀의 남편은 정말로 살해당한다. 남편이 죽자 자연스레 그를 교살한 혐의를 받게되는 미모의 여인 김명진. 몇 되지 않는 증거들이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결국 그녀는 피고인의 신분으로 법정에 선다. 오로지 뒷길에서 의뢰를 받으며 난해한 사건들을 해결하던 어둠의 변호사, 고진은 처음으로 법정에 등장하며 그녀를 변론하게 되는데.......



 현재 재판과정과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꽃같은 청춘들이었던 김명진과 그녀를 좋아하던 남자들 신창순, 한연우, 남궁현, 임의재가 있다. 어느날 돌연 한 친구가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그녀를 좋아하던 나머지 친구들 역시 질세라 너도 나도 프러포즈를 한다. 누구 한명을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던 그녀 김명진은 장난스레 달리기 시합을 권했고 그녀의 예상과 달리 그들은 진지하게 임한다. 달리기 시합으로 한명의 승자와 나머지 세명의 패자로 나뉘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시합의 승자가 그녀의 결혼 상대자로 결정된 것이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대한 결혼을 달리기로 정하다니 참 무책임하다.




 김명진은 그렇게 시합에서 승리한 신창순과 부부가 되었고 눈부시도록 찬란했던 그녀에겐 또 다른 앞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한복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신창순. 과연 정말로 그녀가 남편을 죽인 범인일까? 모든 상황과 증거들이 그녀를 옭아매지만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녀. 그럼에도 무언가 감추고 있는 듯 시원스레 이야기 터놓질 않는다. 읽는 내내 그녀의 행동이 답답하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스토리의 법칙상 강력한 용의자인 그녀 대신 또 다른 진범이 감춰져 있을 것만 같았다. 여러차례의 재판 속행과 고진의 능력으로 일단 김명진은 보석으로 나오게 되지만 완벽하게 무죄판결을 받아내지 못하고 연이은 재판으로 이어지면서 감춰져있던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밝혀지는데.......




 생각지 못했던 인물들과 이야기가 펼쳐지며 범인이 밝혀진다. 속이 후련하다기 보단 소설속에서처럼 안타까웠다. 읽고 나서도 뭔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그런 감정들이 밀려왔다. 사랑해서 저지른 범죄. 이 모든 시작은 사랑이었고,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불행을 불러들였다. 왜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을까? 임의재는 그녀의 애절한 부탁을 그렇게 거절해야만 했을까? 결국 둘의 선택은 예상치 못한 비극을 불러왔고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난다. 평생을 후회 속에 살아야 할 두 사람. 그간 읽었던 법정스릴러나 추리물 장르와는 또 다르게 안타까운 결말과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처음 작가의 소설 『유다의 별』을 접했을 때 받았던 충격이 상당했기에 이번 고진 시리즈 역시 크게 기대하며 읽었다. 법정에서 펼쳐지는 장르소설. 무엇보다 현재 부장판사로 재직중인 저자의 글이라 그런지 터무니없게 과장되거나 비현실적인 부분들은 없었다. 그 덕에 편하게 읽히긴 했으나 주인공 남자 넷의 감정선이 드러나지 잘 드러나지 않아 완전히 몰입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에 확 빨려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 그럼에도 예상과는 다른 신선한 전개와 결말로 이어져 재미있었다. 드디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어둠의 변호사 고진, 그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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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도 최승필 법 시리즈
최승필 지음 / 헤이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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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1학년, 캠퍼스 라이프에 한 껏 들떠 많은 꿈을 꿨던 시절 교양 강좌로 법학개론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쉽지 않은 강의가 될 거라 예상했지만 어떠한 원리로 법이 제정되고 행해지는 오로지 학문적 호기심으로 수업을 들었다. 몇 조, 몇 항의 규율들과 관련된 내용 이해만으로도 벅찬 강의였다. 그러나 복병은 따로 있었다. 중간, 기말고사 과제가 무려 법학 교재를 무조건 필사해오는 것이었다. 게다가 제한된 범위도 없었다. 이 강의 이후로 법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법은 딱딱하고 어렵기만 하다라는 공식이 무의식적으로 생겨났다.


 그런 나의 공식을 단 번에 깨버린 책이 바로 이 책, 『법의 지도』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아무리 좋은 내용이어도 읽히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런 저자의 생각이 잘 담긴 흥미로운 교양서적이다. 우리 시대 당면한 문제들을 위주로 법과 연관시켜 서술해 놓았다. 법학개론을 들을 때만 해도 나와는 관련없는, 거리가 먼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인 우리 주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좋았다. 한결 이해하기 수월했으며 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눈 앞에 둔 현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법>을 다룬 마지막 장이 기억에 남는다. 책에 앞서 법정 미드 <굿 와이프>를 보면 드론과 이에 대한 논쟁들을 접했다. 지역의 분실과 도난 문제로 드론을 이용한 보안 순찰 사업에 뛰어든 CEO. 그리고 사생활 침해의 문제를 제기하는 지역 주민. 그 둘의 가치가 충돌해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드론의 발전은 군사분야, 기상관측 등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나 사적 공간 침해에 있어 그 사용이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심지어 드론 스스로가 핵심적인 개인정보를 빼내 유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입법 과정은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에 문제가 된다.


 드라마에서도 명확한 법적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았기에 현존하는 법률을 기반으로 판결을 내렸다. 책에서 언급한 최근 새롭게 나온 드론 규제 방안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공중 고도의 공간을 용도에 따라 할당하는 방식이다. 레저용, 상업용 등 각각의 드론은 특정 고도에서만 비행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드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스마트 카 등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스마트 카 운전 중 사고가 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스마트 카를 제조한 기업? 운전자 개인? 아니면 정부에게 있는 것일까? 그 책임이 불분명하기에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만 주제들을 다루었다. 저자의 말처럼 좋은 법이 만들어지고 행해지려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들 사이의 합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는 법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멀리한다. 단편적인 법률이나 지식을 늘어 놓은 것이 아닌 법의 본질을 바탕으로 쉽게 쓰여진 이 책을 통해 법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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