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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도 ㅣ 최승필 법 시리즈
최승필 지음 / 헤이북스 / 2016년 5월
평점 :
대학교 1학년, 캠퍼스 라이프에 한 껏 들떠 많은 꿈을 꿨던 시절 교양 강좌로 법학개론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쉽지 않은 강의가 될 거라 예상했지만 어떠한 원리로 법이 제정되고 행해지는 오로지 학문적 호기심으로 수업을 들었다. 몇 조, 몇 항의 규율들과 관련된 내용 이해만으로도 벅찬 강의였다. 그러나 복병은 따로 있었다. 중간, 기말고사 과제가 무려 법학 교재를 무조건 필사해오는 것이었다. 게다가 제한된 범위도 없었다. 이 강의 이후로 법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법은 딱딱하고 어렵기만 하다라는 공식이 무의식적으로 생겨났다.
그런 나의 공식을 단 번에 깨버린 책이 바로 이 책, 『법의 지도』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아무리 좋은 내용이어도 읽히지 않는다면 소용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런 저자의 생각이 잘 담긴 흥미로운 교양서적이다. 우리 시대 당면한 문제들을 위주로 법과 연관시켜 서술해 놓았다. 법학개론을 들을 때만 해도 나와는 관련없는, 거리가 먼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인 우리 주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좋았다. 한결 이해하기 수월했으며 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눈 앞에 둔 현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법>을 다룬 마지막 장이 기억에 남는다. 책에 앞서 법정 미드 <굿 와이프>를 보면 드론과 이에 대한 논쟁들을 접했다. 지역의 분실과 도난 문제로 드론을 이용한 보안 순찰 사업에 뛰어든 CEO. 그리고 사생활 침해의 문제를 제기하는 지역 주민. 그 둘의 가치가 충돌해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드론의 발전은 군사분야, 기상관측 등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나 사적 공간 침해에 있어 그 사용이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심지어 드론 스스로가 핵심적인 개인정보를 빼내 유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입법 과정은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에 문제가 된다.
드라마에서도 명확한 법적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았기에 현존하는 법률을 기반으로 판결을 내렸다. 책에서 언급한 최근 새롭게 나온 드론 규제 방안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공중 고도의 공간을 용도에 따라 할당하는 방식이다. 레저용, 상업용 등 각각의 드론은 특정 고도에서만 비행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드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스마트 카 등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스마트 카 운전 중 사고가 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스마트 카를 제조한 기업? 운전자 개인? 아니면 정부에게 있는 것일까? 그 책임이 불분명하기에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만 주제들을 다루었다. 저자의 말처럼 좋은 법이 만들어지고 행해지려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들 사이의 합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는 법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멀리한다. 단편적인 법률이나 지식을 늘어 놓은 것이 아닌 법의 본질을 바탕으로 쉽게 쓰여진 이 책을 통해 법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서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