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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ㅣ 변호사 고진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평점 :
"남편을 죽여 주세요"라는 강렬한 대사와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모의 한 여성이 자신의 남편을 죽여달라는 의뢰를 하고 얼마 뒤 그녀의 남편은 정말로 살해당한다. 남편이 죽자 자연스레 그를 교살한 혐의를 받게되는 미모의 여인 김명진. 몇 되지 않는 증거들이 그녀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결국 그녀는 피고인의 신분으로 법정에 선다. 오로지 뒷길에서 의뢰를 받으며 난해한 사건들을 해결하던 어둠의 변호사, 고진은 처음으로 법정에 등장하며 그녀를 변론하게 되는데.......
현재 재판과정과 과거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꽃같은 청춘들이었던 김명진과 그녀를 좋아하던 남자들 신창순, 한연우, 남궁현, 임의재가 있다. 어느날 돌연 한 친구가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그녀를 좋아하던 나머지 친구들 역시 질세라 너도 나도 프러포즈를 한다. 누구 한명을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던 그녀 김명진은 장난스레 달리기 시합을 권했고 그녀의 예상과 달리 그들은 진지하게 임한다. 달리기 시합으로 한명의 승자와 나머지 세명의 패자로 나뉘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시합의 승자가 그녀의 결혼 상대자로 결정된 것이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대한 결혼을 달리기로 정하다니 참 무책임하다.
김명진은 그렇게 시합에서 승리한 신창순과 부부가 되었고 눈부시도록 찬란했던 그녀에겐 또 다른 앞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한복판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신창순. 과연 정말로 그녀가 남편을 죽인 범인일까? 모든 상황과 증거들이 그녀를 옭아매지만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녀. 그럼에도 무언가 감추고 있는 듯 시원스레 이야기 터놓질 않는다. 읽는 내내 그녀의 행동이 답답하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스토리의 법칙상 강력한 용의자인 그녀 대신 또 다른 진범이 감춰져 있을 것만 같았다. 여러차례의 재판 속행과 고진의 능력으로 일단 김명진은 보석으로 나오게 되지만 완벽하게 무죄판결을 받아내지 못하고 연이은 재판으로 이어지면서 감춰져있던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밝혀지는데.......
생각지 못했던 인물들과 이야기가 펼쳐지며 범인이 밝혀진다. 속이 후련하다기 보단 소설속에서처럼 안타까웠다. 읽고 나서도 뭔가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그런 감정들이 밀려왔다. 사랑해서 저지른 범죄. 이 모든 시작은 사랑이었고,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불행을 불러들였다. 왜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을까? 임의재는 그녀의 애절한 부탁을 그렇게 거절해야만 했을까? 결국 둘의 선택은 예상치 못한 비극을 불러왔고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난다. 평생을 후회 속에 살아야 할 두 사람. 그간 읽었던 법정스릴러나 추리물 장르와는 또 다르게 안타까운 결말과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처음 작가의 소설 『유다의 별』을 접했을 때 받았던 충격이 상당했기에 이번 고진 시리즈 역시 크게 기대하며 읽었다. 법정에서 펼쳐지는 장르소설. 무엇보다 현재 부장판사로 재직중인 저자의 글이라 그런지 터무니없게 과장되거나 비현실적인 부분들은 없었다. 그 덕에 편하게 읽히긴 했으나 주인공 남자 넷의 감정선이 드러나지 잘 드러나지 않아 완전히 몰입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에 확 빨려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 그럼에도 예상과는 다른 신선한 전개와 결말로 이어져 재미있었다. 드디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어둠의 변호사 고진, 그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