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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에 안녕을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7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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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이 소설은 일본 사회에 횡행하는 여러 문제를 추리소설이란 형식으로 짚어보는 글이다 . 

 

추리소설이랑 장르상, 그리고 뇌리에 콕 박힐 만큼 영향력이 있어야 하는 특징상, 

개개의 에피소드 모두 극단적인 결과에 치닫는다. 아마 작가가 다소의 시사풍자와 교훈을 주기 위해 면밀히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뒤 치밀하게 의도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문제는,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정하고 보여준 "허구(혹은 이미 일어났던 과거)의 상태보다
아직 극에 다다르지 않았지만 위험수위 언저리에 찰랑대고 있는 "현실"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특히 소설내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빵 터지는 것이라고 단언해서 표현한 부분처럼,
이미 많은 모순과 불합리 그리고 비이성적인 행동과 관습과 생각이 지금고 계속 쌓이고 있는 가정, 학교 그리고 사회가 도대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더욱 두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잔인함과 비이성적인 성향이 이미 도를 넘은 일본의 각종 범죄나-여러 추리 소설 및 영화의 소재로도 쓰인 유괴살인 사건, 지하철 사린 살포 사건, 광신교 사건, 연쇄살인 사건, 재미로 납치 감금 후 폭행살해한 사건 등- 이중적이고 계산적인 일본 현대 사회풍토가 이 소설에 나온 것처럼 쌓이고 쌓인 어떤 비뚤어진 것들의 결과물이라는 걸 조금은 납득하게 된다.  

문제는 과연 우리나라는 이런 극단적인 결과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안심할 수 있냐는 것...? 

일본인들만의 어떤 특성-요코미조 세이시나 다카노 카즈아키 그리고 시마다 소지의 소설 등에서 종종 느낄 수 있는-때문에 생긴 살인 사건도 있었지만, 만민 공통의 욕망과 감정 때문에 생긴 사건도 있었다. 또 우리나라와 일본이 비슷한 교육열, 남녀차별 그리고 성범죄 등은 사건 형태면에서 충분히 겹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입맛이 쓰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다 읽고 나면 뒤돌아보지 않고 멀리 치울 것 같다. 이 소설은 생각할 것을 여러 모로 던져주지만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추리소설의 특징(인간에 대한 희망)은 다 갖추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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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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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사람이 꽉차서 도저히 책을 못 펼치고 들고 있던 중, 뒷표지에 불현듯 시선이 갔다. 

 

'...모든 위대한 작품에서처럼, 『밀레니엄』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며 안심시킨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은 게 아니고, 우리가 살아야 하는 거짓말로 가득 찬 세상에도 희망이 있다고...' 

 --바르가스 요사 

 

밀레니엄이 주장하는 바가 저기에 요약되어 있다. 

다만 판도라의 상자에서 모든 비극과 아픔이 다 나온 뒤에야 겨우 희망 하나가 남았듯이, 

고통과 고난이 너무 많아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1편 소설에서 연쇄살인마는 거의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살인을 계속 저지른다. 연약한 여자들을 만만한 먹잇감으로 인식하고 끊임없이 납치해서 괴롭히다가 살해하는 것이다. 그 일련의 살인 중 한 사건이 오래 전부터 미궁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평생 자신이 간직하고 갈 사건이라고 말한다. 모든 형사들은 이런 사건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2편에서는 알고보면 부조리한 사회에 희생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주인공이 어이 없게도 사회악으로 꼽히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갖은 모욕과 비난을 받는 부분이 나온다. 심지어 주인공에게 어린 시절부터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가 결국 호되게 앙갚음을 당했던 자들이 되려 피해자였던 척 가장하고 나서서 마구 인신공격해대는 것이다. 이에 맞춰 대다수의 여론 및 범죄수사팀에서도 그를 거의 범인으로 단정짓고 마구 몰아부치고 있다. (특히 유능하고 강한 여성에 대한 일부 비뚤어진 남성들의 음험함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오직 매우 소수의 사람들만이 아닐 거라고 믿거나 냉정하게 모든 부분을 봐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지 않겠소? 우리는 인권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즉 그(녀)를 단죄하기 전에 먼저 해명할 기회부터 줘야 한단 말이야!" (하권 p.141) 

 

바로 이런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왜 허구의 산물인 소설에서 내가 바라던 현실을 보고 감동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 요새 내가 추리소설(?)을 계속 붙잡고 보는 것이다. 

내친 김에 밀레니엄 시리즈 3권도 어서 장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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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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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작가부터 한창 이름 날리는 작가까지 다양한 9명의 작가들의 단편들이 알차게 들어가 있다.
특히 다나카 요시키나 모리무라 세이이치, 요코야마 히데오는 개인적으로 반가운 이름이었다. 

수록된 단편들은 거의 작가의 개성이 살아 꿈틀거리는 글들이었는데, 간략하게 설명해 보면,


<절단>의 경우 십각관의 살인에서 느꼈던 기괴하고 미끈미끈하면서 섬찟한 분위기가 소설 마지막에 진하게 느껴졌고, (지금 이 순간도 불쾌한 기분이 들 정도로) 

<눈과 금혼식>은 아리스가와 아리스 특유의 어딘지 소년소녀다운 감성이 살아 있는 반짝거리는 싸래기눈 같은 추리소설이었다.  

<50층에서 기다려라>는 신주쿠 상어가 살짝 등장하는 작품인데 단단하게 짜인 스토리와 의외의 반전으로 흥미진진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게 만들었던 단편이었고, 

  <영국 셰필드>는 시마다 소지라는 작가 이름을 마지막에 다시 확인하고 읽었던 작품이었다. 뻔하지만 그래도 감동적인 이야기여서 작가만 보고 편견을 가지고 읽다가 허를 찔렸던 글이다. 

<오래된 우물>의 경우, 다나카 요시키의 거장 및 노장 다운 노련함으로 마지막까지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 소설은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원죄(?)자  모두 단정지어 얘기할 수 없는 긴 여운을 갖고 있다.  

<여름의 빛>은 음...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인데 추리가 약간 가미되긴 했지만, 미스테리나 추리 소설이라고 붙이기엔 약한 스토리다. 한 아이의 오해에서 비롯된 시골전원에 일어난 작은 소동을 다룬 것으로 약자에 대한 편견과 따돌림을 무겁지 않게 풀어냈고 일본 단편 영화로 만들면 좋을 이야기 같다. 마지막의 깔끔한 한 줄을 보면 시원한 감동 같은 것도 느껴졌다.  

미야베 미유키의 <도박눈>은 그녀의 작품 <메롱>이 떠오르는 작은 소품으로 신령스런 존재와 사람들간의 돈독한 유대와 연합 작전으로 가문에 내려오던 저주(?)같은 것을 해결한다는 줄거리다. 특히 마음을 끄는 건, 신령스런 존재가 도박눈이라고 불리는 요괴를 퇴치한 후, 그 일가족에게 일 년 동안 도박눈의 재료가 된 사람들에게 공양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것들도 옛날에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아마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게 이게 아니었을까 한다.  

<하늘이 보낸 고양이>는 모리무라 세이이치가 일련의 작품에서 다룬 '인과응보' 주제가 그대로 살아있는 단편이었다. 특히 고양이란 소재는 어쩌면 천벌처럼 나타나 결정적인 증거이자 알리바이(?)가 되어 주는데, 비현실적인 듯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캐릭터들을 도와준다. 이 작가의 글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선의는 언젠가 밝혀지게 되는 거라는 거다. 

요코야마 히데오가 <제3의 시효>에서는 초지일관 냉정한 모습으로 살인 사건의 비정한 면모를 파헤치는 수사관들을 다뤘지만, 이 단편에서는 뜻밖에도 사람 사이의 정이 약간 느껴졌다. 병동의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모습조차도 냉혹한 시선으로 묘사했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오가는 대화들은 묘하게 친근하고 정이 담겨 있어, 재목이 왜 <미래의 꽃>인지 살짝 짐작할 수 있었다. 

미스터리 소설 모음집이나 탄탄하고 긴박한 추리 단편을 기대했다면, 아마 실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한 작가들이 쓴 작품들이 보고 싶을 뿐이라면, 충분히 읽을 만한 단편들이다. 나의 경우, 뒤로 갈수록 꽤 행복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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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은 스스로를 상처입힌다 밀리언셀러 클럽 110
마커스 세이키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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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이야기 전개도 짐작가고 엔딩도 어느 정도 눈에 훤히 그려진다. 
다들 아는 이야기, 봤음직한 영화의 장면 같은 스토리 전개 구도다.

다만 정확하게 모르는 것은 주인공을 제외한 누가 죽고 누가 사는지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소설에 몰입시키는 힘이 상당하다. 

장면마다 거친 듯 하면서도 세밀한 묘사하며-표현이 간결했지만 설명은 선명했다
주인공의 고뇌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깔끔한 표현하며
나름 시대상을 반영한 캐릭터들과 시간 및 공간적 배경 등 
왜 주목받는 작가인지 짐작할 만 했다. 

더불어 이 소설의 분위기를 잘 살린다면, 영화도 수준 이상의 흥행은 나올 것 같다.
오히려 영화에서 감독의 역량에 따라,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현실과 냉혹한 범죄 세계와 전과자들, 그리고 남자들의 우정이 결합된 수작이 될 확률도 있다.  

그런 까닭에 소설 뿐만 아니라 영화도 재미있으리라 살짝 기대해 본다.
또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지갑이 여유되는 대로 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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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오른손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지음, 정태원 옮김 / 해문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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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줄거리 요약만 보고 느낀 것은  
"혼징 살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소설을 보다 보며 느낀 것은 어딘지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의 향기였다. 

하지만 이런 직감 혹은 추측은 뒤로 하고 작중 화자가 뿌리는 흔적들을 쫓아 범인을 궁리한 끝에, 

 

내 추리는 틀렸다. 
아마 많은 독자들도 나와 비슷한 추리를 하지 않았을까 한다.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미리니름이 있다. 

 

 

 

오히려 내가 처음에 느꼈던 직감이 더 맞았던 것(?)같다. 

작가가 독자들을 곤란하게 만든 것은, 
혼징 살인 사건에서도 나왔던 것처럼 섣부른 편견이다.
또 범인이 결정적으로 꼬리를 내밀게 되는 것 역시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거지 눈에는 거지만 보인다는 격언과 같은 이치라고 말하고 싶다. 즉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고 해석하게 되는 것이라고 할까? 
그리고 밝혀진 범인을 보면, 왜 크리스티 여사의 향기를 맡았는지 조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설의 여운을 곱씹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주인공의 이름이 어째 소설 중간에 나온 어떤 집안의 문제아들 이름과 꽤 비슷하다는 것 말이다. 
(이것도 작가의 덫인지 혹은 복선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소설의 여주인공이 참,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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