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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평점 :

마치 크루아상처럼 여러 겹의 레이어를 가진 소설.
*
"내겐 그때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바로 그때부터.
노인들은 달리 할 일이 없기에,
누구보다도 과거를 잘 이야기한다.
책이나 영화를 볼 필요도 없다.
그들이 누구보다 생생하게 이야기해주니까."(p. 21)
*
'오르탕시아 요양원'에서 요양 보호사로 일하는
'쥐스틴'은 노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그녀는 '엘렌'의 이야기를 가장 애정한다.
난독증을 앓아 고통받던 어린 엘렌부터
점자를 가르쳐 준 '뤼시앵'과의 인연,
그리고 그 이후의 파란만장했던 삶까지의 이야기를
"바닷가의 여인"이라는 제목을 적은 파란색 공책에 써 내려간다.
그러던 중,
쥐스틴이 일하는 요양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누군가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그러니까 일요일에 면회객이 하나도 없는 노인들의 가족에게 전화해 그들이 죽었다는 거짓 소식을"(p. 56) 전한다.
요양원 사건을 조사하러 온 경찰에게
쥐스틴은 한 가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릴 적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신 그녀의 부모님 사건이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입술에 새처럼 파닥이는 그것을 감출 도리는 없으며
결국 사랑을 따르기로 예정된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발레리 페랭의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은
여러 겹의 레이어를 가진 크루아상을 떠올리게 한다.
'쥐스틴'의 이야기와 '엘렌'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구성되어, 마치 두 권의 소설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서부터 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 3대의 시간을 넘나들며 넓은 시대를 관통한다.
엘렌과 뤼시앵의 사랑, 쥐스틴의 부모의 죽음과 조부모의 숨겨진 진실을 통해 삶과 죽음, 역사, 그리고 사랑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 또한 품고 있는 책이다.
요양원 입소자 한 분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소설로 적어나가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도 함께 완성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는
'성장'이라는 키워드 또한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담고 있는 게 많은 작품인 만큼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지금까지도
그 잔잔한 여운이 지중해의 따스한 햇살처럼
가슴 한편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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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책상 앞 창문을 한 번씩 들여다보았다.
'나만의 새'가 푸른 하늘 위를 날며,
아니면 앞집 지붕 위에 앉아, 새까만 전깃줄 위에서
혹시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새들은 대대로 이어져.
인간은 모두 각각의 새와 연결되어 있"(p. 229) 듯이,
한 시대의 이야기는 그 시대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다음 시대에, 그다음의 사람에게 고스란히 연결되어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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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 생각에 노화는 고독과 함께 시작되는 것 같다. 곁에 있던 이가 떠났을 때 말이다. 하늘로 떠났든, 다른 누군가가 생겨 떠났든. - P16
"넌 신께 가닿을 수 있잖아. 훨훨 날아가서 내 눈을 고쳐달라고, 나도 읽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전해줘." 새는 날아올라 한 바퀴 원을 그린다. 달빛을 받은 갈매기가 무수한 별 중 하나처럼 반짝인다. - P51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나는, 삶이 이렇게까지 나를 뱉어내는 걸 보면 아마 내가 어지간히 쓴맛이 나는 존재였나보다고 생각한다. - P61
모두에게 두 가지 삶이 있는 법이다. 생각한 대로 말하는 삶과, 입을 닫는 다른 삶. 말이 침묵 뒤로 사라지는 삶 말이다. - P153
나는 우리가 왜 사랑에 빠지고 마는지 자문한다.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를 보내는 내가, 사랑이란 어떤 이유나 논리로도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내가 말이다. - P281
왜 항상 우리가 기대하는 일들은 우리가 그것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이 결국 타이밍의 문제일까? - P309
엘렌은 그에게 그런 여자였다. 기억나는 건 운율뿐인데도 암송할 수 있는 여자. - P335
빼앗는 동시에 돌려주는 게 삶일까. 하지만 삶이 내게 돌려준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어. 인생이란 게 대개 그렇게 흘러가는 거겠지. - P340
세상엔 사람 수만큼의 새들이 있다. 그리고 사랑이란 여러 사람이 같은 것을 나누는 것이다.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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