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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의 마지막 새
시빌 그랭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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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 오귀스트는 동물상을 조사하러 간 한 섬에서

큰바다쇠오리가 인간에 의해 몰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가 타고 있던 배 쪽으로

큰바다쇠오리 한 마리가 다가오고,

그는 그 새를 구해 육지로 돌아온다.

연구를 목적으로 큰바다쇠오리를 보살피기 시작했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계속되면서

오귀스트는 그 새에게 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동물 몰살 현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한 야생의 존재와의

우정과 헤어짐의 모든 과정이

마치 한 생물학자의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책이다.



*

책을 보면서 참 여러 가지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주인공 오귀스트 또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끊임없이 혼란스러워했다.

"자기가 괴물을 창조한 과학도 프랑켄슈타인처럼, 영원히 외톨이가 될 존재를 창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스프는 동류의 개체들이 무서워하는 존재이자, 인간들과 그들이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p. 170)

하나 남은 큰바다쇠오리를 지키고자 하는

오귀스트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보호라는 명목하에 자연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행동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들에게는 그것 또한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개체 수가 줄고

멸종하게 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

매년 자신을 구해준 할아버지를 찾아오는

펭귄 딘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브라질의 주앙 할아버지는 낚시를 갔다가

기름을 뒤집어쓴 채 굶주리고 있는 펭귄을 구해준다.

펭귄 딘딤이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딘딤은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놀랍게도 딘딤이 매년 여름이 되면

주앙 할아버지에게 돌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돌아간다.

이처럼 앞으로

인간과 동물이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많이 만나게 되길 바란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귀스가 생각하기에, 동물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땅히 행복해야 했다. 그런데 그의 큰바다쇠오리가 모르는 게 있었다. 울타리 안에 사는 덕분에 매일 긴수염고래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귀스 가까이에 사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지, 일상적으로 먹이를 받아먹고 안전하도록 보살핌을 받는 일이 얼마나 유익한지 큰바다쇠오리는 가늠하지 못했다. 하지만 귀스라면 그 두 가지 조건을 얻기 위해 자신의 자유를 희생시킬까? 확신할 수 없었다. - P121

그와 큰바다쇠오리 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그들이 서로 말하거나 서로를 이해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었다. 그들을 묶어 주는 것은 단 하나, 생명에 대한 직관적인 인식뿐이었다. - P64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써 모든 게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귀스가 그런 생각에 젖어 소시지를 물어뜯는 동안, 세계는 천천히 변화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땅바닥이 움직이는 것도, 발아래에서 지진이 준비되고 있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바로 그렇게, 그 순간 이미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모든 것이 결국엔 슬프게, 음울하게, 까닭 없이, 난폭하게 종말을 맞고 있었다.
- P169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런 텅 빈 풍광이 마음을 관통하는 기분이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물질로 가득 찬 장소, 인간이 편안함을 느끼든 말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 공간이 자신을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파고든다는 건 빈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화살 같은 것이 몸에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 화살이 날아와 박히면 자기 살갗이 흐물흐물 바닥에 떨어지면서, 갑자기 쓸모가 없어진 초라한 물건이 되는 듯했다.
- P124

멀리에서 해안 절벽을 바라보니 그 새들 배에 생긴 흰 반점이 유독 눈에 잘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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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종말 - 안보윤 산문
안보윤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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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종말』

시니컬한 듯 친절한,

염세적인 듯 다정한

안보윤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가만히, 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쓴 글들이" 모여있는 책은

작가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담겨있다.

그렇게 "낯설고 다정한" 누군가의

어제와 오늘을 바라보며

"적당한 거리에서 꾸준히,

적당한 온기를" 주고받다 보면,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나를 사랑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작가님께서 나와 비슷한 점이

많으실 것 같다는걸.

(감히 추측해 봅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동안

많이 피식거렸고,

많이 피식거린 만큼 공감했고,

공감한 만큼 위로받았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가만히, 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쓴 글들이 여기 모여있다.
- P5

지금의 내가 시간을 대하는 방식은 대부분 간과다. 벌써 5월이네, 벌써 마흔 살이 되었네, 벌써 여름이라니 올해가 절반은 지나가버렸네. 나는 보통 그런 식으로 시간을 뭉텅뭉텅 잘라 말한다. 무언가 야단스러운 것이 내 삶을 크게 한 입씩 먹어치우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어쩐지 억울한 얼굴을 한 채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 P23

"저는 힘든가요?" 낯설고 둥근 이를 마주 보고 나는 물었다. "우울하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 저는 지금 힘든 건가요?" 망가졌거나 쓸모 없어진 게 아니라 다만 지친 건가요. 힘든 일들을 지나면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그런 걸 전부 묻진 못하고 나는 중얼중얼 ‘저는 힘든 사람인가요‘만 거듭 물었다. 그것은 결코 나를 모르는, 낯설고 다정한 이에게만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 P44

괴로워와 외로워는 너무 가까운 말이구나. 모두가 이런 식의, 자신만이 아는 고통과 허무 속에 살고 있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외로운 곳일까. 서로를 이해할 수도 짐작할 수도 없는 세계 속에 홀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내게는 충분히 괴로워. 외로워. 거울 속 입이, 또 다른 입이 말했다. 반대편으로 팔을 뻗어 퉁퉁 부은 얼굴을 어루만져 주고 싶은 목소리였다. - P57

"어떤 사람이 나를 미워하면 나도 똑같이 미워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친구가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근데 그 사람을 미워하려면 그만큼의 에너지를 써야 돼. 나는 온종일 그 사람을 신경 쓰고 그 사람만 지켜보고 그 사람 말을 곱씹어. 단지 미워하기 위해서 그만큼의 노력을 해. 너 그거 알아? 그렇게 미워하는 동안 자꾸만," 친구가 한참 말을 고르다 발을 멈췄다. 이미 사방이 물이었다. "내가 그 사람을 닮아가." - P63

아빠는 나를 조금도 한심해하지 않았다. 넘어질 때 잘 넘어지기만 하면 다 괜찮다며 낙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나의 아빠였으니까. 덕분에 나는 힘차게 내달리지는 못하지만 제법 잘 넘어지는, 그래서 더욱 잘 일어서는 사람이 되었다.
- P68

나를 어여삐 여기는 마음은 나를 존중하는 마음과 맞닿아 있다. 마음을 헤아리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의 나는 눈 밑이 까맣고 우중충하니 맛있는 것을 먹여볼까. 향이 진하고 고소한 커피와 크림브륄레를 곁들이면 즐거운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겠지. 무르고 진한 연필심으로 책에 밑줄을 실컷 그으며 좋아하는 구절을 노트에 옮겨 적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오늘의 나를 다독여 내일로 보내면, 내일의 나는 적어도 오늘보다 예쁘고 신이 나지 않을까. 나는 강의실에 다다를 때까지 어두운 복도를 걸으며 이름 모를 학생들에게 배운 말을 주문처럼 외워보는 것이다. 오늘의 내가 너무 예뻐서. - P72

언제부터 우리는 과도한 친절을 당연시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그것은 친절을 틀에 맞춰 학습한 뒤 무한재생 하는 것에 불과할지 모르는데도 말이다.
- P91

우주적 단위의 외로움이라면 운석이든 사람이든 한 세계를 끝장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고 아주 오랫동안 오롯이 혼자 떠돌아야 한다면, 그토록 외로운 누군가라면 말이다. 우리 앞으로 운석이 같은 친구를 만나면 꼭 손잡아주자. 꿍 부딪혀도 화내지 말고 같이 놀자. 그럼 종말 같은 건 오지 않을 거야. - P150

나는 앞으로 내가 상실하게 될 것들의 목록을 길게 작성하기 시작했다. 주말이 있는 안정된 삶과 월급과 노후 준비 같은 것들이 내가 제일 먼저 잃게 될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라고 나는 썼다. 그럼에도, 가난한 잉여인간이 될지라도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무모한 마음이 나를 지금에 이르게 했다. - P157

성급한 다가섬이나 지나친 베풂은 서로의 마음에 얼룩을 남긴다. 너무 먼 거리에서의 방관은 서로의 마음을 건조하게 만든다. 적당한 거리에서 꾸준히, 적당한 온기를 건네는 일. 서로의 마음을 둥글게 문질러 은은한 애정이 차오르게 만드는 일.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서로에게 꼭 맞는 누군가가 되는 일은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서로의 요철에 맞게 적당히 닳고 낡아 부드러워진 모습으로 기꺼이 서로의 곁을 지키는 것은 또 얼마나.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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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쑤기미 - 멸종을 사고 팝니다
네드 보먼 지음, 최세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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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라니, 멧돼지와 같은 산짐승들이 산을 내려와

사람이 가꿔놓은 밭을 파헤치며 먹이를 찾는 것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그들의 식량을 빼앗은 인간에게 하는

가장 소심한 복수가 아닐까.


💬

개발과 보존이라는 것은

결코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

생물의 멸종을 돈으로 사고 판다는 것이

신선하기도 하면서 화가 났다.

최근 종말, 멸종 관련된 근미래 SF소설들을 보면서

인간이란 존재는

지구 그리고 그곳에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종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존재라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고 있다.


이런 유의 책을 읽고 나면

지구와 다른 생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지만,

오늘도 페트병 생수를 따라 마시는 나를 발견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의

독쑤기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야기 진행이 다소 산만한 점이 아쉽다.

서사가 진행될만하면

중간중간 인물 개개인의 생각이 뜬금없고 장황하게 끼어들어 흐름이 끊긴다.

마치 내 머릿속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진달까.

완독이 다소 버거웠던 소설이었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멸종 산업은 어떤 생물도 구한 적이 없어. 그냥 쇼일 뿐이야, 거짓이라고. 매년 보조금과 뒷돈을 챙기려고 만든 거야. 그게 다야. 멸종 크레딧 가격이 올라가면 돈을 벌어. 크레딧 가격이 내려가도 돈을 벌어. 양복쟁이들은 항상 이기고 동물들은 항상 지게 되어 있어. 매년 10만 종이 멸종하는데, 너희들은 멸종이 더 쉬워지도록 도와주고 있을 뿐이야." - P131

인간이 지금까지 빚진 것의 극히 일부라도 피로서 대가를 치르려면, 인간에 의해 멸종 위기에 몰린 종, 멸종이 몰린 자신의 처지를 실제로 이해하는 종, 복수를 원하는 종을 찾아야 했다. - P155

우리는 파괴를 멈추지 않잖아요. 우리에게는 가망이 없어요. 동물들이 한 번은 이겨야 해요. 당신은 어떻게 할 거예요?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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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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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무수히 많은 말뚝들에게 저의 눈물 한 방울을 보냅니다.


한 줄 평



*

『엉엉』을 읽었을 때도 느꼈지만

김홍 작가님은 참,

신기하다.



다른 표현을 떠올려 봤지만

이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뭔가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너무 말이 되는 느낌이랄까.



*

소설 초반,

너무나 많은 불행들이

주인공에게 몰려든다.



며칠째 고쳐지지 않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서해안에 떠내려온 말뚝들,

출근길에 당한 납치,

윤리경영지원실의 조사,

상간남 누명까지.



과연 어디까지 더 불행해질 수 있을까 싶은 순간,

주인공 앞에 말뚝이 나타난다.



그들을 마주하면 이유 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모두에게 잊힐 수 없는 죽음이

말뚝의 모습으로 돌아"(p.247) 왔다.



*

말뚝들의 존재를 알고 난 이후,

감정의 둑이 무너져내렸다.

주인공이 겪은 황당한 일들이

하나하나 복기되며 이해되기 시작했다.

(영화 「헬로우 고스트」의 미나리 김밥처럼.)



수많은 주변의 사회적 죽음에 대해

온전히 슬퍼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또다시 발생한 다른 죽음에

앞선 죽음들은 빠르게 잊혀만 갔다.



그렇게 해소되지 못한 슬픔들이

말뚝들 앞에서 멈추지 않는 눈물로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그들을 위해 마음껏 울어주고 싶다.

그들에게 빚을 지고 싶다.

"그 빚을 기억하며 평생을"(p.280)

살아가고 싶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불행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고 장은 생각한 일이 있다. 누구나 조금씩은 불행하고, 가장 불행한 사람조차 끊임없이 불행하지만은 않으므로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마침내 이루 말할 수 없는 불행이 찾아왔을 때 장은 불행이란 단어가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데 한참이나 모자람을 깨달았다. - P11

양반은 양반 대접을 받고 쌍놈은 쌍놈 취급을 당한다. 그게 장이 깨달은 사회의 법칙이었다. 당장의 직급이 아니라 근본적인 신분의 문제였다. 신분은 혈통으로 결정되고 면천은 극히 이례적이다. - P21

작은 부자를 큰 부자로 만들어주는 게 빚이고, 큰 부자를 계속 부자로 있게 하는 것도 빚이었다. 빚 때문에 망한 사업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빚이었으니 빚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며 세계의 핵심이었다. 그렇다면 세상의 가난은 어디서 오는가? 사람들은 빚이 많아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가난해졌다. - P24

휴대폰을 켜고 클라우드에 접속했다. 사진첩에 없는 사진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흡사 기억의 무덤과도 같았다. 먼지가 쌓이지 않고 썩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보된 무덤이었다. (…) 요즘 사진에 비해 해상도와 선명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먼지가 쌓이지 않는다는 말은 취소해야 할 듯했다. 지금 찍는 사진도 미래에 보면 희미할 것이었다.
- P138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가도 어른이 뭔지, 나이를 더 먹어서 어른인지, 인턴이 아니라 정규직이라 어른인지, 옆에 앉은 그가 어른이 아니라는 근거는 뭔지, 그러면 둘 다 어른이거나 둘 다 어른이 아닌 쪽이 맞지 않을지 생각하다 그냥 조용히 있기로 했다. - P164

"세상 모든 일이 이유가 있어 일어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건 그냥 사고예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세상의 모든 일이고요."
"삶에는 원래 엄청난 일이 계속돼요.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삶이 계속된다는 것부터 봐요. 불행을 특별 대우해 주면 불행이 잘난 척을 해요. 나는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 P184

큰 빚이 큰 부자를 만드는 진리는 언제나 통한다. 하지만 우리의 빚은 저들의 것과 다르다. 아무에게도 빚지지 않은 사람의 마음은 가난하다. 서로에게 내어준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노트에 눌러쓰고, 그 빚을 기억하며 평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으로 언젠가 세상을 설득할 것이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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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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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스케치와 아이디어 메모가 담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

1번부터 200번까지 넘버링 된 가제본 중에

157번의 책을 받아보았다.

나만을 위한 단 한 권의 가제본이라니,

이런 특별한 가제본 서평단 많이 많이 해주시길!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답게

흡입력과 집중력이 대단했다.

1, 2권 합본으로 꽤나 두꺼워서

기한 내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인류가 전부 사라진 지구에서

새로운 종들이 정착해 나가는 이야기)

인류가 잔존한 지구에 태어난

새로운 종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줄거리

"생물 다양성이 대자연의 현명함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믿"(p,26)는 과학자 알리스는 인류의 영속을 위해 '인간 50% + 동물 50%'의 신인류를 창조한다.

인간과 박쥐의 혼종으로 날아다니는 인간 '에어리얼',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으로 땅을 파는 인간 '디거',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으로 헤엄치는 인간 '노틱'.

알리스는 제3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인간들과 세 혼종들이 어울려 잘 살아갈 거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구인류와 신인류 사이의 갈등을 넘어, 세 부류의 신인류들 간의 갈등까지 끊임없이 이어진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연구했던 신인류들은 알리스의 바람과는 달리 구인류의 역사를 하나씩 하나씩 되풀이해 나간다.





소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미래를 다루고 있지만,

구인류와 신인류가 연대하고 갈등하는 상황 속에서

구인류의 지난 역사들이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피엔스의 DNA를 가지고 있는 이상,

그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으론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SF 소설이 아닌

사회 풍자 소설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같은 인류임에도 불구하고,

인종과 장애, 성별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차별과 갈등을 조장하는 이 사회는

구인류와 신인류가 대립하는

소설 속 미래와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진다.


소설을 읽으면서

제일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은

과학자 알리스였다.

그녀는 자신도 “구인류만이 진정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에 속" 하고,

자신의 "창조물들을 자식처럼 여기지만,

동등한 존재로 대하지 않(p. 366)"는 다고 말한다.

심지어 박쥐 인간을 구인류에게 소개하면서,

"하마터면 <탈것>이라고 할 뻔했지만,

고쳐 말한다(p. 453)".

사실상 말이 '인류'의 영속이지,

(인류라는 말을 사용한 이상,

그들도 사피엔스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는가!)

신인류들을 구인류, 즉 사피엔스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일 뿐이었다.

문명이 파괴되어

이전과 같이 편리한 삶을 살지 못하는 지구에서

과거와 같은 편리한 삶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

또 다른 면에서

현재 우리 인간들이 동물을 대하는 모습이

이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인간은 동물을 하등 한 존재로 여기고

인간의 이기적 욕구를 채우는 용도로만

동물을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인류가 탄생한 세상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상상되는 것보다,

그들이 구인류들에게 받는

멸시와 차별에 집중하게 되어

조금은 화가 난 상태에서 소설을 마무리했다.

(신인류들에게 구인류들 또한 공격을 당했지만 말이다.)

앞서 길게 이야기했듯,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은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담고 있어

정말 많고 다양한 각도의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어둠 속에 한 줄기 불빛이 빛난다. - P15

상황에서 멀찍이 떨어져 높이서 볼 때에야 충분히 거리를 두고 지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구나. - P66

"메아리는 삶에서 우리 태도의 영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은유이기도 하단다. 보내는 대로 돌아오는 거야. 두려움을 보내면, 네게도 두려움이 오지. 불신을 보내면 너도 불신을 받아. 모욕을 보내면 네게도 모욕이 돌아와. 사랑을 보내면 너도 사랑을 받지. 우주는 네가 보낸 것을 언제나 되돌려주는 거울처럼 돌아간단다." - P253

"난 네게 때로는 답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에 답을 생각해 내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 준 거야." - P410

"이 모든 일들은 지구의 역사에서 사소한 우여곡절에 불과해요. 결국 생명은 길을 찾을 거예요. 인류의 정신은 물질적 상태를 넘어서서, 어떤 종족에 깃들어 있든 살아남을 거예요. 사피엔스든, 노틱이든, 디거든, 에어리얼이든, 아홀로틀이든." - P603

자연의 진화에 영향을 끼치려 하지 말고, 자연에 맡겨 두는 게 어떨까? 결국 자연이 제한적 정신을 지닌 우리로서는 떠올릴 수조차 없는 저만의 해결책들을 찾아낼 것임을 알고, 자연을 믿는 게 어떨까?" - P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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