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반해버린

정지아 작가님의 신간, 『찌니주의보』.

매거진창비에 연재될 때 읽고,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출간되기만을 기다렸다 책구매를 했다.



이야기는 『아버지의 해방일지』처럼

전라도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

그 어떤 곳보다 폐쇄적이라고 볼 수 있는 시골에

동성커플 찌니들의 등장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7,80년을 그들의 소신대로 살아온 노인들은

하루아침에 찌니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노인들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찌니들이 아픈 것도, 마귀도 아닌 것을 알게 된다.

찌니들에게 처음 내보였던 반응들을 미안해하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찌니들을 품고 보듬기 시작한다.

그런 노인들의 모습에 상처 입었던 찌니들도

굳게 닫았던 마음을 다시금 열기 시작한다.




찌니들의 모습을 보며

본인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떠올렸을 노인들.

소설 속에서 서술된 노인들의 지난 삶은

읽고 있지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아마도 젊은 시절 겪었던 차별과

그로 인해 받았던 고통들 또한 떠올랐을 것이다.

그 기억이 찌니들을 받아들이게 하지 않았을까.




내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이 악의 없는 호기심이 되어 

누군가에게 잔인한 시선과 질문으로 

공격한 일은 없었나 생각해 본다.

혹시나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 글을 빌려 사과드리고 싶다.




+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대사를 읽고 있다 보면

마치 수평마을 마을회관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전라도가 고향이신 외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래서 읽는데 불편함은 없었지만,

사투리가 익숙지 않은 분들에겐 난이도가 있을지도!)

넘이 안 간 질로 가본들 고생만 씨게 해야. 살아봉게 넘들 다 가는 질로 조심조심 감시로 넘들맹키 사는 거이 젤이드라. - P163

늙으먼 펭상 해오든 것도 첨인디끼 낯설 때가 많아야. 근디 잘 모리던 것을 워치케 냉큼 받아들이겄냐.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약이여. - P1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엘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리북클럽의 세 번째 책,

시그리드 누네즈 작가의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소설은 두 여성의 삶과 우정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주인공 '나'의 과거 회상을 통해

미국의 6,70년대 여성인권,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

그 시대에 만연했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말한다.



작품은 소설이기 이전에

사람에 대한 통찰을 가진 인문서이자

미국의 과거를 담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

'나'와 '앤'은 서로의 반대쪽 끝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가난에서 벗어난 평범한 삶을 꿈꾸던 '나'와

상류층 출신으로 특권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며

급진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길을 걸었던 앤.



다른 계급에 대한 앤의 궁금증으로 시작된 둘의 우정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점점 엇갈리게 된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달랐기에

서로를 완벽히 끌어안을 수는 없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바라보았던 그들은

서로에게 작고 깊은 흔적들을 남겼다.



소설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는

미국의 혼란했던 시대상을 이야기하면서,

세상의 수많은 사랑 중 '우정'이라는 이름의

묵직하고도 아름다운 형태를 전하며

긴 여운을 우리에게 남겨둔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여자들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세상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세상은 대부분 여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 P49

"넌 잘 이겨낼 거야. 그냥 버텨. 몇 가지만 기억하면 돼. 첫째, 넌 여전히 과거의 너와 같은 사람이야. 그리고 둘째, 여자는 절대 그런 일을 극복할 수 없다느니 어쩌니 하는 개소리는 다 잊어. 강해져야 해. 더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었어." - P140

앤이 비판적인 사람이 되어갈수록 나는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되어갔다. 마치 껍질이 몇 겹씩 벗겨져 나가는 듯했다. - P182

어린 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에 대해 알게 됨과 동시에 자신이 누리는 온갖 멋진 혜택들과 좋은 것들이 자신보다 운이 좋지 못한 타인들에 대한 착취를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그가 자라난 60년대라는 시대의 가르침이었다. - P3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골목의 조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송섬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다 할 유년기의 기억이 없이 스물넷이 된 '나'.

평일엔 회사에 나가고,

주말엔 두 마리의 고양이와 놀며

무색무취한 일상을 살아간다.



고양이 '설리'를 잃어버린 추운 겨울,

한 술집에서 고양이를 찾게 되고

그렇게 '나'는 술집 사장 '조'를 만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집에 '아저씨'가 나타난다.

"미처 벽에서 다 나오지 못한 듯한 자세로

모퉁이에 딱 붙어 있"었다.



그런 그를 보기 위해 '조' 또한

'나'의 집으로 향한다.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송섬 작가의 『골목의 조』.

소설은 자의와 타의가 합쳐져

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20대 청년의

조용한 성장을 그린다.



'나'의 고립된 공간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 존재들은

흘러나갈 때조차도 발자국 소리 하나 남기지 않았다.



'나'는 마치 산산조각 난 조각들을 붙여 놓은 그릇 같았다.

아주 사소한 힘으로도 다시 조각나 버릴 것 같은.

그런 '나'를 단단하게 만든 건,

'만남'과 '이별'이었다.




*

나는 이렇게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작품을 좋아한다.



수많은 결핍으로 빚어져 조금은 우울하지만,

그 우울이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는 듯

그저 무덤덤하기만 한 주인공.



어제와 너무나도 똑같은 매일을 살아왔지만

어제와 조금은 달라진 오늘에 숨통이 트이고

조금 더 다른 내일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오늘이 지나가면 내일이 오는,

소름 돋도록 비슷한 매일에 익숙해져서일까.

기승전결이 너무 완벽한 이야기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어제에서 오늘로 이동하는

지루하고도 익숙한 패턴 속에서

오늘의 내가 조금 더 단단해졌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내일의 나는 어디쯤에 머무르고 있을지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상상해 본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둘 중 하나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가는 것은 전환이다. 마치 깊은 우물 바닥에 놓인 카드를 뒤집는 것처럼 조용하고 상징적인 전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카드가 팔랑 뒤집어지고 나면 그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 P18

"나는 긴 줄에 서 있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줄이야. 늘 그 줄에 서 있었어. 그 줄에 끝이라는 게 있을까 따위는 고민해 본 적도 없었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저 멀리서 어렴풋이 끝이 보이는 것 같은 거야. 그 줄에 끝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나는 두려워져. 줄에서 빠져나가고 싶은데, 아무도 나가지 않아. 나만이 나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지. 그리고 문득 그 줄의 끝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아." - P86

산다는 것이 마치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언젠가 조는 말했었다. 이쯤에서 의미 있는 대사를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그러지 않으면 슬슬 졸작이 되어버릴 텐데, 도대체가 할 말이 없어서 문제라고. 사는 것 자체에 그다지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 P161

네가 죽은 다음 시간은 흐르지 않게 된 것 같았어. 애써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갈비뼈 아래 숨겨두었던 사실을 꺼내놓듯 조심스럽게. 부딪혀 돌아오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잠시 숨을 죽였다. 바람이 부드럽게 창틀을 밀어 창문이 덜컹거렸다. 마음은 불타는 것처럼 아팠다. - P211

앞으로도 종종 슬플 거야. 어떤 날은 유독 많이 슬프고, 헤어 나오기 힘들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야. - P2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측백나무성의 라푼젤
배명은 지음 / 고블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호러를 쓰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직접적이지 않은 허구의 이야기로 

독자님들께 안전한 두려움을 선사하는 데 

흥미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이야기하면서 말이죠."

_ p.303, 「작가의 말」




*

고블 출판사 서포터즈, '고블린' 2기의 첫 책으로

배명은 작가의 첫 호러 단편소설집,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을 만났다.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라푼젤' 등의 원작과

다양한 풍속 및 전설 등의 토대 위에

'호러'라는 장르로 성을 쌓아 올렸다.



또한 작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측백나무성의 라푼젤』은 호러 소설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품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만행,

폭력에 희생당한 여성들과 소수자,

그리고 엇나간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까지.



다시 생각해 보면 작가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호러라는 형식을 빌려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 「모자 장수와 나」


일본군에게 할머니를 잃은 '아리'는,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이모 대신 

이모의 친구를 만나 조선을 떠나는 기차에 오른다. 

그 기차에서 등에 궤짝을 짊어진 '모자 장수'를 만난다.


+ 장편소설로 만나보고 싶었던 작품.



📗 「1월 16일생」


정월 대보름, '나'는 동생을 만나러 고향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보는 여동생은

예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1월 16일, 귀신의 날. 

부엌에서 집에 몰래 들어온 한 남자를 만난다.


📘 「결계의 방」


갑작스러운 취직으로 급하게 집을 구하게 된 '나'.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깔끔한 내부에 계약하게 된

에덴아파트 103동 101호. 

이사 첫날, '나'는 사각사각사각 거리는

정체 모를 긁는 소리를 듣게 된다. 


📙 「벌레 대왕」


현장 노동자로 일하는 '영달'은

일이 끝난 뒤 이어진 술판에서

자신을 탐탁지 않아 하던 '정섭'에게 맞고 만다.

도망쳐 나온 영달은 골목에서 한 여자를 만나는데,

그녀의 입에서 딱정벌레가 기어 나온다.


📕 「나를 부르는 소리」


빌라 1층에 살고 있는 '나'는

2층에 사는 한 커플의 민폐 행동들로 피해를 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2층 여자가

남자에게 폭행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집으로 도망쳐 경찰에 신고한다.



📗 「측백나무성의 라푼젤」


박람회 출장을 간 '동해'는

은퇴 후 귀촌하신 대학교수님 댁에서 머물게 된다.

방문 첫날, 교수님 댁 앞에서 비에 흠뻑 젖은 채

교수의 딸을 찾는 한 여자를 만난다.


📘 「매혹」


사업이 망하고 귀농을 한 부부.

이사한 마을엔 천 년 묵은 지네에게

마을의 안녕을 위해 처녀들을 제물로 바쳤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천룡산'이 있었다.

한편 남편 '정우'는 시골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화를 내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

책과 함께 온 편집자의 편지에서

"정말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언가를 영영 돌이킬 수 없다는 

바로 그 사실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문장에

무척 공감했다.


결국 귀신 보다 '산 사람'이 더 무섭고,

(하다못해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는 이유도

생전에 '사람'으로 인해 생긴 원한 때문이니까.) 

돌아갈 수 없는 선택으로 인한 결과가

우리의 삶을 가장 두렵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지금 세상이 그렇다고 나까지 그래야 해요? 폭력과 억압은 언제 어디에나 있었어요. 그런 게 아니면 신분 계급과 탐관오리, 나라를 팔아먹은 이 들이 어디서 갑자기 솟아났겠어요? 그리고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면, 그렇게 만들지 않는 게 우리들의 몫이라고요." - P27

"둘 중 어느 걸 선택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면, 부정적인 거 말고 좀 더 긍정적인 쪽을 선택해라, 이왕이면!" - P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치 크루아상처럼 여러 겹의 레이어를 가진 소설.



*

"내겐 그때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바로 그때부터.

노인들은 달리 할 일이 없기에,

누구보다도 과거를 잘 이야기한다.

책이나 영화를 볼 필요도 없다.

그들이 누구보다 생생하게 이야기해주니까."(p. 21)



*

'오르탕시아 요양원'에서 요양 보호사로 일하는

'쥐스틴'은 노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그녀는 '엘렌'의 이야기를 가장 애정한다.

​

난독증을 앓아 고통받던 어린 엘렌​부터

점자를 가르쳐 준 '뤼시앵'과의 인연,

그리고 그 이후의 파란만장했던 삶까지의 이야기를

"바닷가의 여인"이라는 제목을 적은 파란색 공책에 써 내려간다.


그러던 중,

쥐스틴이 일하는 요양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누군가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그러니까 일요일에 면회객이 하나도 없는 노인들의 가족에게 전화해 그들이 죽었다는 거짓 소식을"(p. 56) 전한다.

​

요양원 사건을 조사하러 온 경찰에게

쥐스틴은 한 가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릴 적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신 그녀의 부모님 사건이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소설을 읽으면

발화란 사랑과 동의어임을 깨닫게 된다.

입술에 새처럼 파닥이는 그것을 감출 도리는 없으며

우리는 운명을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사랑을 따르기로 예정된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 김금희(소설가)




발레리 페랭의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은

여러 겹의 레이어를 가진 크루아상을 떠올리게 한다.

​

'쥐스틴'의 이야기와 '엘렌'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구성되어, 마치 두 권의 소설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든다.

​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서부터 지금 현재에 이르기까지, 3대의 시간을 넘나들며 넓은 시대를 관통한다.

​엘렌과 뤼시앵의 사랑, 쥐스틴의 부모의 죽음과 조부모의 숨겨진 진실을 통해 삶과 죽음, 역사, 그리고 사랑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 또한 품고 있는 책이다.

​

요양원 입소자 한 분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소설로 적어나가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도 함께 완성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는

'성장'이라는 키워드 또한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

담고 있는 게 많은 작품인 만큼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지금까지도

그 잔잔한 여운이 지중해의 따스한 햇살처럼

가슴 한편에 남아있다.



*

책을 읽는 동안 책상 앞 창문을 한 번씩 들여다보았다.

'나만의 새'가 푸른 하늘 위를 날며,

아니면 앞집 지붕 위에 앉아, 새까만 전깃줄 위에서

혹시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

"새들은 대대로 이어져.

인간은 모두 각각의 새와 연결되어 있"(p. 229) 듯이,

한 시대의 이야기는 그 시대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다음 시대에, 그다음의 사람에게 고스란히 연결되어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내 생각에 노화는 고독과 함께 시작되는 것 같다. 곁에 있던 이가 떠났을 때 말이다. 하늘로 떠났든, 다른 누군가가 생겨 떠났든.
- P16

"넌 신께 가닿을 수 있잖아. 훨훨 날아가서 내 눈을 고쳐달라고, 나도 읽을 수 있게 해달라고 전해줘."
새는 날아올라 한 바퀴 원을 그린다. 달빛을 받은 갈매기가 무수한 별 중 하나처럼 반짝인다. - P51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나는, 삶이 이렇게까지 나를 뱉어내는 걸 보면 아마 내가 어지간히 쓴맛이 나는 존재였나보다고 생각한다. - P61

"내 추억은 기억을 잃었어." - P101

모두에게 두 가지 삶이 있는 법이다. 생각한 대로 말하는 삶과, 입을 닫는 다른 삶. 말이 침묵 뒤로 사라지는 삶 말이다. - P153

나는 우리가 왜 사랑에 빠지고 마는지 자문한다.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를 보내는 내가, 사랑이란 어떤 이유나 논리로도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내가 말이다. - P281

왜 항상 우리가 기대하는 일들은 우리가 그것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이 결국 타이밍의 문제일까? - P309

엘렌은 그에게 그런 여자였다. 기억나는 건 운율뿐인데도 암송할 수 있는 여자. - P335

빼앗는 동시에 돌려주는 게 삶일까. 하지만 삶이 내게 돌려준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어. 인생이란 게 대개 그렇게 흘러가는 거겠지. - P340

세상엔 사람 수만큼의 새들이 있다. 그리고 사랑이란 여러 사람이 같은 것을 나누는 것이다. - P4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