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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디자인 스케치와 아이디어 메모가 담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
1번부터 200번까지 넘버링 된 가제본 중에
157번의 책을 받아보았다.
나만을 위한 단 한 권의 가제본이라니,
이런 특별한 가제본 서평단 많이 많이 해주시길!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답게
흡입력과 집중력이 대단했다.
1, 2권 합본으로 꽤나 두꺼워서
기한 내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처음에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인류가 전부 사라진 지구에서
새로운 종들이 정착해 나가는 이야기)
인류가 잔존한 지구에 태어난
새로운 종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줄거리
"생물 다양성이 대자연의 현명함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믿"(p,26)는 과학자 알리스는 인류의 영속을 위해 '인간 50% + 동물 50%'의 신인류를 창조한다.
인간과 박쥐의 혼종으로 날아다니는 인간 '에어리얼',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으로 땅을 파는 인간 '디거',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으로 헤엄치는 인간 '노틱'.
알리스는 제3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인간들과 세 혼종들이 어울려 잘 살아갈 거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구인류와 신인류 사이의 갈등을 넘어, 세 부류의 신인류들 간의 갈등까지 끊임없이 이어진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연구했던 신인류들은 알리스의 바람과는 달리 구인류의 역사를 하나씩 하나씩 되풀이해 나간다.
소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미래를 다루고 있지만,
구인류와 신인류가 연대하고 갈등하는 상황 속에서
구인류의 지난 역사들이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피엔스의 DNA를 가지고 있는 이상,
그것은 필수불가결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으론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SF 소설이 아닌
사회 풍자 소설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같은 인류임에도 불구하고,
인종과 장애, 성별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차별과 갈등을 조장하는 이 사회는
구인류와 신인류가 대립하는
소설 속 미래와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진다.
소설을 읽으면서
제일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은
과학자 알리스였다.
그녀는 자신도 “구인류만이 진정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에 속" 하고,
자신의 "창조물들을 자식처럼 여기지만,
동등한 존재로 대하지 않(p. 366)"는 다고 말한다.
심지어 박쥐 인간을 구인류에게 소개하면서,
"하마터면 <탈것>이라고 할 뻔했지만,
고쳐 말한다(p. 453)".
사실상 말이 '인류'의 영속이지,
(인류라는 말을 사용한 이상,
그들도 사피엔스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는가!)
신인류들을 구인류, 즉 사피엔스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일 뿐이었다.
문명이 파괴되어
이전과 같이 편리한 삶을 살지 못하는 지구에서
과거와 같은 편리한 삶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
또 다른 면에서
현재 우리 인간들이 동물을 대하는 모습이
이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인간은 동물을 하등 한 존재로 여기고
인간의 이기적 욕구를 채우는 용도로만
동물을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인류가 탄생한 세상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상상되는 것보다,
그들이 구인류들에게 받는
멸시와 차별에 집중하게 되어
조금은 화가 난 상태에서 소설을 마무리했다.
(신인류들에게 구인류들 또한 공격을 당했지만 말이다.)
앞서 길게 이야기했듯,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은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담고 있어
정말 많고 다양한 각도의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어둠 속에 한 줄기 불빛이 빛난다. - P15
상황에서 멀찍이 떨어져 높이서 볼 때에야 충분히 거리를 두고 지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할 수 있구나. - P66
"메아리는 삶에서 우리 태도의 영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은유이기도 하단다. 보내는 대로 돌아오는 거야. 두려움을 보내면, 네게도 두려움이 오지. 불신을 보내면 너도 불신을 받아. 모욕을 보내면 네게도 모욕이 돌아와. 사랑을 보내면 너도 사랑을 받지. 우주는 네가 보낸 것을 언제나 되돌려주는 거울처럼 돌아간단다." - P253
"난 네게 때로는 답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에 답을 생각해 내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 준 거야." - P410
"이 모든 일들은 지구의 역사에서 사소한 우여곡절에 불과해요. 결국 생명은 길을 찾을 거예요. 인류의 정신은 물질적 상태를 넘어서서, 어떤 종족에 깃들어 있든 살아남을 거예요. 사피엔스든, 노틱이든, 디거든, 에어리얼이든, 아홀로틀이든." - P603
자연의 진화에 영향을 끼치려 하지 말고, 자연에 맡겨 두는 게 어떨까? 결국 자연이 제한적 정신을 지닌 우리로서는 떠올릴 수조차 없는 저만의 해결책들을 찾아낼 것임을 알고, 자연을 믿는 게 어떨까?" - P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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