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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ㅣ 네버랜드 클래식 17
오스카 와일드 지음, 마이클 헤이그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때 읽었던 수많은 동화중에 '행복한 왕자'는 내게 참 깊은 인상을 남긴 동화였다
유일하게 슬픈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유독 가슴을 아릿하게 하고 자꾸자꾸 생각났던 것 같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간단히 축약된 건데도 그랬다
성인이 되어서 제일 먼저 찾아본 동화도 바로 '행복한 왕자'다
내용이 가물가물했지만 어렸을때 받은 감동을 잊지 못해 손에 든 오스카 와일드 동화집.
다시 읽은 '행복한 왕자'는 예전의 감동과 더불어 귀여운 제비로 인한 즐거움까지 선사해주었다
허리가 날씬한 갈대 아가씨에게 반해 곁에 머물다 아무 말없는 새침함에 마음상해 곁을 떠나기도 하고,
왕자가 흘린 눈물때문에 제 몸이 다 젖었다며 투덜대기도 하고, 왕자 부탁에 이리저리 구실을 대며 고고하게 튕기기도 하고..^^
하지만 결국에는 아름다운 마음씨에 반해 왕자를 사랑하게 되어 자기 목숨이 다할때까지 끝까지 그 곁을 지키는 제비..
긴 분량은 아니었지만 어린 마음에 주었던 감동을 고스란히 되살려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네가 나를 너의 정원에 받아들이고 놀게 해 주었나니, 오늘 너는 나의 정원으로 가게 되었노라. 그곳은 천국이니라."
하얀 꽃이 만발한 나무 아래 평화롭게 깊은 잠에 빠진 거인의 모습이 잔상에 남는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 '욕심쟁이 거인'
참된 사랑을 위해 가슴의 피가 모두 빠져나가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다 죽어간 새. '나이팅게일과 장미'
한 친구의 어리석은 헌신, 한 친구의 뻔뻔한 이기심에 너무 화가 났던, 그럼에도 뭔가 자꾸 생각하게 됐던 '진정한 친구'
독특한 상상력, 음울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 동화같지 않았던 동화 '어부와 그의 영혼'......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들이 풍기는 느낌은 참으로 독특하다
예상했던 결말로의 큰 길이 아니라 항상 마지막에 자그마한 곁길로 쑥 빠져버리며 그곳에서 그렇게 끝을 맺는다
그리고 이야기 분량보다 더 긴 여운을 남긴다..
허를 찌르는 끝맺음이 인상적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