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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
헨리크 솅키에비치 외 지음, 김은영 옮김, 김순효 그림 / 작은키나무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쿠오바디스를 읽고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다른 작품을 찾다가 '등대지기'라는 단편소설을 보려고 보게 된 책이다
등대지기는 폴란드의 국어책에 실릴 정도로 폴란드 국민들이 사랑하는 작품이라 한다
오랫동안 외세의 압력에 시달려 비탄과 절망에 빠진 자국민들에게 작가는 쿠오바디스, 크미치스,등대지기 등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훌륭한 작품으로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었다고 한다
전쟁에 나가있는 폴란드 젊은이들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작품을 하나씩 다 갖고 있을 정도였다고..
독일 젊은이들은 데미안을 하나씩 품고 전쟁에 나갔다더니.. 문학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된다
파나마 해안에 있는 작은 섬에 외로이 서있는 등대.
주인공 스카빈스키 노인은 오랫동안의 험난한 방랑생활 끝에 조용한 평안을 누리고자 이 외딴 안식처에 등대지기로 오게 된다
사람을 거의 볼수 없고 지루하고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노인은 자신이 항상 꿈꿔오던 조용한 삶에 행복을 느끼며 차츰 자연으로 동화되어 가는데...
어느날 폴란드 모국어로 씌어진 유명시인의 시집이 우편으로 배달되어 오며 고향조차 잊은채 잠잠히 지내던 노인의 영혼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그가 마지막으로 조국을 본 것은 40년 전이었으며, 모국어를 들은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오직 하나님만이 알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모국어가 홀로 그에게 왔다.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그를 찾아내 바다를 건너서 왔다. 너무도 아름다운 그것이!'
아름다운 조국을 노래한 시를 읊조리며 스카빈스키 노인이 느끼는 감동과 전율이 서정적인 문체를 통해 나에게도 오롯이 전해졌다
일제시대의 한글말살정책도 생각나면서 모국어의 중대한, 소중한 의미를 다시 느끼게 됐다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참 많이 닮아있는 폴란드여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시집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배에 오른 노인은 그후 조국을 향했겠지.
연로하고 가난한 노인인데, 과연 사랑하는 그의 나라 품에 무사히 안겼을까..
그 땅을 밟고 두 손으로 만져보게 될때 노인이 느낄 감동은 대체 얼마만한 크기일까..
뒷이야기를 마음속에 그려보게 된다.
소설 분량보다 더 많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단편들과 역사소설 등 다른 작품들이 꽤 많던데, 우리나라엔 많이 소개되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꼭 읽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누구든지 출판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