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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고 수수한 새라 아줌마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이영아 그림, 아기장수의 날개 옮김 / 고슴도치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키가 크고 수수한 새라 아줌마.
제목처럼 책의 느낌도 참 수수하다
따스한 파스텔톤의 삽화와 간결하고 담담한 글이 마치 수채화같다
이 책의 화자는 애나라는 소녀다
애나는 아빠와 남동생 케이럽과 함께 넓은 초원위의 집에 사는데, 남동생을 낳은 다음날 하늘나라로 간 엄마대신 집안 살림을 하고 동생을 돌본다
엄마를 전혀 기억할수 없는 케이럽은 막연히 엄마라는 존재를 항상 그리워한다
아주 자주, 누나에게 엄마는 노래를 매일 불렀느냐고 묻고 자신이 태어났을때의 상황을 묻곤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는 편지 한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어쩌면 엄마가 될지도 모를 새라 아줌마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신문에 아내를 구한다는 광고를 냈는데 답장이 왔다며..
참 이상한 이야기같지만 1900년대의 미국에는 이런 일이 흔했던 모양이다
이웃 매기아줌마도 그렇게 와서 살게 되었다고 하는 걸 보면..
애나와 케이럽과 아빠는 각각 편지를 써서 새라 아줌마에게 보내고 각각의 답장을 받는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지, 머리를 땋을 줄 아는지, 스튜를 끓이고 빵을 구울 줄 아는지, 작은 방을 좋아하는지, 밤새 난로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 수 있는지.... 정말 아이다운 순수한 궁금증을 편지에 적어 보내는 애나와 케이럽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또 한편으론 만나본 적도 없는 어른여자에게 순수한 호감을 보이는 아이들이 퍽 안스럽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엄마의 정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하는 생각에.
새라 아줌마는 한달 가량 애나네 집에 방문하겠다는 편지를 짧게 보내오는데, 편지내용이 참.. 책의 분위기를 딱 보여주는 것 같다
<친애하는 제이콥 씨
저는 기차로 가겠습니다. 노란색 보닛 모자를 쓰고 갑니다
저는 키가 크고 수수합니다. 새라>
새라 아줌마가 집에 와서 같이 지내는 동안 애나와 케이럽은 즐거우면서도 혹시 이곳이 맘에 들지 않아 아줌마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새라 아줌마의 표정 하나하나, 건네지는 말속의 단어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며 소근소근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는다
엄마라는 존재를 강하게 원하는 어린 케이럽의 말이며 행동들이 얼마나 간절하던지..
새라 아줌마가 마차타는 걸 배우고 처음 혼자서 읍으로 나갈때 그 뒷모습을 보며 애나가 생각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다. 나는 어떤 날을 떠올렸다. 마차가 엄마를 싣고 간 날이었다.
그날도 햇살이 눈부셨다. 그리고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눈부신 햇살속에 먼지를 일으키며 점점 작게 사라져가는 점을 보며 애나가 느꼈을 불안감이 어땠을까..
저녁에 새라아줌마가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주며 돌아올때까지 세 가족들의 초조하고 긴장된 마음들이 간결한 글속에 정말 잘 드러나 있다
떠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한 가족이 되려는 준비를 위해 갔었던 것임을 알았을때,
애나와 케이럽의 얼굴에 얼마나 환한 미소가 떠올랐을지 상상이 되어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도 정말 행복해졌다~
후속작인 종달새라는 책, 조만간 꼭 읽어봐야겠다
가족이 된 새라 아줌마와 애나,케이럽,아빠의 그후의 이야기가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