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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하인리히 하이네 / 예문 / 1998년 7월
평점 :
절판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들로 기억되는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이 책은 병상의 하이네가 자신의 생을 돌아보면서 어느 여인에게 받아쓰게 한 회상록이다
첫장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고백과 그 모호함에 머리를 갸웃했었는데, 나중에 책뒷편의 연보와 옮긴이의 글을 보면서 비로소 그 속사정이 이해되고 궁금함이 해소되었다
원제는 <고백>이었다고 하는데, 오랫동안에 걸쳐 씌어졌던 이 글은 가문에 대한 고통스런 고려와 종교상의 주저감(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때문에 반이상이 폐기되고 다시 씌어졌다한다
이런 저런면을 볼때 회상록으로서 굉장히 진실된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총 일곱편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가가 너무나 사랑했다는 그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다
자식일에 극성이고 예술류에 두려움을 갖고 있던 엄마에 비해 그의 아버지는 천성이 명랑하고 밝으며 베풀줄을 알고 관대하며 여유를 아는 분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한 다음 두 줄이 그런 면을 잘 보여준다
p74
언제나 하늘처럼 푸른 명랑함과 경쾌함의 팡파레.
어제 일은 잊어버리고 다가오는 아침은 생각하지 않으려는 태평스러움.
아버지에 대한 느낌을 확실히 시인답게 멋지게 표현하지 않았나싶다
얼마전 읽은 <독일인의 사랑>에서도 그랬지만 곳곳에 나타나는 시적인 표현들에 마치 아름다운 시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글초반에는 프랑스 시의 운율틀이라던지 네덜란드 언어에 대한 생각이라든지, 작가가 말년에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독설로 속시원히 풀어놓으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 직설적인 표현들이 많았는데, 그 이후론.. 제목처럼 아련한 분위기다
생을 되돌아보면 역시 많은 기억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이네가 사랑했던 빨간 머리 제프헨과 그녀 가문에 대한 이야기도 참 인상적이었다
각자의 어깨에 짐지워진 운명. 그 무게에 대한 생각에... 나 또한 그들처럼 마음속에 슬픔이 밀려드는 것 같았다
하이네가 사랑했다던 사촌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앞서 언급했던 가문의 문제로 이 부분을 비롯해 많은 이야기들이 누락된 것 같아 정말 아쉬운 맘이 크다
각 회상전에는 짧은 하이네의 시들이 실려있다
*너는 한 떨기 꽃과 같이
너는 한 떨기 꽃과 같이
귀엽고 예쁘고 깨끗하여라
너를 바라다보고 있노라면
가슴에 애수가 스며드누나
너의 머리에 두 손을 얹고
나 하느님께 기도해야 하리,
언제나 네가 귀엽고 예쁘고
깨끗하게 있어달라고
*창 밖에는 눈이 쌓이고
창 밖에는 산더미처럼 눈이 쌓이고
우박이 펑펑 쏟아지고 폭풍 몰아쳐
유리창이 시끄럽게 흔들린다 해도,
나는 결코 한탄하지 않을 거예요,
내 가슴속 깊이 나는 사랑하는 이의
모습과 봄기운을 품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