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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9 - 처음 4년간
로라 잉걸스 와일더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김석희 옮김 / 비룡소 / 2005년 9월
평점 :
어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책임을 다하며 산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을 가끔한다
모든 결정권이 반으로 확 줄어들어 타협점을 찾아야 하고 어렸을 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갖가지 걱정들을 하며 사는 걸 문득 깨닫게 된다
물가, 부동산, 가계 수입지출, 정치, 나라 안보까지...
가족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 주지만 내가 주체가 되어 이룬 가정은 돌보아야 할 책임감의 무게도 결코 만만치만은 않은 것 같다
초원의 집 마지막 권인 9권은 로라가 앨먼조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딸 로즈의 엄마가 되어 농부의 아내로서 살아가는 처음 4년간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글 첫머리에 앞의 권들과는 달리 소설로서 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칠은 초본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4년간의 대자연, 농사와의 험난한 투쟁들이 한층 더 힘겹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한 해 농사가 성공목전에서 와락 망가지는지..
풍년이라 생각하며 농사에서 얻을 소득과 쓸 용도를 계획하고 기뻐하고 있을때, 수확 바로 전 날 큰 우박덩어리가 쏟아져 모든 것을 수포로 돌려버리는 첫 해부터..
너무 가물어서 수확이 형편없는 두번째 해.
또다시 풍성한 수확직전에 불어닥친 뜨거운 열풍으로 첫해와 같은 일이 되풀이된 세번째해.
그리고 태어난 지 얼마안된 둘째 아이를 잃는 슬픔을 겪고, 집이 몽땅 불에 타버리면서 다시 빈손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새로이 시작하기에 이르기까지...
원고초본이라 소소한 행복한 일화들이 많이 적혀있진 않지만 만약 전권들처럼 소설로서 잘 다듬어졌다면 분명 신혼의 달콤한 때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감, 전원생활의 낭만, 이웃들과의 즐거운 교류 등 아름다운 날들도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로라와 앨먼조의 가정을 더 잘 들여다 볼 수 없어 아쉬운 맘이 남긴 하지만 우리네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글이었지 않나 싶다
결혼전에 앨먼조에게 농부말고 다른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며 권면하던 로라였지만 책의 끝에는 로라 자신도 땅에 매력을 느끼고 앨먼조의 마음을 이해하며 말하게 된다
"우리는 평생 농부일 거야. 타고난 성질은 좀처럼 고치기 어려우니까."
혹독하기만 해보이는 4년동안 도대체 그 무엇이 로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농부셨던 나의 아버지는 한평생 과연 땅을 대할때 어떤 마음이셨을까..
앨먼조와 로라가 쉼없이 되풀이하는 아일랜드의 속담이 부디 우리 인생 모두에 적용되는 진리이길 바래본다..
< 세상 만사는 공평하다.
부자는 여름에 얼음을 얻고, 가난한 자는 겨울에 얼음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