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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회 ㅣ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로저 젤라즈니의 작품 중 처음 읽은 소설이다. 예전 정신세계사 판을 읽고 책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실패하였는데, 복간되어서 정말 기쁘다. ㅠ_ㅠ
처음 읽을 때는 그 세련된 필치, 현란한 묘사에 혹해서 정신없이 읽어내려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밤에 첨 펴서 그냥 읽다가 새벽 4시에 다 읽고 잤었다. 그정도로 로저 젤라즈니의 글솜씨는 미려하다. 로저 젤라즈니가 문과적 SF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책에서도 SF적인 설정을 쏙 빼고 흰두 신화 인용 환타지로 해도 별 문제 없을 정도이다. 현실 세계에서의 종교적인 특성이 판이 하게 다른 두 종교-다신교의 흰두교, 스스로 부처가 되는 불교-적인 설정을 깔고, 그 설정이 실현될 수 있도록 배경을 만든것이 SF적인 설정-지구인이 다른 별에 이주해서 1세대들이 신으로 군림한다-이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어울리기 힘들 것 같은 설정들이지만, 같이 버무려서 하나의 영웅담을 만들어내는 젤라즈니의 이야기 솜씨는 정말 대가의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역시 또 '영웅담'이다. 그는 힘좋고 머리좋고 여자들이 따르고 운도 따른다. (써놓고 보니 무협지의 주인공?) 영웅의 약하고 계산빠른 내면을 드러내주는 것으로 영웅은 우리 곁으로 어느 정도 내려오지만, 그렇지만 완전히 동일시 하긴 힘들다. 그것이 이 책에서의 젤라즈니의 한계이다. 그리고 이 책이 '내 이름은 콘라드' 후에 쓰인 것을 감안하면 그의 일관된 성향이기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