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평점 :
한줄 요약 - 생명보험을 이용한 인면 수심의 잔혹한 살인자, 거기 말려든 젊은 남녀의 청춘 (???)
주인공은 쇼와생명이라는 보험회사의 교토지사에 근무하는 신지라는 청년. 쿄토출신이지만 쇼와생명에 입사하여 도쿄에서 외환업무를 쭉 하다가 쿄토지사로 발명받아 생명보험의 보전 업무를 담당하게 된지 얼마 안된 젊은이이고, 어렸을 때 형의 죽음과 관련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같은 대학 동아리 후배인 여자친구 메구미가 있고, 메구미는 계속 쿄토에 살았으므로 신지가 도쿄에 있을 때는 원거리 연애를 했지요. 현재 메구미는 심리학과 대학원생이고, 고향은 쿄토가 아닙니다. 조폭과 얽힌 보험가입자, 자살하면 보험금나오냐는문의 전화 등을 겪으면서 암울하게 살고 있는 신지에게 어느날 이상한 요청이 들어옵니다. 영업소에서 담당할 사안인 영업사원불친절 건에 대해서 신지를 지정하면서 방문요청이 들어온 겁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찾아간 집은 검은 집...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는 그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신지... 그리고 집주인에 의해 그집 아이가 목매달려 죽어있는 것을 목격당하게 됩니다. 아이의 죽음과 아이의 죽음에 대한 수상쩍은 행동을 보이는 아이의 양아버지와 어머니... 보험금 독촉... 이어지는 여러 생명의 죽음들... 신지는 형의 죽음으로부터 기인한 스스로의 어두움, 강한 악의를 가진 외부의 어두움 양측으로부터 침식당해갑니다.
'검은 집'은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옥문도' 등 에서 읽혔던 일본 특유의 끈적끈적하고 침침한 어두움이 훨씬 세련된 형태로 나타나 있다는 느낌입니다. 세밀하게 잔혹한 부분을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악인의 심리에 대해서도 완전한 설명을 피하면서 그 악인이 바로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다 라고 은근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책 중에서 메구미는 강하게 성선설을 주장하지만, 책 전체를 본다면 심리학조교인 모씨(이름이...뭐더라, 가니오시? )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 대해서 독자가 생각해보도록 하는 거지요. 무한경쟁시대, 약육강식, 자본우위, 자유주의 등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는 사회에서는 인간적인 면이 부족한 사이코패스에게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합리적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 혹은 그런 성향이 강한 자들이 우수한 인간으로 살아남도록 하는 현대사회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덧) 이 책을 오프라인에서 봤다면 '일본호러대상'을 받았다고 되어 있어서 절대로 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전 호러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샌드킹'의 저자와 '얼음과 불의 노래' 저자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랐지요... (조지 R.R. 마틴) 그렇지만, 이 책은 제가 생각하는 의미에서의 호러는 아니군요. 현대 사회에 대한 차가운 비판의 날을 세운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르포'라고까지 생각되는데요. 그리고, 현실은 씁쓸하고요. 인간은 과연 나아지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칙칙한 책은 저의 정신상태에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