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 레나의 스페인 반년살이
레나 지음 / 에고의바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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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날짜만 맞는다면 해외여행 떠나는 것쯤은 큰 문제일 것도 없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 가는 게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몇 년 동안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고 최근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규제가 많이 풀려 공항은 다시금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하지만 코로나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았고 만약 해외에 가서 코로나에 걸린다면? 이란 염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여행 에세이를 보며 해외여행에 대한 적적함을 달래곤 하는데 아무래도 <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는 코로나19가 출현하기 전에 다녀온 여행이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파티나 모임은 물론 마스크 없이 다녔던 해외여행의 향수를 물씬 느낄 수 있다.

한 달은 너무 짧고 일 년은 너무 긴 해외살이, 저자는 발렌시아,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모로코, 독일, 오스트리아 여행을 하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때론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외국인들의 모임에서 다시금 만나는 신기한 인연의 연속을 경험한다. 사실 한국에서만 살았고 해외여행을 많이 해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SNS 검색으로 이뤄지는 외국인들과의 교류도 낯설게 다가왔지만 친구의 권유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파티에 참석하는 등의 일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건처럼 여겨졌는데 여행기를 읽다 보면 이들의 모임은 내가 바라보는 시선처럼 고루하거나 보수적이거나 위험하지 않다. 처음 만났지만 대화가 통할 수 있고 궁금하던 정보들을 교환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경험담을 통해 여행 중인 이들과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이들 모임의 장점인데 경험담을 보고 있노라면 저자의 능동적인 행동이 멋지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시 젊어진다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란 생각과 지금 나이에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 경험담을 통해 나쁜 사람들보다는 사람의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돕고 베푸는 자세와 그들의 해맑은 표정까지 어느 것 하나 멋지지 않게 다가온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 무언가에 도전할 용기도, 잘 할 수 있을까란 걱정에 발목이 잡혀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는 게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개개인의 생각과 느낌, 수많은 경험담이 다르듯 이 책은 여행기를 시끌벅적하게 늘어놓지 않는다. 멋진 사진이 실리거나 내일 당장 떠날 여행길에 이 책만 가지고 있어도 훤히 길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여행지의 지도나 교통 정보, 숙박 등의 정보를 정갈하게 담아놓지도 않았다. 그냥 여행 에세이이고 문장의 기교나 뭔가 큰 이벤트가 있는 게 아님에도 펼쳐들자마자 계속 읽게 되었다. 아마 단기간 여행에 좀 더 많은 곳을 여행하기 위한 강박증이나 조바심이 담겨 있지 않기에 저자의 보폭에 따라 느긋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는 게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은 것이다'라는 성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책을 읽는 내내 좋은 사람들과 가보지 못한 곳으로의 여행이 더욱 간절해짐을 느낀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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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짧고 일 년은 길어서 - 레나의 스페인 반년살이
레나 지음 / 에고의바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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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넓은 세상, 이토록 유쾌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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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철학 - 실체 없는 불안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사는 법
기시미 이치로 지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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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불안해하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만 살아갈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인생을 살며 불안에 떨 요인은 너무도 많다. 인간이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불안감에 떨었던 순간을 떠올려보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시험을 망칠 것 같은 불안감에 시험이 끝난 후에는 성적이 개판일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예상보다 성적이 잘 나와준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적이 얼마나 되는가? 시험 성적이 나빠 담임은 곧바로 부모님에게 연락하고 숨기고 싶은 성적을 부모님이 알게 돼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자책감 등의 수순은 시험 하나와 연관되는 불안감이고 성장해서는 취업이 안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취직해서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내가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능력 있는 직원이 되고 싶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 결혼, 출산 등등의 과정을 거치며 한순간도 불안에서 자유로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왜 불안하냐고 묻는다면 다가오지도 않을 미래에 대해서 가령 준비만 잘했더라도 쓸데없이 느껴야 할 불안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되풀이됐던 것이 문제이지 않았을까, 책을 읽지 않아도 그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 사실은 나 자신의 한계를 어느 정도 사람들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들러의 표현에 따르면 맞지 않는 어법일 것이다. 한계를 정해두는 것 자체가 이미 발목을 묶어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알 것 같고 충분히 이해도 가지만 반대로 머릿속이 복잡해져 고민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아들러의 심리학이 아닐까 싶다. 일전에 만났던 '기시미 이치로'의 책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혼란 아닌 혼란을 겪어야 했는데 사실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란 것 또한 알고 있지만 그저 지금 하기에는 귀찮아 미뤄두고 싶은 마음이 지배적이라 그랬던 것 같다.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알고 있지만 불안이란 감정을 내세우는 것은 회피하고 싶은 감정 때문이라고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말하고 있다. 시작해야 된다는 것은 알지만 계획과 준비를 쏟을 노력을 하고 싶지 않아 불안이라는 감정 뒤로 숨어버린다는 아들러 심리학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저 쓸데없이 느낄 불안감일 뿐,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해서 그 계획이 제대로 되리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인생이 그런 것이며 그렇게 계획대로 될 리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수많은 경험에서 체득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안이란 감정과 마주한다는 것은 그저 자신이 없어 그 감정 뒤에 숨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은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라 변명의 여지가 없이 들렸다.

<불안의 철학>은 불안의 실체가 어디서 오는지 시작하여 팬데믹, 대인관계, 일, 질병, 나이 듦, 죽음에서 오는 불안을 다루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불안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한 불안의 해법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기에 느낄 당연한 감정이지만 불안이라는 감정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은 아닐지 다시 한번 제대로 마주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 책이 바로 그 실체를 바로 보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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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 The Last Witness
유즈키 유코 지음, 이혁재 옮김 / 더이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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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강렬한 시대적 느와르 영화를 본 듯한 생생함에 압도되어 처음 읽은 소설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던 '유즈키 유코', 처음 접하는 작가였기에 성별에 대한 생각 없이 읽다가 이토록 강렬한 소설을 여성 작가가 썼다는 사실에 극도의 매력을 느꼈던 작가였기에 앞으로 만나게 되는 이 분의 소설은 모두 읽게 되지 않을까였는데 <최후의 증인> 역시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이다.

주름진 눈꼬리, 다소 나이가 있는 여자와 남자가 한 호텔방에서 대치중이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여자는 나이프를 쥔 손으로 남자에게 그대로 돌진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사가타 변호사, 피곤함이 엿보여도 말쑥한 정장 차림의 변호사의 인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사가타는 변호사 이전 촉망받는 검사였었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사가타는 열정을 보이던 검사직을 내려놓고 변호사가 되었지만 돈 욕심과는 거리가 먼 다소 괴짜 같은 변호사로 모든 증거가 뚜렷해 빼도 박도 못할, 패소할게 뻔해 보이는 사건도 형량 감형이나 집행유예 같은 처벌로 이끌어내는 재주가 있었으니 돈은 벌지 못해도 보이는 그대로의 사건이 아닌,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보는 혜안을 가진 변호사이다.

그리고 다소 이른 나이에 개인 병원을 개원한 다카세는 병원이 자리를 잡으며 큰 걱정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에게는 지혜로우며 상황 판단이 빠른 아내 미쓰코와 아직은 어리지만 무한한 미래를 향해갈 아들 스구루가 있다. 병원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며 환자가 늘어나 다소 피곤하긴 하지만 별다를 것 없는 나날을 보내던 다카세에게 하나밖에 없는 아들 스구루가 교통사고를 당하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더군다나 함께 있던 아들의 친구가 운전자에게서 술 냄새가 났으며 교통신호를 위반했다는 진술을 하였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어찌 된 일인지 아들을 죽인 범인은 재판조차 받지 않는 불기소 처분을 당했으니 불시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다카세와 미쓰코가 악에 받쳐 잠 못 이루며 떠올렸던 생각들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들을 잃은 부부의 노력에도 끝내 범인은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나 이들 부부와 사가타 변호사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치정으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만나게 된다. 이 소설엔 과연 어떤 진실이 숨어 있는 것일까? 사가타란 변호사 캐릭터도 꽤나 호기심을 유발했지만 그와 더불어 이 사건의 진실이 너무 궁금했는데 소설은 순식간에 푹 빠져 읽을 만큼 매력적이다. 역시 유즈키 유코 이름을 곱씹으며 사가타 변호사의 다음 등장도 너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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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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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상당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은 발칙한 기대심보다는 아직도 여성을 옥죄는 부조리함을 유쾌하다면 유쾌하게 풀어쓴 소설이라 어떤 발칙한 문장들과 맞닥뜨리게 될까란, 다소 불손한 감정 앞에 겸손해지는 소설이다.

영국의 사우스홀, 영국이지만 인도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이곳에서 자란 민디와 니키, 보수적이며 나름 모범적으로 자라 부모님의 바람에 부응하며 자란 첫째 민디와 달리 부모님의 강요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니키는 성인이지만 부모님과 언니의 걱정을 받으며 이렇다 할 커리어 없이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 전공을 방향으로 잡았으나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감히 자퇴한 니키는 그럼에도 세상엔 자신이 할 일이 많으며 어찌 됐든 빛나는 사람이 되어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보지만 경쟁력이 없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펍에서 몇 년을 일하며 월세에 전전긍긍하는 자신을 보고 있자니 부모님의 권유를 뒤집어버린 본인의 결정이 과연 잘한 일인지 알 수 없어진다. 더군다나 아버지의 권유를 뒤엎으며 단행했던 자퇴로 심장에 무리가 가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죄책감 때문에 니키는 엄마와 언니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그런 어느 날 언니 민디가 자신의 배우자를 찾는다는 프로필을 사원에 붙여줄 것을 니키에게 부탁하고 언니의 부탁을 받아 사원에 프로필을 붙이러 갔던 니키는 우연찮게 여성을 위한 글쓰기 수업 게시판을 보고 지원해 채용된다. 사실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던 수업이라 니키의 경쟁상대는 없었으나 시설에서 수업 진행을 밀어붙여야 했던 쿨빈더의 의지가 작용해 시작된 글쓰기 수업은 강사인 니키나 수강생으로 들어온 부인들이나 애매하여 과연 수업이 제대로 될 수나 있을지 의아한데....

니키의 포부와 달리 수강생들은 글쓰기는커녕 수업 시간에 여담을 나누는 것이 즐거움으로 자리 잡게 되고 지극히 개인적인 성적인 이야기들은 글로 옮겨지자는데 의견이 모이게 된다. 하지만 영국의 인도인 밀집 지역인 사우스홀에서 그런 일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으니 앞으로의 이들의 모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다소 가벼운 호기심대로 유쾌한 면을 잘 끌어내긴 했지만 빠른 속도로 변화해가는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고 여성의 자리임을 강요하는 인식을 겨냥한 글이라 사회비판적으로 다가오지만 현명하게도 그것을 지혜롭게 이야기 속에 잘 녹여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회가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카스트제도로 인해 한 여성이, 소녀가 말도 안 되는 개죽음을 당하는 인도 사회의 충격적인 사건을 들여다볼 때 동서양의 상반되는 느낌은 민디와 니키의 캐릭터로 잘 표현되었고 종종 마주치게 되는 충격적인 남성 중심 사건을 빗대 나름 유쾌하게 글에 담아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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