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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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상당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은 발칙한 기대심보다는 아직도 여성을 옥죄는 부조리함을 유쾌하다면 유쾌하게 풀어쓴 소설이라 어떤 발칙한 문장들과 맞닥뜨리게 될까란, 다소 불손한 감정 앞에 겸손해지는 소설이다.

영국의 사우스홀, 영국이지만 인도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는 이곳에서 자란 민디와 니키, 보수적이며 나름 모범적으로 자라 부모님의 바람에 부응하며 자란 첫째 민디와 달리 부모님의 강요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니키는 성인이지만 부모님과 언니의 걱정을 받으며 이렇다 할 커리어 없이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 전공을 방향으로 잡았으나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감히 자퇴한 니키는 그럼에도 세상엔 자신이 할 일이 많으며 어찌 됐든 빛나는 사람이 되어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보지만 경쟁력이 없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펍에서 몇 년을 일하며 월세에 전전긍긍하는 자신을 보고 있자니 부모님의 권유를 뒤집어버린 본인의 결정이 과연 잘한 일인지 알 수 없어진다. 더군다나 아버지의 권유를 뒤엎으며 단행했던 자퇴로 심장에 무리가 가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죄책감 때문에 니키는 엄마와 언니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힘겨워한다.

그런 어느 날 언니 민디가 자신의 배우자를 찾는다는 프로필을 사원에 붙여줄 것을 니키에게 부탁하고 언니의 부탁을 받아 사원에 프로필을 붙이러 갔던 니키는 우연찮게 여성을 위한 글쓰기 수업 게시판을 보고 지원해 채용된다. 사실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던 수업이라 니키의 경쟁상대는 없었으나 시설에서 수업 진행을 밀어붙여야 했던 쿨빈더의 의지가 작용해 시작된 글쓰기 수업은 강사인 니키나 수강생으로 들어온 부인들이나 애매하여 과연 수업이 제대로 될 수나 있을지 의아한데....

니키의 포부와 달리 수강생들은 글쓰기는커녕 수업 시간에 여담을 나누는 것이 즐거움으로 자리 잡게 되고 지극히 개인적인 성적인 이야기들은 글로 옮겨지자는데 의견이 모이게 된다. 하지만 영국의 인도인 밀집 지역인 사우스홀에서 그런 일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으니 앞으로의 이들의 모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다소 가벼운 호기심대로 유쾌한 면을 잘 끌어내긴 했지만 빠른 속도로 변화해가는 시대 속에서 변하지 않고 여성의 자리임을 강요하는 인식을 겨냥한 글이라 사회비판적으로 다가오지만 현명하게도 그것을 지혜롭게 이야기 속에 잘 녹여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회가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카스트제도로 인해 한 여성이, 소녀가 말도 안 되는 개죽음을 당하는 인도 사회의 충격적인 사건을 들여다볼 때 동서양의 상반되는 느낌은 민디와 니키의 캐릭터로 잘 표현되었고 종종 마주치게 되는 충격적인 남성 중심 사건을 빗대 나름 유쾌하게 글에 담아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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