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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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아저씨를 찾는길에 나의 추억까지 소환되어 감성돋게 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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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 B급 디자이너의 눈으로 읽은 도쿄 서점 이야기
김경일 지음 / 디앤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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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로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필수 코스로 서점을 생각하고 있는데 여행 동선과 자연스럽게 겹치는 곳이면 좋을듯한데 그런 곳을 추릴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를 발견하게 되었다.

오래전에 기노쿠니야 서점을 방문했을 때 의외로 상상했던 감흥이 없어서 놀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일본어를 한창 배우고 있던 시기라고는 하나 일본어로 된 책들이 바로바로 해석이 될 리 없으니 지루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그때 서점이 훨씬 많았고 그만큼 수요도 더 많았을 텐데 더 많은 서점을 돌아보지 못한 게 꽤 아쉬움으로 남았기에 어쨌거나 시간적 여유가 많지는 않지만 몇 군데를 돌아보며 조금의 다양성도 느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진보초에 메이지대학교와 니혼대학교, 주오대학교, 센슈대학교가 들어서며 교재를 비롯한 책 수요가 늘었고 그 바람에 늘어선 서점을 시작으로 서점가가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서점가를 보기로 했으니 '토리아에즈 비루' 대신 '토리아에즈 진보초'로 시작하는 도쿄 서점 여행, 진보초 어느 서점의 사진을 보고 얼핏 내가 사는 인천의 배다리가 연상되어 왠지 친근함이 들었는데 진보초의 수많은 서점 중에서도 북카페를 운영하는 이와나미 북카페를 비롯 건축이나 디자인을 취급하는 서점, 서점 입구가 굿즈 가게처럼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되어 있는 서점, 헌책방 중에서도 새 책을 판매하는 서점, 만화 전문 서점 등 평소 좋아하는 관심거리를 찾아 서점 공략을 하면 좋을 듯싶다. 이에 더해 작가의 마음을 흔든 서점 여덟 곳이 지도와 함께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어 일본 여행 초보자들이 조금 더 손쉽게 찾아갈 수 있을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지역을 여행할 때 꼭 들르는 곳이 서점인데 도쿄 서점 소개를 보고 있자니 강원도에 있는 동아서점과 문우당의 느낌도 떠올라서 우리나라도 요런 서점 소개가 실린 책이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출간되었는데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감각적인 사진 외에도 지금껏 읽었던 서점 소개 글의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역사나 그 외 부수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도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었는데 역시 모르고 방문하는 것보다 알고 방문함으로써 느끼게 될 즐거움이 나도 모르게 상상이 되어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들뜨게 되었던 것 같다.

유명한 몇몇 서점 외에 골목에서 예상치 못하게 만날 서점만 상상하다가 실제로 보게 될 서점들을 사진으로 보게 되니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이 생겼지만 도쿄 여행 전에 이 책을 만나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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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코교쿠 이즈키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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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전쟁으로 세계의 절반이 폐허가 된 먼 미래, 더 이상 종이로 인쇄된 활자를 본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취미가 되었고 모든 것은 데이터화되어 손목에 차고 다니는 씨셀로 열람이 가능한 시대를 소설은 배경으로 삼고 있다.

책 한 권을 사려면 몇 달 치 월급을 쏟아부어야 하고 글을 써도 좀처럼 출판으로 이어지지 않고 데이터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책은 그저 값비싸고 사치스러운 물건으로 취급되는 시대에서 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는 자신의 아버지가 사고 모은 책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기 위해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번화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교통도 불편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찾아오는 사에즈리 도서관, 하루 종일 악재가 겹쳐 힘들었던 카미오는 마지막까지 접촉사고를 일으키는 바람에 울상인데 알고 보니 접촉 사고를 낸 곳이 도서관이었고 평소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그녀지만 접촉사고가 계기가 되어 도서관 사람들을 하나 둘 알기 시작한다. 책은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카미오는 우연찮게 도서관을 찾게 된 날을 시작으로 와루츠가 권해준 그림책을 시작으로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가게 된다.

교사인 코토는 바쁜 학교 일정에도 도서관에 들러 필요한 책을 대여한다. 손목에 차고 다니는 씨셀을 통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종이로 된 질감인 책을 읽게 해주고 싶은 게 코토의 바람이지만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코토는 와루츠의 도움으로 빌린 책을 학교에 가져가 아이들이 직접 보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준다.

엄청나게 책을 좋아했던 모리야의 할아버지, 뇌의 이상으로 말년에는 같은 책을 몇 번이나 사는 일이 반복되면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기에 모리야는 할아버지의 기억이 좋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의 시가 상을 받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게 되지만 생전에 할아버지가 소장하던 모든 책들은 이미 사에즈리 도서관에 보관 중이란 것을 알게 되고 할아버지의 시를 찾아 사에즈리 도서관을 찾게 된다.

어릴 적 전쟁고아였던 와루츠는 뇌 수술 권위자였던 와루츠 요시아키라에게 입양되어 그가 모았던 책들을 상속받게 되고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도서관을 세운다. 책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세상에서 무료로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개방된 도서관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뜨겁게 논쟁이 붙을 정도였지만 그렇기에 와루츠는 아버지의 뜻을 더욱 가치있게 이어가기로 한다.

세계 전쟁이 벌어지고 폐허가 된 지구, 전쟁 전까지 누리던 풍요로움은 다시 올 수 없는 삭막한 세상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 책에 얽힌 사연이 소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지금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책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하게 여겨져야 하는지를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책들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세상에서 자원낭비라는 목소리도 높지만 디지털보다는 종이로 된 책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공감 가는 부분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어 이런 세상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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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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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바른이란 의미가 붙으니 새삼 흥미롭게 다가오는 한편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작가가 무얼 말하고자 함인지 기어코 봐야겠다는 독자의 집념에 불을 지핀 <정욕>은 일본의 연호가 바뀌는 시점을 기준으로 검사인 데라이 히로키와 침구점에서 일하는 기류 나쓰키, 대학생인 간베 야에코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 히로키는 검사란 직업과 전업주부인 아내, 외동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처럼 보이지만 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등교 거부를 하면서 남모를 고민을 안고 있다. 몇 년 주기로 전근을 가야 하지만 대출을 받아 지은 단독주택과 아들의 사립학교 입학으로 전근을 가지 않은 채 업무를 이어가고 있어 아들의 등교 거부 문제를 더욱 말할 수 없는 히로키, 그런 히로키의 눈에 아들인 다이키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아이들 속에 섞이지 못해 겉돌며 결국은 방안으로 숨어든 아들, 그런 아들이 최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유튜버의 방송을 본 후 자신도 유튜버의 길을 걷겠노란 선언 또한 고운 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

안정된 직장의 정직원을 그만두고 그 누구와도 섞이고 싶지 않아 침구점에서 일하는 나쓰키, 최근 자신에게 말을 거는 동료에게 불편함을 느끼지만 싫은 내색 없이 자신은 드러내지 않고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나쓰키는 연락처가 바뀌어도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등 타인과의 고립된 생활을 고집하고 있다.

대학생인 야에코에게는 터울이 있는 오빠가 있다. 어릴 적부터 자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외모나 성적 면에서 우수함을 보이던 오빠였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그대로 은행에 취직하여 부모님에게 즐거움을 안겨줬지만 직장에서 성적인 문제로 놀림을 받으며 결국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신세가 되었고 오빠가 무단결근을 하기 전날 우연찮게 오빠 방에서 동영상을 보았던 야에코는 이성에 대한 거부반응이 몸에 스미게 되었고 연애 감정이나 이성을 특별하게 보는 것을 멀리하게 된다.

<정욕>은 헤이세이로 넘어가는 연호를 앞두고 히로키, 나쓰키, 야에코의 시선과 그들을 둘러 싼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에 앞서 연호가 넘어간 시점 놀이터에서 아동 성착취를 일삼던 세 명의 기사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바른 욕망이란 얼핏 들어도,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도 금세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 앞에서 소설을 읽다 보면 인간이기에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을 욕망의 종류가 소수자란 입장과 맞물리면 그것을 인간의 이성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모순적인 부분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어 다소 고민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그것을 그름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란 도덕적 판단과 보편적인 인간의 관점에서 그것을 판단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편협한 사고방식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해보게 되는 소설이라 아직은 한국에 개봉되지 않은 영화는 이런 감정들을 어떻게 영상에 담아냈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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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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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다 그렇지 뭐... 그렇다고 인상 쓰면서 일할 필요 있나. 몸이 건강함에 감사하고 오늘 하루도 무사함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무탈함에 감사하고...' 종교가 없는 나는 주기도문처럼 이런 생각을 나 자신에게 세뇌시키며 밝은 척, 괜찮은 척, 안 힘든 척 하루를 보낸다. 괜찮은 척하면 어느 틈엔가 몹쓸 것처럼 힘든 몸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누군가의 눈엔 실없어 보일지 몰라도 괜찮은 척 기분을 끌어올리면 정말 괜찮아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순간 위기 모면을 위한 방책일 뿐, 정말 괜찮은 건 아닌 것 같다. 알지만 깊이 생각하면 가느다랗게 잡고 있는 끈을 놔버리고 싶을까 봐, 힘듦이 얼굴에 그대로 다 보일까 봐 어쩌면 겁이 나서 늘 괜찮은 척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종종 한다.

<미세 좌절의 시대>란 제목을 마주하며 생각지도 못한 단어라서 쇼킹했지만 단어 그대로 공감이 돼버려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게 됐다. 당장은 크게 타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서 '괜찮다'라고 되뇌다 보면 정말 괜찮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회복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켜켜이 쌓이게 되면 어느 순간 나가떨어지게 되는, 무기력함을 맛보게 될까 봐 염려스러웠던 적이 주기적으로 있었고 사는 내내 어쩌면 이런 기분을 벗어날 수 없으리란 공포감마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기계적인 쓸모감만을 원하는 일터의 또 다른 면을 마주할 때마다 그런 불안감에 휩싸이고 사람이 죽어나가도 정작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는 모습에서 허탈함과 삶의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은 사회의 파편적인 모습들을 저자의 관점으로 보고 풀어쓴 산문집이다. 작가님의 소설만을 접했던 나로서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더 공감이 됐다. 같은 문제 앞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음에, 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면이나 깊이 생각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흘려보내며 무관심했던 사안들, 그랬기에 흘려보내지 말고 어떻게든 바꾸려고 노력해야 되는 의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글들이라 숨 막히게 답답하고 분통터지지만 더 이상은 물러서면 안 된다는 결의도 느끼게 되는 글들이라 두께감이 있지만 지루할 틈 없이 읽힌다.

견디기만 하는 미련한 미세 좌절의 시대를 버티기보다는 미미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에 의구심과 질문을 던지며 고민해야 하는 의무가 우리 세대에 있음을, X세대 이야기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던 사람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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