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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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다 그렇지 뭐... 그렇다고 인상 쓰면서 일할 필요 있나. 몸이 건강함에 감사하고 오늘 하루도 무사함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무탈함에 감사하고...' 종교가 없는 나는 주기도문처럼 이런 생각을 나 자신에게 세뇌시키며 밝은 척, 괜찮은 척, 안 힘든 척 하루를 보낸다. 괜찮은 척하면 어느 틈엔가 몹쓸 것처럼 힘든 몸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누군가의 눈엔 실없어 보일지 몰라도 괜찮은 척 기분을 끌어올리면 정말 괜찮아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순간 위기 모면을 위한 방책일 뿐, 정말 괜찮은 건 아닌 것 같다. 알지만 깊이 생각하면 가느다랗게 잡고 있는 끈을 놔버리고 싶을까 봐, 힘듦이 얼굴에 그대로 다 보일까 봐 어쩌면 겁이 나서 늘 괜찮은 척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종종 한다.

<미세 좌절의 시대>란 제목을 마주하며 생각지도 못한 단어라서 쇼킹했지만 단어 그대로 공감이 돼버려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게 됐다. 당장은 크게 타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서 '괜찮다'라고 되뇌다 보면 정말 괜찮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회복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켜켜이 쌓이게 되면 어느 순간 나가떨어지게 되는, 무기력함을 맛보게 될까 봐 염려스러웠던 적이 주기적으로 있었고 사는 내내 어쩌면 이런 기분을 벗어날 수 없으리란 공포감마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기계적인 쓸모감만을 원하는 일터의 또 다른 면을 마주할 때마다 그런 불안감에 휩싸이고 사람이 죽어나가도 정작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는 모습에서 허탈함과 삶의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은 사회의 파편적인 모습들을 저자의 관점으로 보고 풀어쓴 산문집이다. 작가님의 소설만을 접했던 나로서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더 공감이 됐다. 같은 문제 앞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음에, 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면이나 깊이 생각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흘려보내며 무관심했던 사안들, 그랬기에 흘려보내지 말고 어떻게든 바꾸려고 노력해야 되는 의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글들이라 숨 막히게 답답하고 분통터지지만 더 이상은 물러서면 안 된다는 결의도 느끼게 되는 글들이라 두께감이 있지만 지루할 틈 없이 읽힌다.

견디기만 하는 미련한 미세 좌절의 시대를 버티기보다는 미미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에 의구심과 질문을 던지며 고민해야 하는 의무가 우리 세대에 있음을, X세대 이야기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던 사람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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