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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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 모음집 <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참 독특하다. 읽다 보면 이러다 왠지 나도 미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지만 그럼에도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느껴진달까.

8편의 단편마다 우울하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기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게 허무한 것이 현실 내지는 미래인 걸까 싶어서 공감이 안되지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가만히 더듬다 보면 소름 돋게 무감각한 현실이란 게 느껴져서 뜨악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에이의 숟가락'은 기묘한 이야기라 기억에 남는데 단편들을 읽다 보면 이 작품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작품들이 참으로 기묘한 느낌이다. 뭔가 조종당하는 느낌을 작가가 원한 것인지, 그에 부응하고 있는 나는 작가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건지, 한없이 읽어내려가다 보면 뭔가 이 속에 다른 이야기를 빗대어 술래잡기하듯 꽁꽁 숨겨놓은 건 아닌지, 이러다 조만간 작가의 음모론에 휘말렸다는 거창한 이야기를 토해낼지도 모를 위압감을 느끼면서도 끝까지 페이지를 멈출 수 없었다. 평상시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빠지는 구석이 없는 탄탄한 글이라 어리둥절하게 되지만 이것도 나의 독서 생활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며 경험이라 생각하니 소설에서 느껴지는 그로테스크한 부분들도 마냥 싫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그런 느낌들의, 비스무리한 소설들 속에 뭔가 색다른 느낌을 받고 싶다면 남유하 작가의 소설집 <부디 너희 세상에도>를 읽어보길 권한다. 화가 날 것 같은데 나쁘지 않고, 읽고 나서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런 느낌들이 싫지 않은.... 오묘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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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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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접했다면 펼쳐보지 않았을 텐데 표지에 적힌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란 문구에 호기심이 생겨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셰임 머신>의 저자 캐시 오닐은 비만, 약물 중독, 빈곤, 외모를 통해 인간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인간을 고립시키고 사회 전체의 문제의식을 회피한 채 오로지 개인에게만 잘못을 지적하는 사회 양상을 지적한다. 심지어 제대로 된 통계 수치가 아닌 데이터를 표본인 양 공표하여 사회적 약자들을 더 소외되고 고립시켜버리는 마녀사냥을 일삼는 행태가 사회 규범적인 수치심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으로 정의되는 '수치심'은 무엇의 잣대가 아닌 내 스스로 부끄럽다고 판단하고 느끼는 감정임에도 사회적 잣대에 맞춰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분위기가 자리매김되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더 사회에서 도태되어버리는 현상을 꼬집는다. 비만과 약물 중독, 빈곤과 외모를 예로 들었을 때 뚱뚱한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느리고 답답하며 게으른 존재로 인식하게끔 매체나 언론에서 부각하는 이미지를 심어 일반인들의 대다수가 그러하지는 않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마 상당한 사람들의 인식이 비슷하리라는 생각에 절대 아니라고 반박하지는 못할 듯하다. 나조차도 뚱뚱하고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존하는 사람은 의지가 박약한 존재여서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바라보는 경향이 컸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꽤 충격적인 이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었던 사회적 약자들을 곱지 않은 눈초리로 바라보던 사람 중 하나였기에 저자가 꼬집는 이 문제들이 과연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조롱당해야만 했던 문제였을까란 지극히 당연한 물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고 그렇게 생각하니 불쾌한 시선들이 얼마나 배려 없었던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물론 나 자신의 솔직한 마음까지 숨기면서 아닌척할 수는 없을 듯하다. 여전히 나는 뚱뚱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며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약물 중독자로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외면할 이유는 없으며 그렇게 조장하는 분위기를 당연하게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게는 되었다. 어쩌면 어렵지 않고 당연하지만 당연시하지 않았던 악함의 가속화를 이제는 멈춰야만 하며 그것을 그들에게만 맞춰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그것들에 대한 수치심을 느껴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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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이승훈 외 지음 / 마카롱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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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별 기대없이 펼쳐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기분이 아직까지도 고스란히 기억되는건 기대없이 펼쳤던 단편 소설들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신선하면서도 악전고투하며 펜을 놓치 않는 치열함이 소설속에서 그대로 느껴져 단편임에도 인간의 애환을, 분노를, 서글픔을, 유쾌함과 즐거움, 행복함이 느껴져 매해마다 만나게 되는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은 믿고 보는 소설이 되었다.

이번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의 주제는 SF인데 매해마다 장르가 달라서 이번엔 어떤 소설을 만나게 될까 설레게 되는 것 같다. 평소 SF 장르는 좋아하지 않아 첫번째 단편부터 적잖이 당황했는데 읽다보니 서글프면서도 잔잔한 이야기들이라 한편 한편마다 가슴에 찐~하게 새겨지는 느낌이었다.

이번 수상작품집엔 총 다섯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정확한 기준으로 야구 심판을 보는 AI의 등장, 망가진 바다를 향한 마지막 인간 해녀와 AI, 휴머노이드와 복제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그리고 왠지 SF하면 예상되는 좀비 이야기와 병아리와 살아가는 영화감독이지만 백수에 가까운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까지, 뭔가 예상할 수 없어서, 예상이 된다해도 끌고가던 감정을 잔잔하게 이끌고 가는 이야기들이라 더 없이 좋았다.

인간과 AI의 가슴뭉클함, 삭막함 속에서도 전해지는 잔잔한 감동, 아직은 더이상 잃고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인간들의 염원을 담은 이야기라고 받아들였다면 너무 거창할지도 모르겠지만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고 잔잔하면서도 파괴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라 역시 이번편도 믿고 읽을 수 있었던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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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 역사를 뒤흔든 지리의 힘, 기후를 뒤바꾼 인류의 미래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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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위치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대두되는 요즘, 종결되지 않는 전쟁이 그렇고 위기일발인 정세가 지리적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그런 세계사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읽을 때마다 참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기후의 변천사가 세계사에 미친 이야기라 하니 설렐 정도로 구미가 동하였다.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는 문명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던 중심에 기후가 있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남부에서 출현해 전 세계로 퍼졌다는 이야기는 인류기원설에 늘 도입부로 등장한다. 이동 수단이나 척박한 환경, 지금보다 더 뛰어나지도 않았던 무기들을 앞세워 혹한 환경에 맞서며 수 세기에 걸쳐 이동한 현생인류의 이동 경로는 가슴 벅차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들은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었을까? 그 넓은 바다를, 열대우림을, 삭막한 사막을.... 늘 궁금했지만 제대로 파고들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아프리카 남부에서 시작된 현생인류는 빙하기 덕분에 수만 년에 걸쳐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빙하기로 인해 해수면이 최대 90미터까지 낮아지고 유라시아 대륙 주변과 섬 등이 육지로 이어지며 지금과 같은 지도의 모습을 형성하지 않았던 그때, 십만 년이나 아프리카 남부에서 살던 현생인류는 더 넓은 무대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빙하기로 인해 현생인류의 삶이 더 고달팠을 거란 예상을 깨고 빙하기 때문에 미지의 땅을 밟으며 삶을 개척했던 현생인류의 모습이 위대하고 가슴 벅차게 다가왔다.

이렇게 전 세계로 퍼져나간 인류가 빙하기가 끝나고 온난해진 기후로 지구 생태계가 바뀌면서 육지와 섬이 맞닿았던 곳들이 바다로 메워지게 고립되면서 빙하기로 인해 자유롭게 옮겨 다니던 삶에서 더 이상 사냥으로 생계를 잇는 것이 힘들어지자 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한다.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온난한 기후와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하고 그곳에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면서 마을이 형성되고 문명이 시작되는 수순을 밟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고대 문명인 인더스 문명, 이집트 문명, 미노아 문명 등이 왜 현재까지 이어지지 않고 멸망했거나 쇠퇴했는가?에 대해 기후로 살펴보는 관점이 재미있다. 마야나 아스테카, 잉카처럼 수준 높은 문명이 탄생했지만 파나마지협의 좁고 험준한 지형이나 거대한 열대우림이 다른 문명과의 교류를 원활하게 하는데 방해가 되었고 결국 뒤처진 군사기술이 총포로 무장한 에스파냐 콩키스타도르에 의해 무너져 멸망했다는 이야기와 메소포타미아의 관개농업이 토양에 염분이 쌓이는 것을 방치해 결국 쇠퇴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찬란한 문명을 이룩하였음에도 현재에는 그 빛을 발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준다.

현생인류가 퍼져나간 이야기부터 고대 문명을 지나 현재 닥친 기후변화까지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사막화로 인해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빙하가 녹으며 동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이런 재난 같은 기후 변화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들을 집어내고 있다. 기후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을 현생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처한 기후 위기 또한 기회로 바꿀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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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 역사를 뒤흔든 지리의 힘, 기후를 뒤바꾼 인류의 미래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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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궁금했던 고대문명의 멸망과 쇠퇴의 궁금증은 해소시켜주고 기후 위기에 처한 현재의 모습을 고민하게 되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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