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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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접했다면 펼쳐보지 않았을 텐데 표지에 적힌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란 문구에 호기심이 생겨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셰임 머신>의 저자 캐시 오닐은 비만, 약물 중독, 빈곤, 외모를 통해 인간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인간을 고립시키고 사회 전체의 문제의식을 회피한 채 오로지 개인에게만 잘못을 지적하는 사회 양상을 지적한다. 심지어 제대로 된 통계 수치가 아닌 데이터를 표본인 양 공표하여 사회적 약자들을 더 소외되고 고립시켜버리는 마녀사냥을 일삼는 행태가 사회 규범적인 수치심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으로 정의되는 '수치심'은 무엇의 잣대가 아닌 내 스스로 부끄럽다고 판단하고 느끼는 감정임에도 사회적 잣대에 맞춰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분위기가 자리매김되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더 사회에서 도태되어버리는 현상을 꼬집는다. 비만과 약물 중독, 빈곤과 외모를 예로 들었을 때 뚱뚱한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느리고 답답하며 게으른 존재로 인식하게끔 매체나 언론에서 부각하는 이미지를 심어 일반인들의 대다수가 그러하지는 않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마 상당한 사람들의 인식이 비슷하리라는 생각에 절대 아니라고 반박하지는 못할 듯하다. 나조차도 뚱뚱하고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존하는 사람은 의지가 박약한 존재여서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바라보는 경향이 컸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꽤 충격적인 이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었던 사회적 약자들을 곱지 않은 눈초리로 바라보던 사람 중 하나였기에 저자가 꼬집는 이 문제들이 과연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조롱당해야만 했던 문제였을까란 지극히 당연한 물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고 그렇게 생각하니 불쾌한 시선들이 얼마나 배려 없었던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물론 나 자신의 솔직한 마음까지 숨기면서 아닌척할 수는 없을 듯하다. 여전히 나는 뚱뚱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며 인생을 포기한 사람처럼 약물 중독자로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외면할 이유는 없으며 그렇게 조장하는 분위기를 당연하게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게는 되었다. 어쩌면 어렵지 않고 당연하지만 당연시하지 않았던 악함의 가속화를 이제는 멈춰야만 하며 그것을 그들에게만 맞춰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그것들에 대한 수치심을 느껴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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