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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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속에 묻혀버린 결핍된 인간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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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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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에 데이비드 장은 뉴욕에서 거주 중이다. 불법체류자로....

모든 것이 풍족하며 모든 것이 마음만 먹으면 이뤄질 것 같은 도시 뉴욕, 그 화려하고도 거대한 희망의 문을 찾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오지만 정작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부족함 없이 넘쳐나는 뉴욕에서 데이비드 장은 스너글러란 직업으로 돈을 벌고 있다. 아무런 육체관계없이 그저 한 침대에서 안아주고 잠들기만 하면 되는 직업 스너글러,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내 집에 불러 그저 하룻밤 가슴에 안기는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는 게 한국인의 정서에는 낯설고 요즘 같은 시대에 섬뜩하게까지 다가오지만 인간이 결핍이라 느꼈을 그것들의 자리가 얼마나 컸으면 두려움을 이기며 그를 부를까 싶었다.

사지 멀쩡한 남자가 왜 그런 일을 할까 싶지만 그런 일을 하는 데이비드 장에게는 스너글러란 직업이 육체적 관계없이 도덕적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일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만족도가 있는 직업이다. 그저 하룻밤 힘들이지 않고 상대방을 안아주며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은 그릇을 닦는 알바 일보다 수입이 더 짭짤하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좋을 직업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동양인이기에 서양인들의 구미에 맞지 않아 일거리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이고 오랜 기간 불법체류자 신분이기에 뉴욕 길거리를 떳떳하게 활보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데이비드 장을 위축시킨다.

그런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이 있었으니 독 워킹 서비스로 알게 된 마거릿과 결혼하여 영주권을 획득한 다음 데이지와 결혼하는 것이었으니, 장의 마음이 얼마나 절실했으면 일흔셋의 할머니에게 청혼을 할까 싶었다. 이 대목에서 며칠 전에 터졌던 연예인의 사생활 스캔들이 연상되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자의 이야기지 반대로 할머니와의 결혼이 가당키나 할까 싶었지만 안락한 노년이 보장된 마거릿의 허울만 보았다면 장의 입장에서는 없는 그것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고 이런 일 저런 일도 있겠거니 싶지만 장의 구애에 결혼 승낙을 한 마거릿은 사별한 두 번째 남편 게리를 장과 오버랩하며 끊임없이 게리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모든 것을 마거릿에게 맞춰줘야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이제는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게 돼버리는 건 아닐지 염려되었던 장과 마거릿의 이야기.

사실 책 제목 때문에 이 소설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작가 이름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 제목이었을 거라 확신한다.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란 단편집을 너무 인상 깊게 읽었기에 이번 이야기도 강렬한 무언가를 담아내지 않았을까 싶었다. 결론은 전작에서 느꼈던 강렬함은 좀 덜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는 작가란 생각과 강렬함은 덜했지만 전작에서 느껴졌던 인간 공허함은 함께하고 있어 작가 특유의 문체를 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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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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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개 다섯 마리의 밤>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더랬다.

그렇게 읽게 된 채영신 장편소설 <개 다섯 마리의 밤>, 초반엔 아슬아슬해 보이는 박혜정의 힘겨운 삶에서 개 다섯 마리가 부여하는 의미가 기억과 인물들에 걸맞은 그 어떤 것일까? 란 생각을 해봤지만 그 옛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혹한의 밤을 견딜 때 개 한 마리씩을 끌어안고 잤다는 이야기가 후반부에 등장하면서 아슬아슬하고도 미묘한 인간들의 심리 군상을 나타내는, 혹한의 밤을 견디기 위해 개를 끌어안고 밤을 지냈다는 원주민들의 사투는 등장인물들이 견디고 살아내야 하는 인생과 닮아 있다.

멜라닌 합성 결핍으로 백색증을 앓고 있는 세민은 징그럽거나 기괴하게 보일 수 있는 외모 때문에 어딜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그로 인해 학교에서도 놀림의 대상이 되곤 하지만 월등한 성적 때문에 이인자의 자리에 있는 안빈 엄마의 질투를 덤으로 받고 있다. 그런 세민을 짠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엄마 혜정, 아빠의 부재와 아빠의 존재가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못하는 세민, 모자의 아빠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안빈엄마, 이들을 둘러싸고 퍼지는 온갖 추측과 소문들, 그리고 세민과 연관되어 벌어진 살인사건....

소설은 도입부터 살인사건 재현 현장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혜정의 위태로운 시선과 무엇인가로 촉발되는 아픈 기억들, 그 아픔을 잊을 수 없게 해주는 아들 세민, 세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변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 그리고 종교적인 미묘함까지 더해져 묘하고도 괴기스러우며 인간성을 툭 내던져버린 듯한 상실감마저 느끼게 해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아마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를 싫어하는 독자라면 멀리하고 싶을 소재지만 그럼에도 도중에 덮지 못하고 결말을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다.

충분히 잔인하고 충분히 가학적이며 충분히 슬플 수밖에 없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더 처절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은데 그런 이유로 책을 덮은 후에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탈감을 느껴야 했던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길 바라며 햇수가 지나도 이 소설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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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시선 - 개정판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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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의 소설을 읽었을 때의 강렬함과 난처함,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까지, 나와는 상관없는 소설일 뿐이었지만 공감하며 오롯이 빠져드는 것이 아닌, 참으로 다양한 감정을 실어 나르며 문장이 전하는 놀라움과 그에 반하는 곤혹감으로 그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첫 기억 때문에 두 번째 작품을 마주했을 때는 꽤나 여러 번 고민하며 책을 들었다 놨다 했었더랬다.

'이것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염려 앞에 그럼에도 어떠한 알 수 없는 도전정신으로 매 작품마다 이승우란 작가가 전하는 소설은 상반되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집어 들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번 작품인 <한낮의 시선>은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읽기 시작했지만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그것이 아버지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은 채, 사실 아버지의 부재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스물아홉 해를 산 한명재란 인물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기존 작품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면서 망설였을지도 모르겠다. 작품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펼쳤기에 어쩌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기존 다른 작품들보다 아버지에 대한 주인공의 심리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기에 중반을 지나면서 한명재가 아버지를 처음 만나는 부분에서, 처음 만나는 자리가 하필이면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유세를 펼치는 운동장이었고 하필이면 상황이 만들어내는 잔인함 때문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고 왠지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느껴봤다는 동질감에서 자꾸만 씁쓸해지고 슬퍼졌던 것 같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족함 없이 아들을 키워내려 했던 어머니, 당장 아버지에 대한 존재 인식을 하며 자라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은 성인이 되어서야 그것이 자기 자신을 눌러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이상은 묻어둘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딱히 궁금하게 여기지 않았던 아버지의 존재를, 자신의 내면을 겨우 알아버렸기에 스물아홉이란 나이에 외삼촌에게 물어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그가 있는 주변을 맴돌 뿐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한다.

다섯 시만 되면 눈이 떠지고 비참해 보일지 모르나 그것이 그 시간이 아니면 결코 그런 성격의 자신을 밖으로 이끌어주지 않음을 알기에 주인공은 아버지가 사는 곳에 침범하지 못한 채 그저 멀리서 물끄러미 지켜만 본다. 그러다 유세 현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말을 내뱉지만 동요하지 않고 당황하지 않는 그의 가면과 악력에 뿌리쳐지고 만다.

큰 기대와 예상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동요도 없이, 스물아홉 해를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아들이라고 해도 핏줄에 대한 예의 없이 너무도 덤덤한 이들의 만남은 그렇기에 의외로 가슴 아리게 느껴졌다. 무엇을 기대했던 것이고 무엇을 느끼고 싶었던 것일까, 차라리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테지만 어쩌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서 내가 시작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으로 흐르며 소설은 소설일 뿐 너무 개입하여 감정 소모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차단한 채 순순히 한명재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갔다. 그럼에도 억누를 수 없는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울컥하고 치솟아 한명재만큼이나 나 또한 상처를 받은 느낌이 크게 다가온 것은 너무 오버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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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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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가 극찬한 소설! 시작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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