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시선 - 개정판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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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의 소설을 읽었을 때의 강렬함과 난처함,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까지, 나와는 상관없는 소설일 뿐이었지만 공감하며 오롯이 빠져드는 것이 아닌, 참으로 다양한 감정을 실어 나르며 문장이 전하는 놀라움과 그에 반하는 곤혹감으로 그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첫 기억 때문에 두 번째 작품을 마주했을 때는 꽤나 여러 번 고민하며 책을 들었다 놨다 했었더랬다.

'이것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염려 앞에 그럼에도 어떠한 알 수 없는 도전정신으로 매 작품마다 이승우란 작가가 전하는 소설은 상반되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집어 들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번 작품인 <한낮의 시선>은 전혀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읽기 시작했지만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그것이 아버지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은 채, 사실 아버지의 부재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스물아홉 해를 산 한명재란 인물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기존 작품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면서 망설였을지도 모르겠다. 작품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펼쳤기에 어쩌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기존 다른 작품들보다 아버지에 대한 주인공의 심리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기에 중반을 지나면서 한명재가 아버지를 처음 만나는 부분에서, 처음 만나는 자리가 하필이면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유세를 펼치는 운동장이었고 하필이면 상황이 만들어내는 잔인함 때문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고 왠지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느껴봤다는 동질감에서 자꾸만 씁쓸해지고 슬퍼졌던 것 같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족함 없이 아들을 키워내려 했던 어머니, 당장 아버지에 대한 존재 인식을 하며 자라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은 성인이 되어서야 그것이 자기 자신을 눌러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더 이상은 묻어둘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딱히 궁금하게 여기지 않았던 아버지의 존재를, 자신의 내면을 겨우 알아버렸기에 스물아홉이란 나이에 외삼촌에게 물어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그가 있는 주변을 맴돌 뿐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한다.

다섯 시만 되면 눈이 떠지고 비참해 보일지 모르나 그것이 그 시간이 아니면 결코 그런 성격의 자신을 밖으로 이끌어주지 않음을 알기에 주인공은 아버지가 사는 곳에 침범하지 못한 채 그저 멀리서 물끄러미 지켜만 본다. 그러다 유세 현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말을 내뱉지만 동요하지 않고 당황하지 않는 그의 가면과 악력에 뿌리쳐지고 만다.

큰 기대와 예상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동요도 없이, 스물아홉 해를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아들이라고 해도 핏줄에 대한 예의 없이 너무도 덤덤한 이들의 만남은 그렇기에 의외로 가슴 아리게 느껴졌다. 무엇을 기대했던 것이고 무엇을 느끼고 싶었던 것일까, 차라리 홀가분해질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테지만 어쩌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서 내가 시작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으로 흐르며 소설은 소설일 뿐 너무 개입하여 감정 소모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차단한 채 순순히 한명재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갔다. 그럼에도 억누를 수 없는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울컥하고 치솟아 한명재만큼이나 나 또한 상처를 받은 느낌이 크게 다가온 것은 너무 오버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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