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
박순주 지음 / 정은문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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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로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기에 관심을 갖게 된 진보초 서점거리, 얼마 전 진보초 서점가에 관련된 책을 먼저 읽었지만 쓴 이가 다르기에 같은 서점이라도 느낌이 많이 달라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학교를 중심으로 교재를 팔던 곳에 하나 둘 서점이 들어서고 시대에 맞게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전쟁이 터지고 모든 것을 앗아간 화마 속에서도 다시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서점들, 100년은 우습게 넘기는 서점들, 5대를 이어가며 서점을 잇는 모습을 보면 일본의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에 존경심마저 느껴진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종이로 된 책을 들고 다니며 읽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종이에 박힌 활자를 즐기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그럼에도 점점 책과 멀어지고 있는듯한 안타까움에 오래된 고서점들을 보고 있노라면 만감이 교차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에도 나 한 사람으로 보탬이 될까 싶은 마음도 들고, 고서점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생각이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는 저자가 18군데의 고서점을 소개하고 있는데 시대에 맞게 변화해가는 고서점들의 필살기에 맞게 서점만의 특색을 담아내고 있다.

진보초에 대한 정보 없이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반나절 정도 둘러보고 조금 쉬었다가 관광지로 이동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소개된 고서점들을 보고 있노라니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싶다. 100년 이상을, 선대부터 이어온 명맥을 유지하느라 고군분투 중인 사장님들의 모습을 보니 기존의 가볍게 둘러본다는 생각이 사라져 버릴 정도였다. 그 정도로 저자가 서점 특유의 장점들을 잘 전달하고 있어 소개된 서점 모두 들러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란 욕심이 들기도 했다.

지금 세상에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란 조바심이 들게 되는 고서점,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사라져가는 서점들이 너무 아쉬워서 일본의 고서점 거리에 대한 소개가 더 인상 깊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단순히 서점가에 대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책과 서점, 독자들이 함께 나아갈 길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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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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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 작가님의 신간이라 자연스러운 호기심이 앞섰지만 제목을 보며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기에 일단 읽어보자 하며 덤볐던 <나의 돈키호테>는 예상과 달리 펼치자마자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소설이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그와 상관없는 여행 관련 영상 콘텐츠 제작 회사에 입사한 진솔, 전국을 돌며 일에 매진했던 그녀는 '도시탐험대'란 프로로 대박을 터트렸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방송에 입문하게 되지만 기획안은 자신의 것이었으나 메인 피디에 가려져 후광을 보지 못했던 진솔은 그렇게 사내 정치에서 밀려 서울살이를 접고 대전에 있는 본가로 되돌아오게 된다.

한동안은 진솔의 게으름에도 밥도 차려주고 잔소리도 하지 않던 엄마가 진솔의 계속된 백수생활에 할 일 없으면 엄마가 하는 치킨집에나 나와서 알바라도 하라는 잔소리로 이어졌고 나름 앞으로의 방안으로 유튜브를 고민하던 진솔은 마침 사춘기 시절 동네 아지트였던 <돈키호테 비디오>의 돈아저씨가 3년 전 사라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아저씨를 찾는 <돈키호테 비디오> 채널을 개설한다.

비디오와 책을 대여해 주던 돈키호테 비디오점은 없어졌지만 상가 지하에 처리하고 남은 비디오와 책들이 보관 중이었고 그곳에서 기거하던 돈 아저씨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건물주는 돈아저씨의 아들 한빈에게 지하를 정리해달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한빈은 생전 건물주였던 할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지하를 무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계약서를 발견하게 되지만 아버지의 행방이 묘연하기에 진솔은 한빈과 힘을 합쳐 유튜브를 통해 돈아저씨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중학생이었던 그때 돈키호테 비디오점에서 만나 영화나 소설의 감상을 이야기하며 풋풋한 추억을 간직한 이들, 진솔은 자신의 사춘기 시절을 회상하며 돈 아저씨와 얽힌 추억을 유튜브에 풀어놓는 한편 아저씨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아저씨의 젊은 시절의 좌절과 아픔, 꿈을 알게 된다. 1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조금씩 알게 되는 아저씨의 마음에 채널을 이어갈수록 진솔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수업이 끝나면 아지트처럼 모여 책도 읽고 비디오도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세월이 지나 대학 진학과 사회생활을 하며 간간이 이어가던 소식들이 끊어졌던 이들은 돈키호테로 인해 다시 연락이 되고 먹고살기 바빠 잊고 지냈던 풋풋한 감정을 회상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나의 돈키호테>는 비슷한 시대를 살았기에 가슴 시리고 아팠던 젊은 시절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비디오 가게가 성업 중이었고 금요일 퇴근길에 비디오를 몇 개씩 빌려와 주말 내내 보았던 추억은 등장하는 영화마다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서 나도 모르게 감상에 젖어들게 되었는데 아마 이런 추억 돋는 기억들이 소설에 더욱 빠져들게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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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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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아저씨를 찾는길에 나의 추억까지 소환되어 감성돋게 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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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 B급 디자이너의 눈으로 읽은 도쿄 서점 이야기
김경일 지음 / 디앤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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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로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필수 코스로 서점을 생각하고 있는데 여행 동선과 자연스럽게 겹치는 곳이면 좋을듯한데 그런 곳을 추릴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를 발견하게 되었다.

오래전에 기노쿠니야 서점을 방문했을 때 의외로 상상했던 감흥이 없어서 놀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일본어를 한창 배우고 있던 시기라고는 하나 일본어로 된 책들이 바로바로 해석이 될 리 없으니 지루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그때 서점이 훨씬 많았고 그만큼 수요도 더 많았을 텐데 더 많은 서점을 돌아보지 못한 게 꽤 아쉬움으로 남았기에 어쨌거나 시간적 여유가 많지는 않지만 몇 군데를 돌아보며 조금의 다양성도 느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진보초에 메이지대학교와 니혼대학교, 주오대학교, 센슈대학교가 들어서며 교재를 비롯한 책 수요가 늘었고 그 바람에 늘어선 서점을 시작으로 서점가가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서점가를 보기로 했으니 '토리아에즈 비루' 대신 '토리아에즈 진보초'로 시작하는 도쿄 서점 여행, 진보초 어느 서점의 사진을 보고 얼핏 내가 사는 인천의 배다리가 연상되어 왠지 친근함이 들었는데 진보초의 수많은 서점 중에서도 북카페를 운영하는 이와나미 북카페를 비롯 건축이나 디자인을 취급하는 서점, 서점 입구가 굿즈 가게처럼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되어 있는 서점, 헌책방 중에서도 새 책을 판매하는 서점, 만화 전문 서점 등 평소 좋아하는 관심거리를 찾아 서점 공략을 하면 좋을 듯싶다. 이에 더해 작가의 마음을 흔든 서점 여덟 곳이 지도와 함께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어 일본 여행 초보자들이 조금 더 손쉽게 찾아갈 수 있을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지역을 여행할 때 꼭 들르는 곳이 서점인데 도쿄 서점 소개를 보고 있자니 강원도에 있는 동아서점과 문우당의 느낌도 떠올라서 우리나라도 요런 서점 소개가 실린 책이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출간되었는데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감각적인 사진 외에도 지금껏 읽었던 서점 소개 글의 딱딱한 형식에서 벗어나 역사나 그 외 부수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도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었는데 역시 모르고 방문하는 것보다 알고 방문함으로써 느끼게 될 즐거움이 나도 모르게 상상이 되어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들뜨게 되었던 것 같다.

유명한 몇몇 서점 외에 골목에서 예상치 못하게 만날 서점만 상상하다가 실제로 보게 될 서점들을 사진으로 보게 되니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이 생겼지만 도쿄 여행 전에 이 책을 만나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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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코교쿠 이즈키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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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전쟁으로 세계의 절반이 폐허가 된 먼 미래, 더 이상 종이로 인쇄된 활자를 본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취미가 되었고 모든 것은 데이터화되어 손목에 차고 다니는 씨셀로 열람이 가능한 시대를 소설은 배경으로 삼고 있다.

책 한 권을 사려면 몇 달 치 월급을 쏟아부어야 하고 글을 써도 좀처럼 출판으로 이어지지 않고 데이터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책은 그저 값비싸고 사치스러운 물건으로 취급되는 시대에서 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는 자신의 아버지가 사고 모은 책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기 위해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번화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교통도 불편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찾아오는 사에즈리 도서관, 하루 종일 악재가 겹쳐 힘들었던 카미오는 마지막까지 접촉사고를 일으키는 바람에 울상인데 알고 보니 접촉 사고를 낸 곳이 도서관이었고 평소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그녀지만 접촉사고가 계기가 되어 도서관 사람들을 하나 둘 알기 시작한다. 책은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카미오는 우연찮게 도서관을 찾게 된 날을 시작으로 와루츠가 권해준 그림책을 시작으로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가게 된다.

교사인 코토는 바쁜 학교 일정에도 도서관에 들러 필요한 책을 대여한다. 손목에 차고 다니는 씨셀을 통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종이로 된 질감인 책을 읽게 해주고 싶은 게 코토의 바람이지만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코토는 와루츠의 도움으로 빌린 책을 학교에 가져가 아이들이 직접 보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준다.

엄청나게 책을 좋아했던 모리야의 할아버지, 뇌의 이상으로 말년에는 같은 책을 몇 번이나 사는 일이 반복되면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기에 모리야는 할아버지의 기억이 좋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의 시가 상을 받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게 되지만 생전에 할아버지가 소장하던 모든 책들은 이미 사에즈리 도서관에 보관 중이란 것을 알게 되고 할아버지의 시를 찾아 사에즈리 도서관을 찾게 된다.

어릴 적 전쟁고아였던 와루츠는 뇌 수술 권위자였던 와루츠 요시아키라에게 입양되어 그가 모았던 책들을 상속받게 되고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도서관을 세운다. 책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세상에서 무료로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개방된 도서관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뜨겁게 논쟁이 붙을 정도였지만 그렇기에 와루츠는 아버지의 뜻을 더욱 가치있게 이어가기로 한다.

세계 전쟁이 벌어지고 폐허가 된 지구, 전쟁 전까지 누리던 풍요로움은 다시 올 수 없는 삭막한 세상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 책에 얽힌 사연이 소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지금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책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하게 여겨져야 하는지를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책들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세상에서 자원낭비라는 목소리도 높지만 디지털보다는 종이로 된 책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공감 가는 부분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어 이런 세상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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