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공간을 탐하다 - 도시에 담긴 사람·시간·일상·자연의 풍경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빼놓지 않고, 게다가 두 세번씩 보는 방송들이 있다. 주로 건축, 집들을 소개하는 방송들이다. 집을 짓고 싶다라는 소망에 집을 짓는 책도 많이 사서 구경도 해보았다. 그러다 알게 된 분들이 임형남, 노은주 소장님!! 이분들은 매주 건축탐구 집이란 방송에서도 만나고 있다. 늘 감탄하는 것은 이분들의 언어!! 건축하시는 분들은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풍요롭게 해주는 언어적인 능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분들의 이전 책들을 접할 때에도 맛있고 멋있게 그리고 편안함으로 끝까지 책을 읽고 덮을 수 있었다.

'공간을 탐하다'라는 이 책 역시 편안하고 따뜻함이 느껴진다. 방송에서 봤던 대로 언어적 표현력이 뛰어나 맛이 있다. 경험적인 내용이라도, 지식적인 내용이라도 이상하게 그 장면들이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서울역을 설명하기까지의 전차와 기차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겪어보지 못했음에도 오래된 풍경이 추억처럼 펼쳐진다.

이분들의 이름을 봤을 때와 책 머리의 '불행히도 우리에게 건축은 아직 문화가 아니라 산업이며 재산 증식의 수단일 뿐이다'라는 문장을 보았을 때 건축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제목대로 이 책은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건축가들을 늘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건축 뿐 아니라 미술, 예술, 역사, 삶, 문화 등 다방면에 박식하다는 것인데, 도시의 공간, 기억의 공간, 놀이의 공간, 휴식의 공간을 따라 흘러가다 보면 역사는 물론 영화, 대중 가수, 정치, 법 등 다양한 측면의 지식들에 또다시 감탄하게 된다. 감사하게도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다. 뿐만 아니라 지식 속에 낭만과 인간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배려도 쏘옥 들어가 있어 자연스레 고개도 숙여진다.

서울역, 선유도 공원, 광화문 광장처럼 익숙한 공간은 익숙해서 들여다 보게 되고, 산 카탈도 공동묘지, 데시마 미술관 같은 추상적인 느낌의 외국 풍경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들여다보게 된다. 오래전 읽었던 어떤 책에서 국회의사당의 건축가들은 그 이름을 빼고 싶었다 했는데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아다가 이 책에서 다시 한번 설명을 듣게 되어 반갑기도 하면서 웃픈 마음이 들었다. 책에 담겨진 사진들도 소소하면서 오래 바라보게 되는 편안함이 있다. 이상하게도 '공간을 탐하다'라는 제목부터 '사람이 모이고 사람을 담다', '탐욕 위에 희망을 세우다', '자연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다'와 같은 소제목들도 감탄스러웠다.

건축, 도시, 공간은 결국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만들었으며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오래되고 낡고 쇠락해간 공간들도 있지만 사람들을 담기에 도시재생이라는 표현이 아니라도 공간에는 무언가 벅찬 그것이 있다. 외국의 공간들도 포함되어 있어 쉽게 이루긴 어려워도 '나의문화유산답사기'처럼 한곳 한곳 이 책에 담겨진 기록을 참고하며 그 공간들을 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은 어떻게 비즈니스의 무기가 되는가 - 0에서 1을 창조하는 혁신적 사고법, 아트 씽킹의 비밀
마스무라 다케시 지음, 이현욱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0에서 1을 창조하는 혁신적 사고법', '그림을 그리는 것이 모든 창조의 원천'
이 말을 보자마자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아트와 관련이 없는 사람임에도 심장이 뛰는 이유는 일을 하다보면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마냥 부러워질 때가 많았기 때문인데, 창조의 원천이라는 표현이 유독 공감이 간다. 또한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자질 중 하나는 '감성의 힘을 끌어내는 능력', 또 하나는 '수학적 사고법과 논리력' 말에도 적지않이 놀랐다. 예술적 감성과 소근육을 활용한 연습 그것이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자질이라 생각해왔는데, 수학적 사고법과 논리력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수긍이 된다.

'예술은 어떻게 비즈니스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이 책의 제목은 나에게 참으로 흥미로웠다. 언어능력, 문제해결능력의 중요성은 늘 강조해오고 있었지만, 결국 이런 지식, 인지능력들을 발휘하려면 전체를 조직화해서 필요할 때 빠르게 인출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이며 그것을 위한 시각화작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제목에서부터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목차와 프롤로그에서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한 눈에 그려진다. 언어로 쓰여있지만 그림이 그려진다.

비지니스를 하는 데에는 전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감성, 독자적인 시점에서 과제를 찾아내고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힘 즉 논리력(로지컬 씽킹)과 예술적 사고법(아트 씽킹)이 모두 필요하다고 한다. 머릿속 서랍에 넣어둔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도록 시각화 하는 것은 논리력 못지 않게 중요하다. 방대하고 뒤죽박죽 섞여 있는 데이터들을 전체를 시작하여 세부적인 것 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시각화 하는 것의 힘은 작은 과제를 시행하는 것에도 꼭 필요한 능력이며 큰 비지니스를 실패없이 성공으로 이끄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짧은 지식으로는 이 모델이 마인드맵으로 인식되어 그것에 맞추어 이 내용을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훨씬 공감할 수 있고 효과적이라 느껴진다.

이 책에도 소개되고 있는, 지난번에 읽었던 디자인 씽킹은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하지만 차별점이 있다고 느껴진다. 내가 느끼는 차별점은(책의 선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예술성을 이 책에서는 더 많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주요 공간들에는 예술품들이 걸려있는지, 페이스북 본사에서는 왜 미완성인 그림들이 잔뜩 걸려있는지,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이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었는지를 초반에 제시한 것은 아트 씽킹이 그냥 사고의 한 방법이라 소개하지 않고 예술성, 예술 그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운영하고 있다는 강좌를 들어보고 싶다. 디자인 씽킹의 효과성과 더불어 예술 그 자체를 함께 이해할 수 있다는 면이 이 책의 장점으로 느껴진다. 그림을 그리면서 좌우뇌를 균형을 잡아가며, 전체를 파악하고 조화롭게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 유연하게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니 신기하다. 스티븐 잡스가 캘리그라피를 배웠기때문에 맥에서 다양한 글자체 뿐 아니라 글자를 조절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기능화 하였다고 하는 일화는 그림, 예술의 힘이 이렇게 연결될 수도 있다라는 신기함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감각과 논리를 합쳐 문제해결과 기획, 비즈니스를 더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잘 소개가 되어 있으며, 후반부에는 아까 배우고 싶다던 그림을 통해 우선순위를 알게 되고 관점을 바꿀 수 있는 교육법이 소개되어 있다. 새로운 관점을 배운다는 재미와 더불어 실행한다면 그 효과성을 바로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도 느껴볼 수 있었던 책이라 다시한번 밑줄 쳐가며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가의 친구들 - 세기의 걸작을 만든 은밀하고 매혹적인 만남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매력적인 책이다. 게다가 재밌다. 이런 책이 참 좋다.

예술과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유명 화가들의 책을 가끔 읽는 것만으로 스스로 만족될 때가 있다. 읽지 않고 수집만 해놓은 책도 꽤 된다. 그것도 참 좋다. 그림을 볼 줄도 누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왜 유명한지는 몰라도 이러다보면 가끔은 감동받고 오래도록 그림을 바라볼 때도 있다.

언제부터인가는 잘 모르는 개인 개인의 역사를 보는 재미도 빠졌다. 그 개인사가 역사니까. 그 개인사에는 주변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결정적 시기에 누군가와의 접촉은 개인의 일생일대의 큰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은 걸작들을 만들어낸 유명 예술인들과 그 주변의 인물을 소재로 하여 아주 흥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고흐와 고갱, 고흐와 테오와 같은 관계는 흔히 알려진 이야기들이지만, 피카소가 어떤 인물과의 만남을 계기로 무명에서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는지, 어떤 매력을 가진 사람이길래 뭉크는 <마돈나>와 같은 강렬함을 가진 그림을 그려보고자 결심했고 걸작을 완성할 수 있었는지는 예술과 거리가 먼 나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것이 누구의 작품이고 어떤 감동을 주는지에만 초점을 두다가 그 그림의 배경을 알게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보통 그림에 대한 해설,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 그런데 개인의 역사와 인간관계와 그 사이에 미묘한 감정의 교류들을 알 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만족감이 밀려온다. 그 세계가 궁금해지고 호기심으로 가득찬다. 조금더 일화가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책을 읽다말고 검색에 들어가게 된다. 오호라~


살롱과 커피하우스에서 만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과의 교류는 클림트의 그림에 영향을 미쳤다. 클림트가 의학, 생물학적 관점으로 그것을 표현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 유명한 키스의 원작을 보면서 큰 감동없이 '난 원작을 본거야'라며 그냥 사진이나 찍고 있진 않았을텐데....세모와 동그라미가 세포를 묘사하고 있음을 살펴보며 커다란 감동과 신기함을 누길 기회를 놓쳐버렸다. 분명 클림트 전기도 몇권 읽었는데 생소한 건 왜인걸까. 맞다 의학이 있었지라고 하다가 렘블란트랑 기억이 꼬여버렸다. '신처럼 너그럽다'라고 표현된 카미유 피사로는 세잔과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세상과의 교류가 미숙했던 세잔에게 피사로와의 밀접한 교류의 시기 이후 세잔의 표현법은 확 달라졌다고 한다. 미숙한 천재를 다룰 줄 알았던 피사로와 같은 너그러운 누군가가 나에겐 있었던가.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림과 음악을 하는 분들은 언변도 뛰어난 것 같다. 글도 참 잘 쓴다. 역시 이 책도 문체가 참 좋다. 내가 읽기 쉬우니 좋은 책이다. ~일까라는 질문식의 표현들이 특히나 나에겐 맘에 든다. 뭔가 대화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미술관련 책들을 수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작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 책 역시 생소한 그러나 너무 멋진 그림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문체가 그런 것도 아닌데, 처음 고갱과 고흐의 이야기를 볼 때에는 고흐의 영화를 보는 듯한 이미지가 느껴졌다. 그림들 때문인지 문체 때문인지 배치 때문인지, 뮤즈는 뮤즈로, 스승은 스승으로, 후원자는 후원자로 그 이미지가 부드럽게 그려진다. 이 책에는 고흐를 비롯한 유명 예술가들과 어쩌면 서로 비슷한 별난 만남들과 혹은 우정을 쌓은 이들, 혹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기묘한 인연들로 나누어 꽤나 많은 인물들을 담고 있다. 한 명 한 명의 관계에 대해 더 자세하고 긴 이야기가 궁금해지기에 다소 짧은 듯한 내용은 좀 아쉽지만 그래서 읽기는 딱 좋다.


아직 완독전이지만 아끼지 말고 그림 한장 한장,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의 대상 혹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곱씹어 감상해야겠다. 또 이 책을 나의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FT 사용설명서 -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바꿀 거의 모든 돈의 미래 NFT 사용설명서
맷 포트나우.큐해리슨 테리 지음, 남경보 옮김, 이장우 감수 / 여의도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블록체인도 메타버스도 아직은 나에게 어려운 개념이다. 메타버스에 대해 공부 좀 해볼까 했더니 NFT라는 것도 알아야 한단다. 부랴부랴 유튜브 방송들과 NFT를 소개하는 책을 읽어보았으나 나이 탓을 하기 싫어도 이제는 한 두권의 책만으로는 개념이 확 정리가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십년 이내 세상이 바뀐다는 뒤숭숭한 소문에 다시 한 번 잘 적응해보자 마음을 먹었다. 그러자마자 NFT는 하지 않는게 좋다라는 소문이나, 행위예술을 하는 어떤 유명 작가의 공연을 찍은 후 작가의 동의도 없이 그 영상을 NFT로 팔고 있다라는 기사와 그에 딸린 부정적 댓글들을 보자 또 다시 무서움이 올라왔다.
 
그런 면에서 ‘NFT 사용설명서’는 적절한 선택이자 유용한 선택이었다. 알아야 부정적인지 필요한 것인지 도 판단해 볼 수 있다. 기존에 읽은 책은 NFT가 무엇인지는 설명했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꼭 배워야 한다가 전부였다. 무지한 나에게는 그 또한 필요한 정보였고 배움에의 동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여전히 NFT 개념이 모호했고, 그래서 어떻게 하란 것이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NFT는 대체 무엇인가’, ‘대체불가능하다는 것’, ‘토큰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소제목들에서부터 NFT에 대한 나의 궁금증들을 거의 대부분 포함하고 있으며, 다양한 예화를 들어 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꽤 많이 있지만 꽤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에 더해 NFT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로열티를 가지고 있어 창작자에게 지속적으로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든가, 진품 가품을 가려내며 세월이 흘러도 창작품이 노화되지 않는다든지 하는 장점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가스피 비용, 콘텐츠 저장 장소의 한계, 특전과 실물 상품을 고이 잘 보내줄까라는 신뢰의 문제 등 그 한계점까지도 제시하고 있다. 사실 나에게는 도덕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지도 궁금하며 허황된 희망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남아있지만 이 부분은 더 고민해보고 더 알아보며 판단해야 할 것이다.
 
NFT의 거래 대상인 디지털 아트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었다. 컴퓨터의 개발로 컴퓨터 아트라는 개념이 생기고 어느 시대에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아티스트들이 있었고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희소성이 있는 수집품들이 NFT라는 것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대체 불가능 토큰(Non Fungible Token)’이라는 뜻의 NFT를 이해하려면 희소성에 의미를 두고 수집, 투자하는 심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특별한 유형의 디지털 수집품을 NFT라고도 하는데, 아트와 거리가 먼 나 같은 사람은 NFT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또 왜 이것을 해야할까의 의문은 책을 읽는 내내 반복적으로 들지만, 이 또한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적응과정일 것이다.

이 책은 NFT의 개념, 필요성, 구성요인, 장단점, 만드는 법, 판매하는 법, 제한점, 주의점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NFT 초보자가 이해하고 적용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마인드맵이 잘 만들어져 각각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다. 이후의 선택은 개인의 몫이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를 적응해야 하기에 NFT 개념, 이 정도는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에 이 책은 꽤 만족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성동 : DMZ의 숨겨진 마을
임종업 지음 / 소동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쩔 수 없이 중국 연길 일대 여행이 떠오른다. 그 직전만 해도 단동을 넘어오던 꽃제비들이 우리가 밟고 서 있던 자리에서 많이도 잡혀갔다고 했었다. 김정일이 이동하여 중국 방문했던 다리도 멀리서 보고 가슴이 오묘했던 기억이 있다. 지도로 따지면 우리나라 제일 꼭대기에서 북을 봐라봤던 음울한 풍경이 펼쳐지고, 두만강에서는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가 우리에게 겨누는 총부리에 움찔했던 경험도 생각났다. 대성동은 DMZ이고 내가 방문했던 곳은 완전 반대편 저 꼭대기이지만, 책 중간에 나오는 철책만 봐도, 이 땅 너머 보이는 저곳 풍경 사진만 봐도 자꾸 기억이 중첩된다. 지도만 봐도 묘하다.


대성동 이야기는 그 마을 이름은 몰라도 티비에서 접한 기억이 있다. 커다란 태극기를 보니 예능에서 봤던 그 곳이 맞다. 대한민국 사람이라 이런 마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민다. 도토리를 줍다가 북에 다녀온 분의 이야기도 이해가 되면서도 아프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아니라 들어갈 수 없는 다리가 된 도끼만행 사건은 여전히 끔찍하다.


이 책에 대한 기대는 그곳을 사는 분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었다. 기대와 달리 이 책은 왜 이 마을이 대성동인지, 이장은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어떤 평면도의 집에서 이들이 살고 있는지, 땅문서를 누가 가졌는지 부터 시작한다. 아니 왜 DMZ가 몇 키로 미터인지, 미군장교가 영어를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했는가. 그런데 읽어보니 그래서 더 좋았다. 무엇인가 일화들을 통해 어설픈 감동을 얻기보다는 삶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며, 사실적으로 이해가 되어 숨겨진 이 마을이 실감이 난다. 강화도 교동 망원경 저편에서 고기를 잡는 북한인들을 보던 것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족들을 잃고, 아픔을 겪었던 할머니들의 증언을 뒤쪽에 실은 것이 현명했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사실은 이 분들이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삶을 이어나가는지 궁금했었다.


저자가 사용하는 어휘와 문체는 참 멋지다. 나로선 알 수 없는 고급진 단어들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신기한 것은 글을 읽으며 참 곱다라는 느낌이다. 이런 문체에서 왜 곱다라는 느낌이 날 수 있는지 아이러니 하지만 그래서 잘 읽힌다. 옛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대성동에서 숙식을 하지 못하고 방문하며 취재를 하면서, 인터뷰를 하면서 저자는 얼마나 벅차고 신났을까 느낌도 든다. 사진 속 대송동 집들은 세련되지 않았지만 세련되었고, 시골 같으면서도 여느 시골 풍경과 다르다. 자유의 마을이라는 이름과 달리 자유스럽지도 않은데 그곳을 떠나지 않고 그들은 끝까지 그 곳을 지킨다. 나라에 평화의 협정이 맺어져 마냥 기쁠 것 같아도 그들은 새로운 근심이 생긴다. 이런 일치되지 않는 여러 가지 면들이 저자에게는 이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큰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접하기 전 가졌던 나의 궁금증들이 대부분 이 책에 담겨져 있는 것이라 추측해 본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접한 것은 나에게 큰 이득이다.


왜 인지 나에겐 잘못된 시각적 인상들이 있었는데 1번 국도와 의주로 그것 중 하나이다. 난 왜 철도길이 동쪽이라 믿어 왔을까. 이 책 덕에 참으로 안심이 되는 지도를 하나 더 알게 되었다. 부디 이 길이 연결되어 비행기 없이 유럽까지도 쭈욱 여행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저자의 말처럼 기정동을 직접 방문하여 이 책의 뒷부분이 마무리되길 바란다. 옛날에는 이런 비무장지대 마을이 있었데. 이런 말을 웃으며 편하게 할 수 있기를 진정 바래본다. 힘들었던 시기를 잘 겪어 내오셨고, 아직도 겪고 계시나 이런 부분을 통쾌히 오픈하고 이야기해주시며 기쁘게 살아가시는, 그래서 여러 가지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해주신 대성동 마을 그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