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에 가고 싶어지네

물의 미궁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10년 8월

물만 보면 어떻게라도 발담그고 바라보고 싶어하는 나와 물고기를 좋아하는 남자친구는 수족관 구경을 좋아한다. 아쿠아리움처럼 제대로 된 대형수족관을 구경하기도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물고기들을 판매하는 수족관 앞에서도 한참을 들여다보고 서있기도 하고 거리의 물고기 가게 앞에서도 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알록달록하게 예쁜 물고기들을 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흐뭇해진다.

 

<물의 미궁>을 읽게 된 데에는 우선 이시모치 아사미라는 작가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물'의 미궁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서였다. 내가 좋아하는 수족관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사건들이라니 어찌 그냥 지나칠수 있었으랴.. 망설일것도 없이 책을 집어 들고 수족관으로 뛰어들었다.

 

뽀글뽀글 물거품이 일고 한 사람이 물속으로 떨어지고 있는 표지의 그림.

감은듯한 눈, 늘어뜨린 두 팔, 힘이 빠져 보이는 양 다리.... 그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이야기는 '하네다 국제환경 수족관'에서 늦은 밤 홀로 남아 일을 하던 수족관 직원, 가타야마 마사미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시작된다. 가타야마의 죽음은 과로사로 처리되고 그 후로 3년이 지난 가타야마의 기일... 수족관에는 수상한 핸드폰이 도착하고 핸드폰 메일을 통해 수족관의 곳곳을 위협하는 메세지가 전해온다.

 

메세지는 직접적인 협박을 피하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알아볼 수 없는 이야기로 위험을 암시하고 직원들은 아슬아슬하게 수족관의 피해를 막는다. 수족관이 어수선한 틈에 또다른 직원 한명이 3년 전의 가타야마와 비슷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 죽음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3년 전의 가타야마의 죽음에도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과연 가타야마의 죽음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걸까...

 

이시모치 아사미의 책을 처음 읽었을때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두 번째로 읽은 책은 실망스러웠었다. 이번이 세번째 만남이었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히 공감가지 않는 결말은 책을 덮은 후에도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찌되었던 사람을 살해한 사건인데 어쩌면 다들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고 용서하는건지....

 

이런저런 아쉬움은 뒤로하고 책을 덮고나니 수족관에 가고 싶어졌다. 아주 아주 커다란 수조에서 헤엄치는 고래와 상어들도 보고 싶고 두 발로 콩콩 먹이를 깨먹는 수달도 보고싶어졌다. 다음 주말에는 가까운 수족관에 소풍다녀와야겠다.

오리하라 이치의 특기

실종자 ㅣ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9월

미스터리를 읽을 때엔 혹시나 읽는 재미가 반감될까 싶어 표지에 씌여있는 글귀도 조심해서 읽고 책 소개글도 조심해서 읽는편이다. 그만큼 미스터리에 있어 스포일러는 큰 적이다. 어떤 책이 서술트릭을 이용했다, 엄청난 반전이 있다하는 정보조차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언제나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게 미스터리 소설이다. 

 

서술 트릭의 대가라 불리는 오리하라 이치는 그 호칭이 어쩌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언제나 멋지게 극복해낸다. 오리하라 이치의 책은 서술트릭이 쓰였으리라는걸 알고 책을 읽기 때문에 글귀 속에 어떤 속임수가 들어있을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게 된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 속에 어느덧 몰입하게 되고 마지막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깜짝 놀라게 된다.

 

'도착'시리즈와 함께 오리하라 이치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자'시리즈의 한 편인 <실종자>는 오리하라 이치다움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책을 읽기 전 또다른 '~자'시리즈인 <행방불명자>, <원죄자>를 읽은터라 이번에는 그의 트릭을 맞춰보리라 다짐을 하고 책을 읽었지만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하긴 트릭을 맞추는것 보다 그렇게 트릭에 속아넘어가는게 미스터리를 읽는 참맛이니까.....

 

월요일이면 사라지는 여자들....

월요일에 사라졌던 여성중 한명의 시체가 '유다의 아들'이란 쪽지와 함께 발견된다. 15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실종사건이 있었는데 그때도 여성들이 월요일에 실종됐었다. 시체가 발견된 후 또다른 곳에서는 백골이 '유다'라는 쪽지와 함께 발견되는데 15년 전에 실종되었던 여성으로 밝혀진다. 15년 전의 실종사건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실종사건은 어떤 관련이 있으면 '유다'와 '유다의 아들'이라고 쓰여진 쪽지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

 

이야기는 쉴틈없이 전개된다. 현재의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과 15년 전의 사건의 용의자들이 뒤섞여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게 만든다. 책의 마직막 페이지를 덮을땐 '흠.... 역시 오리하라 이치로군...'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책을 뒤로 '~자'시리즈가 또 출간되기를, 오리하라 이치의 서술트릭에 흠뻑 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기본부터 탄탄히

궁극의 요리 - 기본요리 편 ㅣ 궁극의 비법 시리즈 요리 1
조보나 지음 / 도미노북스 / 2010년 9월

냉장고를 열어보면 먹을거리도 없고 요리할거리도 없다. 하지만 엄마가 등장해서 냉장고를 열면 당장 도깨비 방망이라도 나온듯 요리가 뚝딱뚝딱 만들어진다. 내 눈에는 요리가 될만한 재료가 없었는데 엄마의 눈엔 모든게 요리의 재료가 되는가보다.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기본적인 요리를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싶다는 열망으로 책장에 요리책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데 요리실력은 영 늘지않는다. 요리책 수만큼 요리를 잘하는거라면 나는 어지간한 요리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수많은 요리책들이 수많은 대단한 요리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은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요리들을 다루고 있다. 육수 만들기, 양념 만들기, 라면 끓이기, 밥짓기, 달걀요리, 고기요리, 바다요리, 찌개 끓이기, 국 끓이기, 볶음밥, 국수요리, 도시락, 김치 담그기, 반찬 만들기. 모두 14단원으로 나뉘어 있는데 다들 기본 중의 기본을 다루고 있다.

 

요리를 제법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시시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요리초보인 나에게는 기본을 다루고 있다는게 정말 좋았다. 공부를 할 때도 기초가 탄탄해야 어려운 문제들도 척척해결할 수 있듯 요리도 기본을 탄탄히 하면 응용해서 요리를 만드는데도 큰 도움이 될것같아 이 책이 정말 반갑기만 했다. 당연히 다 알고 있겠거니 하는 것들을 콕콕 짚어주고 기본요리들을 더 맛있게 하는 팁도 알려준다. 단원이 끝나는 부분마다 단원의 요리들에 덧붙이는 팁들이 있어 유용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사진이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건데 요리 팁들을 글로만 적어놓은 부분에 사진들이 곁들여 있었다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같은 밥을 하더라도 더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간단한 라면을 끓이더라도 더 정성스럽게 만들 수 있는 비법을 배운 기분이다. 이 책 속에 있는 요리들 중에 콩나물 해장라면과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만들어 봤다. 흔하게 먹던 라면도 콩나물과 북어채를 곁들이면 훌륭한 해장국이 되었고 흔히 해먹던 김치찌개도 비법 양념장을 넣어 끓이니 깊은 맛이 돌았다.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로 뚝딱 만들고 나니 엄마처럼 주부 9단이 된듯해 괜시리 뿌듯해졌다.

 

다른 어떤 요리책들보다 이 요리책은 내곁에 가까이 두고 활용하게 될듯싶다. 이 책은 <궁극의 요리-기본요리편>이었는데 다음에 <궁극의 요리-특별요리편>이 출간되기를 기다려본다. 기본을 탄탄히 만들고나서 특별요리까지 접수하면 나는 그야말로 요리사가 될테니 말이다. 

맛있는 추리소설

망령들의 귀환 -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 ㅣ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3
허수정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8월

올해에는 정말 미친듯이 미스터리 소설들만 잔뜩 읽고 있다. 원래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긴 했지만 편독하지 않기위해 다른 책들과의 비율을 생각해서 읽었었는데 올봄부터는 그 비율이 와르르 무너졌다. 한달 동안 읽은 책들을 정리해보면 미스터리 소설이 80%정도나 차지하고 있다. 읽고싶은 미스터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편독을 없애겠다는 다짐이 마음속에서 희미해져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읽으련다.... 이런 마음이랄까?

 

그렇게 읽어대는 수많은 미스터리 소설들 중에 국내 작가의 작품은 손에 꼽는다. 첫만남의 강렬함에 사로잡혀 반해버린 강소영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었고 이은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은 정도였다. 주로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읽는데 그 소설들의 소재와 장르의 다양성은 정말 혀를 내두를정도다. 사회문제를 다루는 사회파 미스터리, 정통 추리소설처럼 트릭에 집중하는 본격 미스터리, 장르를 나눌 수 없는 특이한 미스터리 등등....

 

국내 미스터리 소설을 잘 읽지 않은 이유는 아직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아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고 내 마음에 닿는 작가도 만나기 쉽지 않다. 게다가 국내 미스터리에 대한 불신도 내게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맘에 드는 국내 미스터리 작가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고 국내 미스터리에 대한 나의 불신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망령들의 귀환>도 어쩐지 괜찮은 작품일거란 큰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1636년 팔공산 자락에 있는 까마귀촌이란 마을에 조선 탐정 박명준이 찾아온다. 일본인 오카다의 동생을 찾기 위해 명준은 오카다와 함께 길을 나서는데 위험에 처하게되고 구사일생으로 까마귀촌의 사람들에게 구조를 받는다. 명준의 눈에 비친 까마귀촌은 수상한 분위기를 풍겼고 그곳에서 뜻밖의 연쇄살인과 만나게 된다. 명준이 까마귀촌에 다가갈수록 마을에 숨겨진 끔찍하고 무서운 이야기가 서서히 드러난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다보면 독자들에게 깜짝놀랄 결말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듯 느껴지는 작품을 만날 때가 있다. 억지로 끼워 맞춘듯한 트릭에, 부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 그런 작품을 만날때면 독자입장에서 작가에게 말해주고 싶어진다. 깜짝 놀랄 결말을 만나는게 재미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자연스러운게 더 좋다고. 그런 면에서 <망령들의 귀환>은 만족스러웠다.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으니까.... 

내가 모르던 안데르센 동화..

안데르센 동화집 1 ㅣ 안데르센 동화집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8월

인어공주,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운 오리새끼, 엄지공주, 백조왕자,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어렸을때 그림책으로 읽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당연히 읽었을거라 짐작하고 있는 수많은 동화들. 아마도 그 중에 대부분은 안데르센의 동화가 아닐까 싶다. 안데르센의 동화들은 우리들에게 콩쥐팥쥐만큼 친숙하다. 그렇지만 그의 동화들을 제대로 읽은 기억이 내게는 없었다. 언젠가는 그의 동화를 몽땅 읽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는데 시공주니어에서 그의 동화를 거의 대부분 묶어 출간한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이번 기회에 안데르센의 동화를 빠짐없이 읽어봐야지.

 

안데르센의 동화가 처음부터 환영을 받았던건 아니라고 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안데르센은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몽상가였다고 전해진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안데르센의 동화는 철자와 문법이 틀려 비웃음을 당했고 그당시 동화들과는 달리 교훈적인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에게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독특한 상상력이 가득한 안데르센의 동화는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총 5권으로 출간 예정인 시공주니어판 안데르센 동화집 1권은 16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익히 알고 있던 '엄지 아가씨', '인어공주', '황제의 새옷', '들판의 백조' 외에도 잘 알지 못했던 동화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 이후의 이야기가 조금 더 진행되는건 흥미로웠다. 왕자의 행복을 빌며 자신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공주가 불쌍했는데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은 동화들이 잔혹하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권선징악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할까. 요술쟁이 할멈을 속여 보물을 빼앗거나, 자신을 속이려던 남자를 꾀를 내어 결국은 목숨을 빼앗는다던가.... 원작은 알려진것보다 잔인하고 혹독하다는 이야기를 듣긴했는데 막상 접하고 나니 놀라웠다. 아이들에게 읽히지 못할만큼 잔인한건 아니지만 원작을 조금씩 각색했던 이유를 알것 같았다.

 

이 책에는 원작의 삽화도 삽입되어 있는데 요즘 그림책들과 비교하면 그다지 다채롭진 않다. 그림책과 동화를 좋아해서 요즘 나오는 그림책들을 제법 읽는데 정말 삽화들이 아름답다. 안데르센 동화집의 삽화들도 그 시절에는 아름다운 그림이었겠구나 하고 다시 보니 제법 신기한 매력이 느껴진다.

 

안데르센 동화집은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긴했지만 어릴적 읽었던 동화들의 원작을 읽는다는 즐거움은 만끽할 수 있었다. 알려진 내용과 원작은 어떻게 다른가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다. 앞으로 출간될 시공주니어의 안데르센 동화집을 몽땅 사서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