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유 - 바로 이 순간 그대를 위해 부르는 노래
구효서 외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툭하면 수업을 하러 들어오신 선생님에게, 특히 젊은 선생님들에게 그랬던것 같다.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첫사랑!! 첫사랑!! 첫사랑!!"

그러면 열번 중에 한 번 정도는 응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다. 교탁에 서서 잠시 우리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시다가는 첫사랑 얘기를 꺼내 들려주신다. 우리는 꺅~ 소리도 지르고 책상도 두들기고 발도 굴러가며 선생님의 첫사랑 얘기를 맛나게 듣곤했다.

 

첫사랑 얘기를 들려주신 선생님들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있다. 물리 선생님이셨는데 평소에도 쓸쓸해 보이기도하고 약간 시니컬한 모습으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우리에게 얘기를 하시던 중에 잠깐씩 숨을 고르시던 모습, 가끔씩 허공을 헤매던 눈동자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얘기를 마치신 후에는 수업을 하지 않으시고 자율학습을 시키셨고 종이 울릴때까지 창밖만 쳐다보고 계셨다.

 

어린 마음에도 우리가 선생님의 상처를 건드린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후로 선생님의 인기는 더 높아졌지만.

그때야 마냥 어른이라고만 느꼈던 선생님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기껏해야 20대 중후반이셨을텐데.... 내가 선생님만큼 나이를 먹어갈수록 선생님의 쓸쓸했던 그날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첫사랑에 아파했던 어느날의 내 모습이 선생님의 그날의 얼굴과 닮았을것만 같아서.

 

<러빙유>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여러 작가들의 '사랑'을 테마로 한 짧은 글을 묶은 책인데 때로는 웃음을 짓게 해주고 때로는 마음 찡함을 주기도 하는 책이었다. 다양한 세대,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것도 흥미로웠다. 아쉬움으로 첫사랑을 마음에 묻어둔 사람, 첫사랑과 결혼해 행복하게 사는 사람, 엇갈린 오해로 영영 이별을 맞은 사람..... 세상엔 닮은 듯 다른 사랑 이야기 이처럼 많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려도 이젠 마음이 아프지 않을만큼의 시간이 흘렀고 어쩌면 그때 나는 어렸고 설익은 사랑을 했다는 생각에 설핏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때때로 나의 지난 사랑이 떠올라 마음이 아렸다. 지난 사랑을 이렇게 가끔 꺼내어 보고 아련해지는것도 이 가을을 보내기엔 괜찮은 일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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