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보경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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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어린 왕자>의 저자인 생텍쥐페리가 비행기 조종사였다는건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책이 무어냐고 물으면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어린 왕자>를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날 비행에 나섰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그에 대한 신비감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나에게는 신비감을 더해 준 실종 사건이지만 생텍쥐페리의 가족에겐 가슴이 아픈, 슬픈 일이라는걸 생각지 못했습니다.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1900년 리옹에서 태어났습니다. 파스텔로 풍경화와 초상화를 그렸고 프랑스 화가 미술전에서 우승을 하기도 한 어머니 마리와 보험회사 감독관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생텍쥐페리 자작 사이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1904년에 아버지가 뇌출혈로 사망한 후에는 외가와 친가의 친척집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어머니 마리와 각별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합니다. 해군 사관학교 입학을 꿈꾸지만 실패하고 스트라스부르 공군 비행연대에 자원하면서 비행기 조종사가 됩니다.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생텍쥐페리의 유년시절부터 비행기 조종사로 지내다 실종되기 직전까지의 편지가 들어있습니다. 대부분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이고 형제들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도 몇 편 실려있습니다. 세계적인 대작가의 어린시절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어머니에게 편지를 자주 보내달라고 투정부리고 용돈을 보내달라고 조르는 생텍쥐페리가 귀엽게 느껴집니다. 성장한 후의 편지가 극히 적다는 점과 편지 내용의 연속성이 부족하다는건 아쉬웠습니다. 편지를 보냈을 때의 생텍쥐페리의 상황과 그 후의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사후에 출간되는 개인적인 기록물을 볼 때면 읽는 나는 재미있지만 작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나라면 내일기나 편지가 공개되는건 절대로 원하지 않을것 같은데 말이죠. 하긴, 나는 글솜씨가 꽝이라 부끄러워 그런거지만 대작가들은 문장에 자신이 있으니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생텍쥐페리의 어린시절을 만날 수 있어서 즐겁고 반가웠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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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 - 스무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여행의 의미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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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정석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난건 <바닷가의 모든 날들>을 통해서였습니다. 동해의 바닷가 마을로 이사해서 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놀랍고 부러웠습니다. 평소 내가 꿈만 꾸고 실행하지 못하는 일이었던 바닷가 마을에서 사는것이었는데 그녀는 용감하게 실행에 옮겼으니 부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동해안의 도시들 중에서도 동해시에 정착한것도 내 맘에 쏙 들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었거든요.아직까지도 <바닷가의 모든 날들>은 완소책 가운데 한 권입니다.

 

그 책 이후로 그녀의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동해에 내려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집에 세들어서 살다가 집을 짓기로 결심하고 땅 구입부터 집이 완성되기까지의 처절한 과정을 담은 <하우스>도 읽고 여행 에세이 <내 지도의 열두 방향>도 읽고 출간된지 제법 된 소설 <33번째 남자>도 찾아 읽었습니다. 그녀의 시니컬한 듯하지만 뜨거운, 그러면서 담백하고 꾸밈없는 문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스로를 미화시키지 않고 솔직하게 적어내려가는 그녀의 에세이가 퍽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녀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기에 냉큼 집어 읽었습니다. 그녀가 개와 닭 모이 주기를 뒤로 하고, 채소밭도 뒤로 하고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핀란드를 최종 목적지로 정하고 핀란드와는 모든 면에서 반대되는 터키를 시작점으로 정합니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출발해서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를 거치면서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의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거쳐 배를 타고 핀란드에 닿는 여행루트는 따라해 보고 싶은 여정입니다.



여행을 결심하게 된 순간부터 차근차근 그녀의 여행을 따라가 봅니다. 여행 전 결심한 '어떤 경우에도 침착하기, 무슨 일이 일어나도 화내지 말기'가 잘 지켜질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여행을 훔쳐봤습니다. 내 생각에는 화를 낼법 한 순간에도 그녀는 잘 대처하더군요. 이번 여행에서는 그녀의 결심이 잘 지켜지려나 봅니다.

 

그녀의 여행길에서 제일 가보고 싶어지는 곳은 핀란드였습니다. 조용하고 찬 기운이 도는 그 나라는 내 취향에 딱 맞는 곳 같더군요. 핀란드의 호수 주변의 오두막에서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비싼 물가가 살짝 걱정이긴 하지만 관광객으로 복잡한 곳보다는 내 마음에 쏙 들것같습니다. 가고 싶은 여행지가 또 한 곳 늘었습니다. 한 곳, 한 곳 차례 차례 떠나봐야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이 책과 같은 솔직 담백한 여행서로 대리만족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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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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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는 우리 나라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나도 이사카 코타로의 책을 제법 읽었는데 좋았던 것도 있었고 좀 밋밋하다고 느낀 책도 있었습니다. 호불호야 어찌되었든 이사카 코타로의 책이 출간되면 일단 집어들고 읽는 상황입니다. 읽고나서 후회하더라도 일단 읽고보자는 마음이랄까요. 혹은, 이사카 코타로의 책은 못해도 중간은 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독서의 경향에 힘 입어 따끈따끈한 신간 <바이바이 블랙버드>도 냉큼 집어들었습니다. 이번에는 '호' 일까요, '불호'일까요....

 

이 책은 '우편소설'이라는 형태로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작가가 쓴 소설을 직접 우편으로 받는다는건데 흥미롭기 그지 없습니다.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 중 5부를 차례차례 독자에게 우편으로 발송하고 마지막 6부를 덧붙여 단행본으로 발간한 것이라고 합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우편으로 받아서 읽는다니 생각만해도 마음이 설레입니다. 서점에서 사서 읽는 맛과는 다른 색다른 즐거움일것 같아요.

 

<바이바이 블랙버드>는 한 남자의 다섯가지 이별 이야기입니다. 이 남자는 어쩌다 다섯 번의 이별을 하게 되는걸까요. 

호시노 가즈히코는 다섯 명의 여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딱히 바람둥이라고 할 수도 없는데 무려 다섯 명의 여자를 모두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이런 남자를 만난다면 당장에 나쁜놈이라고 말해주고 싶을텐데... 소설 속에서 호시노는 그리 나쁘게 보이진 않습니다. 그렇다고해도 애인 삼고 싶은 남자는 아니지만 말이죠.

 

호시노는 돈 문제로 인해 2주 뒤에 '그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가야합니다. 호시노의 감시원으로 붙은 마유미는 180cm의 키에 180kg의 몸무게를 지닌,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여자입니다. 어린시절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려본 경험이 있는 호시노는 자기가 떠난 후 자기를 기다리지 않도록 애인들과 이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 이별 의식에 마유미는 동행하고 호시노는 마유미와 결혼한다며 애인들에게 차례차례 이별을 고합니다.

 

연작 단편으로 되어 있어서 한 편, 한 편 따로 읽어도 괜찮습니다. 무거운 내용이 아니라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짬 날때마다 조금씩 읽어도 괜찮겠어요. 하지만 호시노가 다섯 명의 애인과 어떻게 이별하는지, 마유미는 호시노를 어떻게 곤경에 빠뜨릴지 궁금해서 한 번에 읽어버리고 말았네요. 이사카 코타로의 책답게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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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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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비오는 길을 우산을 쓴 여인이 지나가고 있는 순간을 담은 사진이 마음을 확 잡아 끕니다. 수국을 좋아하는터라 흐릿하게 찍힌 수국 사진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보라빛과 하얀 빛깔의 수국이 탐스럽게 피어 있는 그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본 후에 후지와라 신야의 글을 한 줄 한 줄 읽어갔습니다.

 

사진 한 장과 그에 어울리는 소박한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글을 읽기 전에 사진을 들여다보고 읽으면서 또 뒤적여보고 다 읽은 후에 또 되짚어서 사진을 들여다봤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사진은 다른 이야기를 건넵니다. 아는만큼 보이고 느끼는 만큼 보인다는게 사실인가봅니다.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거창하지는 않지만 일상의 소소함이 들어있습니다. 수국 사진을 잘 찍는 사진 작가의 이야기, 아내의 죽음에서 뜻하지 않게 살인혐의를 받게된 남자의 이야기, 아들을 잃은 할머니와 날개를 다친 갈매기와 눈이 먼 개의 이야기, 매일 오가던 출근 길에서 우연히 시선을 돌렸을때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의 이야기.

 

후지와라 신야가 건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엇보다도 큰 마음의 울림을 줍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 원래 특별할 것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뽈락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며 냉장고에 있는 뽈락을 빨리 먹겠다, 널어놓은 빨래는 챙겨두었다는 둥 말을 건넸던 후지와라 신야의 마음을 어쩐지 알것만 같습니다.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에세이가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직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는 그간의 그의 작품과는 사뭇 동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의 다른 작품이 많이 궁금해졌습니다. 이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건내는 작가의 또 다른 분위기의 책은 어떨지 만나보고 싶습니다. 순서는 바뀌었지만 이제는 후지와라 신야의 여행에세이를 만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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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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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에 치중해서 책읽기를 하다보니 최근들어 국내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두근 두근 내 인생>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후회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소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 문장을 새삼스레 곱씹으면서 이런 맛을 오랜동안 보지못했구나 싶어서 말이죠. 특별히 어려운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예쁜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문장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감탄했습니다.

 

김애란 작가에 대한 호평은 들어온터였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역시 좋은 작가였구나 싶었습니다. 평범한 문장 같지만 입안에서 또르르 구르는 문장들,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풍경을 그려주는 문장들...  책을 몇 장 채 읽지 않았음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근 두근 내 인생>이 멋진 소설이라는걸. 책을 읽는 내 마음도 두근 두근대기 시작합니다.



두근거리는 인생의 주인공은 17살 소년 아름이입니다. 그리고 17살에 아름이를 낳은 미라와 대수.... 아름이는 열 일곱살이지만 이미 여든 나이의 육체를 지닌 조로증 환자입니다. 어린시절 발병한 이후로 아름이는 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늙어갑니다. 학교에 다니지 못하지만 온갖 책들을 읽었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방법으로 '세상에서 가장 웃긴 자식'이 되기로 결심하는 기특한 아이입니다.

 

아름이는 옆집 장씨 할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지만 또래 친구는 없습니다. 아름이가 TV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한 소녀로부터 메일을 받게됩니다. 아름이와 동갑이고 자신도 많이 아프다고 밝힌 소녀의 메일에 아름이는 망설이고 망설인 끝에 아무렇지 않은듯 답장을 하고 두 아이는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됩니다. 드디어 아름이의 인생은 좀 더 많이 두근거리게 됩니다.

 

이야기는 쉼없이 흘러갑니다. 열 일곱살의 뜨겁지만 풋풋한 미라와 대수의 이야기, 의젓하고 유머러스한 아름이 이야기, 아름이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소녀 이야기, 아름이와 격없는 친구 같던 장씨 할아버지 이야기... 때로는 킥킥거리고 웃고, 때로는 눈물 찔끔거리면서 한 장 한 장 아까워하며 읽었습니다. 아름이의 두근거리는 인생을 만나면서 내 마음도 두근거렸습니다. 김애란 작가의 다른 작품도 몽땅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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