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유명한 <어린 왕자>의 저자인 생텍쥐페리가 비행기 조종사였다는건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일 좋아하는 책이 무어냐고 물으면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어린 왕자>를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날 비행에 나섰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그에 대한 신비감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나에게는 신비감을 더해 준 실종 사건이지만 생텍쥐페리의 가족에겐 가슴이 아픈, 슬픈 일이라는걸 생각지 못했습니다.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죠.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1900년 리옹에서 태어났습니다. 파스텔로 풍경화와 초상화를 그렸고 프랑스 화가 미술전에서 우승을 하기도 한 어머니 마리와 보험회사 감독관으로 근무했던 아버지 생텍쥐페리 자작 사이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1904년에 아버지가 뇌출혈로 사망한 후에는 외가와 친가의 친척집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어머니 마리와 각별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합니다. 해군 사관학교 입학을 꿈꾸지만 실패하고 스트라스부르 공군 비행연대에 자원하면서 비행기 조종사가 됩니다.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생텍쥐페리의 유년시절부터 비행기 조종사로 지내다 실종되기 직전까지의 편지가 들어있습니다. 대부분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이고 형제들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도 몇 편 실려있습니다. 세계적인 대작가의 어린시절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어머니에게 편지를 자주 보내달라고 투정부리고 용돈을 보내달라고 조르는 생텍쥐페리가 귀엽게 느껴집니다. 성장한 후의 편지가 극히 적다는 점과 편지 내용의 연속성이 부족하다는건 아쉬웠습니다. 편지를 보냈을 때의 생텍쥐페리의 상황과 그 후의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사후에 출간되는 개인적인 기록물을 볼 때면 읽는 나는 재미있지만 작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나라면 내일기나 편지가 공개되는건 절대로 원하지 않을것 같은데 말이죠. 하긴, 나는 글솜씨가 꽝이라 부끄러워 그런거지만 대작가들은 문장에 자신이 있으니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생텍쥐페리의 어린시절을 만날 수 있어서 즐겁고 반가웠던 시간이었습니다.